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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Bellinger - Cuffing Season
황두하 작성 | 2015-07-29 19:1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29,827 View

Artist: Eric Bellinger
Album: Cuffing Season
Released: 2015-07-17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에릭 벨린져(Eric Bellinger)는 작곡/프로듀싱 그룹인 더 라이팅 캠프(The Writing Camp)의 일원으로서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가 작업에 참여한 어셔(Usher) “Lemme See”,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Fine China”와 같은 트랙은 상업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올렸으며, 그의 음악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무엇보다 에릭 벨린져는 트렌디한 감각을 바탕으로 귀에 감기는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내는 재능과 보컬 실력이 훌륭하다. 2013년부터 꾸준히 공개했던 믹스테입(Mixtape) 수록곡과 다수의 싱글을 모아 작년에 발매한 앨범 [The Rebirth]는 그의 보컬로서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비록,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다른 알앤비 아티스트의 앨범에 비해 특색이 있다고 할 순 없었지만, 어반한 감성의 소울과 래칫(Ratchet)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트렌드가 감각적으로 버무려진 프로덕션 역시 만족스러웠다.

 

이번에 발표한 정규 데뷔 앨범 [Cuffing Season]은 에릭 벨린져의 지향점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앨범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프로덕션은 메인스트림 힙합과 소울, 팝을 적절히 가미하여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고, 특히 래칫 트랙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앨범의 인상을 좌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래칫의 선구자인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가 주조한 “You Can Have The Hoes”은 앨범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다. 마치 빅션(Big Sean) “I Don’t F**K With You”를 떠오르게 하는 샘플의 운용과 적절히 변환되는 리듬의 이 곡에선 계속 진화 중인 머스타드 표 래칫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게스트로 참여한 랩퍼 부시 배드애즈(Boosie Badazz) 역시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You Can Have The Hoes”를 비롯한 앨범의 전반부를 구성하는 트랙들은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트랙인 “Cuffing Season”은 후렴구 없이 벌스(Verse)가 계속 이어지는데, 풍부한 코러스의 활용과 후반부의 분위기 전환에서 다채로운 구성을 느낄 수 있으며, 첫 번째 트랙으로써 전체적인 방향을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iPod On Shuffle”은 트렌디한 드럼 운용과 리드미컬한 벌스의 구성, 피치다운 된 후렴구로 현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의 전형을 따르는데, '90년대를 풍미한 알앤비 그룹 실크(Silk)의 명곡 “Meeting In My Bedroom”과 동시대의 또 다른 알앤비 그룹 TLC “Red Light Special”, 그리고 선배 알앤비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연인과 섹스를 노래하는 가사가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를 제공한다. 2000년대 초반의 메인스트림 알앤비를 연상시키는 멜로디 라인, 후렴구에서 울려 퍼지는 브라스, 트렌디한 리듬 파트가 잘 어우러진 “Turn Down For You”과 전형적인 래칫의 감흥이 살아있는 “Overrated” 등도 인상적이다.

 

다만, 다소 분위기가 늘어지는 중반부는 문제다. 또 다른 래칫 트랙인 “Text Threads” 전까지 한 템포 다운된 트랙들이 다수 포진되었는데, PBR&B의 공간감을 강조한 “Make Up For It”, 다운템포 알앤비 트랙 “Share”과 같은 트랙들은 진부한 구성의 프로덕션 탓에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중반부를 지나 연달아 이어지는 두 개의 래칫 트랙(“Focused On You”, “Viral”) 역시 게스트를 초빙하는 등, 트랙 간의 차별화를 꾀하지만, 지나치게 비슷한 감흥의 트랙이 이어지는 탓에 감상의 맛을 저해한다.

 

가사를 살펴보자면, 현세대의 문화를 적절히 녹인 “iPod On Shuffle”, “Viral” 등의 트랙에서는 꽤 참신한 표현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이성에 대한 구애를 뻔한 수식어들로 표현하고 있어 타이틀인 'Cuffing Season(*필자 주: 가을과 겨울 사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실내 생활이 잦아지는 시기로, 방탕한 생활을 하던 사람이 한 명의 연인과 진지한 관계로 정착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과 접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타이틀을 이용하여 앨범에 특별한 서사를 부여했다면,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쉽다.

 

그럼에도 앨범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건 그 와중에 '90년대 알앤비 명곡을 활용한 센스와 괜찮은 마무리 덕이다. TLC "Creep"을 프로덕션적으로 재해석한 센스가 돋보이는 "Creep"과 몬텔 조단(Montell Jordan) "This Is How We Do It" 코러스를 감각적으로 버무린 “Text Threads”가 사그라질 뻔한 감흥을 살려내고, 치밀하게 멜로디를 구성한 "Last One Standing" "The Summary"가 안정적으로 끝을 장식한다.

 

[Cuffing Season]은 에릭 벨린져가 작금의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의 특징과 흐름을 잘 파악하고 이를 충실히 구현한 작품이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참여하며 보여주었던 유려한 송라이팅 실력과 트렌디한 감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동시대 알앤비 아티스트들과 견주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이기에 이후, 본인만의 매력이 드러나는 더욱 견고한 구성의 앨범으로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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