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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씨잼(Cjamm)
Album: Good Boy Doing Bad Things
Released: 2015-07-17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2013년에 발표한 믹스테입 [Go So Yello]에서 씨잼(Cjamm)은 탁 트인 발성과 시종일관 타이트하게 뱉어내는 랩, 그리고 패기 넘치는 가사를 통해 단숨에 주목 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이후, 스윙스(Swings)가 수장으로 있는 레이블 저스트 뮤직(Just Music)에 입단한 뒤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파급효과]와 다수의 피처링 작업에서도 그는 존재감을 뽐내며 입지를 굳혀나갔다. 반면 빈틈없이 랩을 뱉는 모습 이면으로 드러난 한계 또한, 명확했다. 별다른 맥락이나 감흥 없는 과도한 한영혼용, 타이트한 진행을 위해 문장의 완결성을 포기한 듯한 표현, 참신하지 않은 동어반복적인 내용 등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씨잼에게 신선한 등장을 넘어서는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게 했다. 결국, 그에게 남은 숙제는 앨범을 통해 벌스를 소화해내는 것 이상의 역량을 증명해내는 것이었고, 때맞춰 정규 데뷔작 [Good Boy Doing Bad Things]가 발표됐다.
이번 앨범에서 씨잼은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한편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흔적이 역력하다. 코드 쿤스트, 비와이, 천재노창이 책임진 전반부의 프로덕션은 트렌디함을 유지하는 가운데에서도 신선한 시도들이 돋보이며, 그 완성도가 준수한 편이다. 베이스 라인과 타격감을 강조한 드럼, 노이즈와 보컬 소스를 조합한 “Upgrade”는 타이트한 씨잼의 랩과 디제이 에스큐(DJ SQ)의 스크래치가 서로 주고받다가 후반부에 급작스레 이루어지는 비트의 전환이 매우 절묘하다. 음산한 신스 리프로 공간감을 강조한 “Watch”와 묵직한 베이스 라인과 독특한 보컬 소스가 어우러진 “Guerrillaz”는 기존의 트랩 사운드와는 다른 접근법이 꽤 신선하게 다가오며, 코드 쿤스트의 또 다른 트랙인 “This Feeling”은 펑크 록에 가까운 사운드 위로 적절히 강약을 조절하는 랩이 얹혀 앨범 내에서도 가장 독특한 감흥을 선사한다. 천재노창의 물오른 감각이 빛을 발한 두 곡, 황야를 떠오르게 하는 신스의 운용과 독특한 질감의 드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쩔"과 극적인 전환이 인상적인 “Good Night” 등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꽤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랙들 간의 완성도에서 편차가 커지고, 구성이 어그러지는 후반부는 약점이다. 안이한 샘플의 운용을 보여주는 "렌터카"나 멜로디를 가미한 랩에서 다소 작위적인 구성이 느껴지는 “Don’t Let Me” 등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지점들 때문에 싱글 모음집 이상의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앨범의 주인공인 씨잼의 랩은 여전히 강력한 기운을 앞세우지만, 앞서 언급한 약점 또한, 그대로 드러낸다. 무엇보다 타이트하게 밀어붙이며 기술적으로 뛰어난 운용을 보여주는 랩핑이 시종일관 귀를 잡아 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특별히 인상적인 지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건 아쉽다. 가사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역시 참신하지 못한 탓이다. 그는 앨범 전반에 걸쳐서 레이블 입단과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달라진 삶과 위치를 적극적으로 과시하고, 동시에 변함없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걸 피력한다. 그러나 그 성과라는 것이 뚜렷하게 인정받은 결과물 없이 이루어진 것이기에 자연스러운 감화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려 한 앨범의 의도를 가장 잘 살린 트랙은 그의 현재 상황과 캐릭터를 연인과 묘한 관계 안에서 풀어낸 “Good Morning” 정도다.
게다가 앨범이라는 단위를 활용하여 그의 강점을 의도적으로 어그러트리면서 또 다른 면을 보여주려 한 곡, 일례로 덤 다운(Dumb Down)된 효과를 노린 “걍 음악이다”의 실패도 치명적이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진부한 플로우의 나열과 의도적으로 완성미와 거리를 둔 듯한 가사는 작가적 성취와 동떨어진 습작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오히려 천재노창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어준 리믹스 버전이 곡의 완성본처럼 느껴진다.[Good Boy Doing Bad Things]를 통해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습을 확장하여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하려던 씨잼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준수한 프로덕션과 장기인 타이트한 랩핑으로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 전반부를 고려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색깔을 보다 뚜렷하게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더불어 기술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플로우를 제외하면, 별다른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랩은 여전히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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