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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Omen
Album: Elephant Eyes
Released: 2015-07-21
Rating:
Reviewer: 이진석
제이콜(J. Cole)이 설립한 레이블 드림빌 레코즈(Dreamville Records)의 멤버 오멘(Omen)의 데뷔 앨범이다. 그가 드림빌과 계약한 것이 2009년이었으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적지 않은 그의 나이까지 생각하면, 상당히 늦은 정규 데뷔인 셈이다. 2014년 드림빌에 합류한 두 랩퍼, 바스(Bas)와 코즈(Cozz)는 당해 각각 앨범을 발표했으니, 더욱 그렇다. 비록, 커리어 면에서 거의 성취가 없는 그이지만, 그간 묵묵히 쌓아왔을 내공은 앨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랩퍼로서 오멘의 가장 큰 무기는 탁월한 표현력과 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가사 설계이다. 그는 앨범 전체에 걸쳐 사회적, 혹은 개인적으로 얽힌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펼쳐놓고, 각 트랙에 생생한 묘사를 더해 주제를 더욱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예를 들어, 관심을 마약에 빗대어 대중과 미디어의 사랑을 갈구하는 “Lovedrug”의 후렴구에 'they love me'를 반복해 읊조리며, SNS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씨제이 해밀턴(CJ Hamilton)의 내레이션을 교차시킨 구성은 곡의 의도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후회와 헌정을 담은 “Father Figure”에선 어머니의 손에 자란 여러 랩퍼들을 언급하며 자신을 대입하고, “Foolish Pride”에선 서사를 위해 본인의 학창시절을 소환하여 매개로 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제이콜의 그림자에 가려 그의 사이드킥(Sidekick)쯤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담은 “Big Shadow”도 흥미롭다. 오멘은 한 집단에서 랩스타에게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대표적인 랩퍼들, 스플립 스타(Spliff Star), 멤피스 블릭(Memphis Bleek), 릴 씨즈(Lil Cease), 머피 리(Murphy Lee) 등을 직접 언급하며, 그들과 같은 처지가 되진 않을까 고뇌한다. 이처럼 각 트랙에 전혀 다른 표현적 장치를 사용하고, 여러 상황, 또는 실재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끼워 넣어 몰입도를 높인다.
프로덕션 또한 매력적이다. 드림빌 소속 동료 프로듀서 론 길모어(Ron Gilmore)와 함께 대부분 직접 주조한 비트는 오멘의 차진 랩톤과 자연스레 맞물린다. 보컬 샘플과 여러 사운드 소스를 풍성하게 사용하며 각 곡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 무드를 조성하는데,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후렴구의 급박한 드럼 변주가 인상적인 “Elephant Eyes”를 비롯해 장난스럽고 밝은 소스 운용과 그에 상반되는 슬픈 가사 내용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Father Figure”는 백미다.
[Elephant Eyes]는 오멘이 직접 겪은, 혹은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쭉 늘어놓고, 각 주제에 맞게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여기에 질 좋은 프로덕션, 기복 없이 탄탄한 랩핑이 합쳐져 상당히 빼어난 데뷔작이 탄생했다. 더불어, 보유 랩퍼들 중 마지막 패를 성공적으로 내보인 드림빌 레코즈의 다음 행보도 충분히 기대해 봄 직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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