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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ill Scott
Album: Woman
Released: 2015-07-24
Rating:
Reviewer: 황두하
2000년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에서 ‘베스트 랩 퍼포먼스’ 부문에 선정된 노래“You Got Me”의 주인공은 단연 힙합밴드 루츠(The Roots)와 에리카 바두(Erykah Badu)였다. 그러나 이 곡의 성공 뒤에는 음악을 듣자마자 후렴구를 작사하고 멜로디 라인을 짜냈던 숨은 공신 질 스캇(Jill Scott)이 있었다. 루츠의 퀘스트러브(?uestlove)에게 발탁되어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해오고 있는 질 스캇의 활동 영역은 비단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녀는 시인과 배우로서도 꾸준히 활약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을 뿐만 아니라, ‘블루스 베이브 파운데이션(Blues Babe Foundation)’이라는 자선 단체를 만들어서 가난한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돕는 등, 사회적인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한, 칼럼니스트로서 매체에 비정기적으로 기고한 글들을 통해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결혼과 관련된 이슈, 랩 음악에서 드러나는 잘못된 여성관 등등, 인종과 성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에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Woman]에서 질 스캇은 주체적인 여성상에 대해 피력하며, 사랑과 이별의 여러 측면을 세심하게 다룬다. 이는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한 번쯤은 다룬 주제이지만, 그동안 다방면으로 사회참여적인 활동을 보여준 그녀이기에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대표적으로 첫 번째 트랙 “Wild Cookie”는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을 암시해주고 있다. 스캇은 기타 스트링과 라이브 드럼 위에 스포큰 워드(Spoken Word)로 미드 [엠파이어, Empire]의 여주인공인 쿠키(Cookie/*필자 주: 드라마 내에서 마약 거래로 감옥에 갔다 오는 인물로, 상당히 거친 언행의 소유자이다.)를 소환해 그녀에게 자존감을 찾도록 조언해주는데, 이것이 일반 여성들에 대한 조언으로 확장되면서 자연스레 스캇이 지향하는 여성상이 드러난다.
이외에도 스캇은 다수의 트랙을 통해 남성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오히려 주도적으로 관계를 이끌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는 모습마저도 헌신적이라기보다는 과감하고 독립적으로 묘사된다. 또한, 니나 시몬(Nina Simone)의 “I Want A Little Sugar In My Bowl”을 인용하여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는 “Closure”는 앨범 내에서 가장 유쾌한 트랙으로, 자신을 실망시킨 연인에게 통쾌한 방법의 복수로 이별을 고한다. 흥미로운 건, 따로 떼어놓고 보면 평범한 사랑 노래인 트랙들도 스캇이 앨범을 통해 제시하는 여성상과 만나 전혀 다른 차원의 감흥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순탄치 않았던 지난 사랑의 이야기를 꺼내는 “You Don’t Know”, 지난 상처 때문에 새로운 사랑 앞에서 망설이는 “Crusin’”,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가 참여한 달콤한 듀엣 송 “Beautiful Love” 등이 그러하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어느 때보다 힙합 뮤지션들과 긴밀하게 작업하며 리듬감을 강조한 전작 [The Light of The Sun]에 비해서 한층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이다. “Run Run Run”, “Closure”, “Coming To You”와 같은 곡들에서는 고전 소울 특유의 펑키한 업비트 스타일을 선보이지만, 그 외에는 미디엄 템포의 힙합 소울 "Fool's Gold"를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네오 소울과 다운 템포 알앤비, 필리 소울 등이 어우러지며 비교적 잔잔한 리듬의 곡들이 이어진다. 전작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포큰 워드는 보컬과 차례로 교차하고 있는 느낌으로, 특히, 일렉 기타와 현장감이 돋보이는 드럼 위로 스포큰 워드로만 곡을 채우는 “Say Thank You” 같은 트랙이 눈에 띈다. 이 같은 지점은 데뷔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탄탄한 프로덕션과 여전히 진한 감동을 주는 스캇의 훌륭한 보컬 덕에 앨범의 완성도를 논하는 데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전작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Woman]은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 속에서도 질 스캇이 여전히 꿋꿋하게 고유의 색깔을 지키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물이다. 비록, 그동안 그녀의 앨범들 가운데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뚜렷한 주제의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실력으로 완성된 본작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드물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항상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질 스캇은 여전히 다음이 기대되는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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