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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ianne La Havas
Album: Blood
Released: 2015-07-31
Rating:
Reviewer: 황두하
영국 출신의 소울/포크 싱어송라이터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는 2012년에 데뷔 앨범 [Is Your Love Big Enough]를 발표했을 당시, 일견 동향의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를 떠오르게 했다. 앨범은 어쿠스틱 사운드 위에 얹힌 그녀의 매력적인 보컬과 준수한 완성도로 그 해 아이튠즈(iTunes) 올해의 앨범에 오르는 등 좋은 성과를 올렸다. 이후 그녀는 프린스(Prince)의 2014년작 [Art Official Age]에서 다수의 트랙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더 많은 대중에게 존재를 각인시켰다.
전작 이상의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두 번째 정규앨범 [Blood]는 그녀의 만개한 역량과 더욱 확장된 음악적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어쿠스틱 사운드가 주를 이뤘던 전작과 달리 앨범의 프로덕션은 네오 소울, 재즈, 록, 레게 등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두왑(Doo-wop) 사운드를 차용한 알앤비 송 “What You Don’t Do”, 레게의 영향이 느껴지는 “Grow”, 후렴에서 이루어지는 록 사운드로 급격한 전환이 인상적인 “Never Get Enough” 등은 대표적이다. 이처럼 상이한 스타일의 트랙 사이에서도 리앤 라 하바스의 보컬은 주도권을 잃지 않으며 곡들을 이끌어가고, 구성 면에서도 전체적으로 일정한 톤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녀의 음악적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같은 음악적 변화는 이번 앨범이 그녀가 어머니의 고향인 자메이카를 여행하면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탄생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앨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자신의 뿌리에 접근하고자 한 그녀의 노력은 앨범 곳곳을 통해 감지되는데, 이는 사운드뿐만 아니라 가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 중에서도 기타 리프와 현장감을 강조한 리듬 파트가 어우러진 “Green & Gold”는 가장 직접적으로 주제를 드러낸 트랙으로, 자메이카를 상징하는 초록색과 아버지의 고향인 그리스를 상징하는 금색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업비트의 네오 소울 트랙 “Midnight”에서는 자메이카 여행에서 찾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악마의 유혹에 저항하는 모습을 표현한 “Grow”를 통해서는 그녀의 주체적인 의지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피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정체성, 사랑, 인생에 대한 고찰이 드러나는 가사들은 한 편의 시처럼 잘 짜여 있으며, 주제들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이외에도 바람에 흩날리는 차임(Chimes)과 점점 고조되는 코러스로 시작하는 경쾌한 재즈/팝송 “Unstoppable”,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에서 영감을 받아 낯선 곳에서 외로움을 표현한 “Tokyo”, 연인과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는 다운템포 트랙 “Wonderful” 등 역시 주목해야 할 곡들이다.
리앤 라 하바스가 3년만에 발표한 [Blood]는 전작을 웃도는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한 걱정을 말끔히 날려보내기에 충분하다.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음악적 변화로 그녀는 보다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로 발돋움 하는 데에 성공했다. 본작은 우리에게 그녀가 가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으며, 그녀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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