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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이센스(E Sens)
Album: The Anecdote
Released: 2015-08-27
Rating:
Reviewer: 남성훈
이센스(E Sens)는 독보적인 랩 스타일과 뛰어난 퍼포먼스로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목을 집중시켰고, 신선한 벌스(Verse) 가득한 믹스테입 덕분에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신예 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를 모았었다. 본격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을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과 듀오, 슈프림 팀(Supream Team)으로서는 아쉬운 완성도의 앨범만 남긴 채 마무리되었지만, 이후 돌발적으로 공개한 곡들은 이센스의 고유한 재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이는 고스란히 앨범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오랫동안 기다린 그의 첫 솔로 앨범이 발표됐다. 많은 루머를 양산해내면서 발매 전부터 가장 중요한 한국 힙합 앨범이 되어버린 것 같았던 [The Anecdote]는 과연 쏟아진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앨범일까?
일단 확실한 건 이센스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랩 퍼포먼스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이를 돋보이게 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뛰어난 프로덕션이 그의 완전한 통제 아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적어도 그가 앨범을 기획하며 목적으로 삼았을 완성형에 근접했다는 걸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이센스는 앨범 전체적으로 순식간에 듣는 이를 집중시키는 특유의 즉흥적 기운을 극대화시켰다. 마치 비트가 흐르면 되는대로 지껄이는 듯한 그의 독보적인 랩 스타일이 강력한 감흥을 전달하는 이유는 그 뒤편으로 치밀하게 짜인 라이밍과 플로우 설계를 뛰어난 전달력 위에 잘 깔아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구절절 말해주는 듯한 랩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으로, 기술적 성취가 불러오는 감흥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전해지는 맛이 최고다. 텍스트로 확실히 각인되는 라임 배치나 '펀치라인' 강박감, 그리고 스타일이라는 명목아래 구차하고 수준 낮게 이루어지는 영어문장의 사용 없이도 기술적으로 훌륭하게 완성한 랩을 앨범 속에 가득 담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데뷔 전부터 현재까지 겪은 사건과 감정을 나열하는 다소 평이한 주제의 서사가 인상적인 감흥을 전달하는 것도 앞서 언급한 흡입력 강한 랩과 더불어 개별 곡의 명확한 역할과 배치가 이루어진 덕이다. 첫 트랙 "주사위"에서 “A-G-E”, “Writer’s Block”, "Next Level"까지 이어지는 전반부는 손에 잡힐듯한 세밀한 표현력을 통해 구현된 자기 서사의 황홀한 감흥을 느낄 수 있는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특히, "Next Level"의 경우, 본인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 겪은 사실을 단순 나열하는 것만으로 여느 랩퍼들과 재능을 차별화하는 동시에 브랜뉴뮤직, ‘쇼미더머니’ 등을 겪으며 바라보기 민망해지고 있는 한국 힙합 씬을 약간의 판타지 부여와 함께 구원하는 것 같은 짜릿함마저 제공한다. 단연 앨범의 베스트트랙이다.
이어지는 “삐끗”과 (개코 디스곡으로 추정되는) “10.18.14”에서 현재의 음악 시장에 냉소를 날리고는 어린 시절 가장 큰 영향을 줬을 아버지의 부재를 매개로 부조리한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다시금 현실을 곱씹으며 앨범을 마무리하는 후반부는 이센스가 화자이기에 더욱 극적인 먹먹함을 남긴다. 이유는 명확하다. [The Anecdote]를 선택해 듣는 이라면, 모호하게 처리된 가사라도 그가 겪었고, 대중에게 드러난 특정 사건을 대입하면서 자연스레 감정선을 붙잡고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이한 주제의 나열이 특정 랩퍼의 상황과 놀라운 랩 퍼포먼스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서사로 마감되는 진행은 보기 드물게 짜릿한 힙합 엔터테인먼트라 할만하다.
모든 곡을 만든 오비(Obi)의 비트는 둔탁한 드럼과 절제된 룹의 운용이 돋보이는 붐뱁(Boom Bap) 사운드로 각 곡이 의도한 무드를 제대로 잡아준다. 단 전반적으로 한국의 힙합 팬들이 ‘90년대 동부 힙합 하면, 즉시 떠올리는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나 피트 락(Pete Rock) 풍의 두텁고 강하게 내리치는 붐뱁과는 좀 다르다. 당시 또 하나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던 붓 캠프 클릭(Boot Camp Clik) 진영이나 로드 피네스(Lord Finesse) 풍에 더 가까운데, 건조하게 퍼지는 드럼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한 악기를 통해 이센스의 랩이 만드는 여운을 퍼트리는 영민한 협연이 돋보인다. ‘90년대 초반, 오비가 데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프로덕션 듀오, 소울샥 앤 카를린(Soulshock & Karlin) 특유의 멜로딕한 힙합 사운드의 영향이 느껴지는 “Writer’s Block”과 이지 모 비(Easy Mo Bee)가 떠오르지만, 고유의 바이브를 녹여낸 “Tick Tock”까지, 오비의 프로덕션도 단연 앨범의 주요 감상 포인트다. 더불어 붐뱁에서 벗어난 “The Anecdote”와 “Unknown Verse” 역시 앨범에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1인 프로듀서 체제의 성공과 프로듀서로서 오비의 넓은 시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센스는 앨범 안에서 랩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실함을 여러 번 드러내지만, 단 한 곡도 뻔한 대중적 흥행코드를 흡수하지 않았다. 그저 앨범에서 그가 멋있다며 드러내는 취향과 머지않은 작품의 완성을 위해 준비한 여러 요소들이 치열하게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The Anecdote]가 마무리된 후 드러난 음악적 성취 자체가 이센스가 가사에서 흩뿌려놓은 여러 감흥의 마지막 한 조각이 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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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랩퍼중에 좋은 것이 없어서 뭐 내가 해야지 하고 만든 앨범
진짜배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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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 통쾌함은 이센스라는 뮤지션만의 세상을 보는 '틈' 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 '틈' 에는 깊은 환멸이 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환멸이 이 앨범에 속에 뮤지션이 박아놓은 심미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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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도 닫은 리드머에서
이 정도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 내는
2015 한국힙합 앨범이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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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톤을 가진 랩퍼가 이런 비트위에서 이런 가사로 얘기하는걸 기다려왔거든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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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죠. 전 딴 데서도 얘기했어요. 나는 기본이라고. 이제 느껴요. 아, 이제 기본들은 다 한다. 이제 자기 스타일로 발전시킬 줄 아는 애들이 좀 나올 것 같다. 여기서 전 경쟁심을 느끼고 기술적으로 앞서야 되겠다기보다 커리어가 없는 래퍼로서, 내 첫 음반으로 뭔가 보여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선후배를 떠나서 내가 힙합 좋아했고, 한국 땅에 살면서 랩을 이렇게 붙잡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에는 스웨깅하고 너희들 한 방 먹이고 이런 트랙은 안 넣고 싶어요." - 이센스 GQ인터뷰 중에서.
....이게 그거네요. 진짜. 고맙습니다. 아아아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