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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동수
더 게임(The Game)이 돌아왔다.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훌륭했던 앨범이자, 힙합 역사에도 가장 훌륭한 데뷔 앨범 중 하나로 손꼽힐 [The Documentary]의 후속작을 가지고. 아무래도 하향세가 뚜렷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을 대표하는 무기를 통한 재기일 것이다. 마치 나스(Nas)가 위기의 순간에 [Stillmatic]으로 단숨에 재기했던 것처럼. 더 게임은 위기의 순간 '다큐멘터리'를 꺼내 들었고, 승부수는 정확히 통했다. [The Documentary 2]는 평단과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완벽한 부활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다. 그런데 게임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디스(Diss)! 그의 커리어에서 음악을 빼고 인터뷰만 남기면 단숨에 '언프리티 랩스타'가 될 정도로 더 게임의 커리어는 디스와 비프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더 게임의 디스 역사 중간 정산. 이름하여 더 게임 오브 디스(The Game Of Diss).
닥터 드레(Dr. Dre)가 더 게임의 음악적 아버지라면, 피프티 센트(50 Cent)는 디스의 아버지가 되겠다. 더 게임이 자신의 라이벌들과 함께 작업하고자 했던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피프티 센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 게임을 지유닛(G-Unit)에서 방출시킨다. 그 소식을 듣고 더 게임과 동료들은 방송국으로 찾아갔고 작은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둘 사이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2009년 더 게임이 화해의 제스처를 건넨 적도 있으나 피프티 센트가 대응하지 않자 더 게임은 다시 'Fuck G-unit'을 외치고 있다. 한편, 게임은 피프티와 비프가 한창일 무렵, 몰래 숨어서 피프티 센트의 차에 비비탄을 쏘는 기행(?)을 한 적도 있다.
The Game 300 bars Freestyle: https://www.youtube.com/watch?v=f4RzMEcFOHo
상대를 보면 클래스를 알 수 있다. 더 게임이 얼마나 디스계의 큰 인물인지를 알 수 있는 상대가 있으니 바로 제이지(Jay Z)다. 물론, 제이지와 나스가 벌였던 것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대결은 아니다. 혹은 더 게임이 피프티 센트와 주고받은 살벌한 싸움도 아니다. 게임이 잽을 계속 날리고 제이지가 조금씩 받아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더 게임의 말대로 현역 중에 제이지에게 이렇게 펀치를 날릴 수 있는 랩퍼는 아마 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발단은 이렇다. 더 게임이 제이지에게 커리어에 관한 질문을 했는데, 그 대답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더 게임은 제이지에게 잽을 날리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제이지의 대답이 무엇이었는지 끝끝내 밝히지 않았다는 것.
Game - Uncle Otis (Jay-Z Diss): https://www.youtube.com/watch?v=LOgpmiV6Fpg
디스의 신이 되면, 1:1은 시시할 수도 있다. 17:1 정도는 되어야 어디 가서 디스 좀 한다고 할 수 있지. 더 게임은 XXL이 선정한 2014년 주목해야 할 랩퍼들 전원을 디스했다. “Bigger Than Me"라는 곡에서 커버에 있는 요즘 랩퍼들은 소프트하다며 한 방을 날린 후, 프랭크 오션(Frank Ocean)에게는 그 놈들과 떡이나 치라고(그의 성적 취향을 공격) 공격한 뒤, 요즘 이 바닥은 너무 소프트하다고 다시 한 번 한탄한 다음, 미겔(Miguel)이나 불러다가 노래를 시켜야겠다고 마무리한다. 가히 농약 살포 수준의 디스곡이라 할 수 있다.
The Game - Bigger Than Me (Official Video): https://www.youtube.com/watch?v=zychRsPMfDE
알고 보면 더 게임은 ‘상남자(약간의 비아냥)’ 타입의 캐릭터다. 예를 들면, '내 친구의 친구는 나의 친구', '내 친구의 적은 나의 적', '내 친구를 욕하는 것 = 나를 욕하는 것', 이런 식이다. 게임의 비프 역사에는 이런 예들이 종종 있다. 영 떡도 그런 예다. 더 게임의 절친 릴 웨인(Lil Wayne)과 영 떡이 [Carter]시리즈로 갈등을 빚고 있을 때 그는 릴 웨인의 편을 들고 나서서 영 떡을 비난했고 영 떡이 전직 스트리퍼 따위는 두렵지 않다고 맞서면서 일이 커졌었다. 다행히 영 떡이 사과하면서 일이 마무리되었지만, 워낙 변덕이 심한 더 게임이니 두고 볼 일이다.
앞서 본 케이스와 같은 케이스다. '내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란 논리가 빚은 어이없는 디스전이다. 릴 덕(Lil Durk)과 마찰을 빚고 있던 타이가(Tyga)가 디스곡을 녹음하면서 더 게임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더 게임은 릴 덕의 노래를 들어 본 적도, 릴 덕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심지어 타이가의 벌스도 모르는 상태에서 릴 덕을 디스한 것이다. 게임의 이 허술한 디스 참여는 다른 라이벌들과의 트위터 싸움으로까지 번졌었다.
Tyga - Chiraq Ft. Game (Lil Durk Diss): https://www.youtube.com/watch?v=bVLdO7UaYC0
더 게임이 포티 글락(40 Glocc)과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갈등을 빚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둘은 친할 수가 없는 사이이고 (서로 다른 갱, 더 게임과 불편한 지유닛, 래스 캐스와 친분) 더 게임이 글락을 일방적으로 구타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일이 커졌다. 포티 글락은 16명이 총으로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 구타당한 것이라며 명예훼손으로 더 게임을 고소했고, 두 뮤지션의 싸움은 음악이 아닌 법정으로, 그리고 인스타그램으로 번져갔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08&v=5P_0_mLWx7M
지금부터 다룰 디스와 비프들은 게임의 커리어 초창기에 있었던, 작은 갈등들이다.
2004년, '웨스트코스트 비기(Biggie)'란 별칭과 함께 게릴라 블랙(Guerilla Black)이 뜨기 시작하자 더 게임은 재빨리 그를 페이크 비기라며 씹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게릴라 블랙도 “400 shotz"라는 디스곡을 발표했지만, 둘의 갈등은 게릴라 블랙의 인기가 식으면서 자연스럽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더 게임은 지속적으로 제이지에게 잽을 날려왔는데, 2005년에는 제이지의 오른팔이었던 멤피스 블릭(Memphis Beek)과 락카펠라 레코드의 떠오르는 별 영 건즈(Young Gunz)를 건드려 제이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었다.
지금은 사이가 나쁘지 않은 조 버든과는 커리어 초창기, 즉 지유닛에 속해있을 때 갈등을 빚었다. 조 버든이 지유닛에 잽을 날리자 ‘사나이’ 더 게임이 바로 디스곡을 발표해서 잠깐 불꽃이 일었던 것. 둘은 지난 2008년, 더 게임의 [L.A.X] 출시 기념 파티에서 화해했다.
호평을 받고 있는 이번 앨범에서도 더 게임은 가만히 있는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를 씹어서 한차례 뉴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디스와 비프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이야 힙합 씬에서 워낙 비일비재한 일이니까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더 게임이 좀 과한 건 사실이다. 이제 힙합 씬의 큰 형님 위치에 올라섰으니 조금은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과 혹 디스를 하더라도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멋진 곡으로 하길 바라본다. 아 더불어 [[The Documentary 2]와 [The Documentary 2.5]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걸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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