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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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WV
Album: Still
Released: 2016-02-05
Rating:
Reviewer: 강일권
지난 2012년, SWV가 무려 15년 만에 새 정규 앨범 [I Missed Us]를 발표했을 때 놀라움을 넘어 가슴 벅찼던 건, '90년대 걸 그룹 알앤비를 기억하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할 만큼 고농도의 음악을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이가 추억하며 그리워하지만, 정작 스타일을 구현한 앨범은 없다시피 하여 다소 모호한 위치에 있던 ‘90년대 알앤비를 그 시대의 주인공이 직접 그려내어 아름다웠다. 그로부터 약 4년이 흘렀고, 그룹의 다섯 번째 정규작이 발표됐다.[Still]의 전반적인 색채는 [I Missed Us]와 비슷하다. 전혀 변치 않은 전성기 시절의 고운 화음과 사운드의 질적인 부분에서만 새 옷을 갈아입은 프로덕션이 만나 다시 한 번 당대 알앤비 팬들의 심금을 은근히 휘젓는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다고 마냥 ‘90년대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프로덕션 진에서부터 드러난다.
전작에서 대부분 곡을 프로듀싱했던 카이넌 램(Cainon Lamb)과 새롭게 합류한 빅 디(Bigg D)가 전곡을 프로듀싱했는데, 램이 ‘90년대 알앤비의 감흥과 2000년대의 세련된 사운드가 결합된 곡들을 주로 만들어왔다면, 빅 디는 남부 힙합 아티스트들과 주로 작업하며, 알앤비 어프로치가 강한 곡들을 만들어왔다. 두 프로듀서는 이번에 그들의 장기는 유지하되, 필요할 땐 과감하게 개성을 누르면서까지 SWV가 나아가고자 한 방향에 맞는 음악을 주조했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조합은 인상적인 작품으로 귀결됐다.
새삼 SWV의 보컬을 듣는 맛도 새롭다. 그룹의 전매특허였던 ‘얇고 고운 소리’ 위로 세월의 흐름에 따른 약간의 무게감이 얹히니 보컬과 화음이 더욱 그윽해지고 풍성해졌다. 하지만 워낙 기본적인 음색 자체가 여렸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도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의미에서) 연륜이 느껴지진 않는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만큼 SWV의 보컬은 ‘90년대와 오늘날 메인스트림 알앤비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할 수 있겠다. 만약 그녀들의 커리어를 모르는 상태로 듣는다면, 최근에 나온 걸 그룹의 음악이라 느낄 법도 하다. 외피는 2000년대 미디엄 템포의 어반 사운드지만, 내피는 1집 [It’s About Time](1992)의 "I'm So into You" 속편 격인 첫 곡 “Still”과 멜로딕한 ‘래칫 뮤직(Rachet) + 알앤비’ 스타일의 "Love Song" 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전반적으로 고른 완성도의 곡이 포진한 가운데, 특히 잘 짜인 멜로디와 구성으로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건 "MCE (Man Crush Everyday)"와 "Ain't No Man", 그리고 "Miss You"다. 지미 잼(Jimmy Jam) & 테리 루이스(Terry Lewis)가 재닛 잭슨(Janet Jackson)에게 선사한 "Funny How Time Flies (When You're Having Fun)"을 연상하게 하는 무드에 야릇함이 더해진 슬로우 잼 넘버 "MCE (Man Crush Everyday)", 벌스부터 브릿지를 지나 후렴에 이르기까지 탄탄하게 쌓은 멜로디와 어레인지가 돋보이는 "Ain't No Man", 해럴드 멜빈 앤 더 블루 노트(Harold Melvin & the Blue Notes)의 명곡 "I Miss You"를 샘플링한 곡 중 손꼽을만한 "Miss You" 모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전작이 한동안 잊혔던 SWV의 존재감을 회복하는 앨범이었다면, 본작은 그렇게 회복한 존재감을 굳히기에 들어간 앨범이라 할만하다. 다시 말해서 [Still]은 SWV가 역사 속에 기록된 그룹이 아니라 여전히 커리어가 진행 중인 그룹임을 확실하게 공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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