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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염따
Album: 살아숨셔
Released: 2016-02-18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염따는 2006년 싱글 “Where Is My Radio”로 씬에 등장할 때부터 줄곧 유쾌한 캐릭터를 유지해왔다. 다만, 과장된 톤은 그에 잘 부합했지만, 느슨한 라이밍과 일차원적인 가사, 그리고 산만한 래핑 탓에 랩퍼로서 존재감은 희미했다. 이후로도 몇 장의 싱글만을 발표했을 뿐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않아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은 희석되어갔고,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행보는 사람들에게 그를 씬의 ‘주변인’쯤으로 인식하게 했다.염따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발표한 정규작 [살아숨셔]는 앞서 언급한 그의 지난한 과정들을 알고 들을 때 더 와 닿는 지점이 많은 앨범이다. 그는 앨범을 통해 연예계 주변을 맴돌며 이른바 ‘잘나가는 형들’의 등에 업혀 뜨기를 바랐던 과거의 자신을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그럼”이나 “이런 느낌”은 그 대표적인 트랙들로, 그동안 구축된 캐릭터와 앨범을 준비하게 된 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며 감흥을 선사한다. 또한, 고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하이파이브”와 어머니에 대한 바람을 늘어놓는 “거실”은 처음과 끝에 배치되어 앨범을 관통하는 서사를 잡아주는 효과적인 축이 되었다. 이처럼 염따는 모든 곡에서 구체적인 예시를 들고 그에 대한 감정을 아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데, 이것이 그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한편, 자신을 떠난 전 연인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처음은 난데” 같은 곡은 지나치게 노골적이어서 불편한 지점이 있기도 하지만, 앨범을 통해 제시한 캐릭터의 연장선에서 보자면, 이해할만하다. 철저하게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억울함을 토로하며 비슷한 경험을 했을 남성들의 공감을 호소하는 동시에 결국, 다른 이와 섹스에 대한 질투가 귀결이라는 점에서 본인의 지질함마저 드러내며 묘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반면, 바로 이어지는 유흥업 종사 여성들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 “스타렉스”는 주제적으로 다소 뜬금없기도 하거니와 가사적으로도 한국 힙합 초기적에 나왔던 비슷한 주제의 곡들의 클리셰를 반복한 수준이라 감상을 저해한다. 정규임에도 9곡이라는 적은 곡 수를 고려하면, 주제의 낭비가 아쉽다.
무엇보다 [살아숨셔]의 장점은 염따의 랩-싱잉 퍼포먼스와 기대보다 탄탄한 프로덕션이다. 트렌드에 따라 시도한 랩-싱잉 스타일은 염따 특유의 과장되고 유쾌한 톤과 잘 어울리는데, 그 덕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던 랩핑의 단점까지 효과적으로 상쇄했다. 더불어 이를 살려낸 후렴구 메이킹 역시 귀를 잡아끈다. 염따가 전곡을 책임진 프로덕션 역시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알앤비 씬의 트렌드를 적극 차용했다. 전반적으로 멜랑콜리하고 침잠된 무드를 중심으로 여백이 느껴지는 프로덕션을 추구했는데, 그 구성과 연출이 탄탄하다.
특히,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Summer Madness (Live)"에서 브라스 섹션을 샘플링하여 완성한 “하이파이브”, 독특한 소스를 사용한 트랩 트랙 “풍덩”, 청량한 기타 사운드로 래칫(Ratchet)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한 “이런 느낌” 등은 준수한 완성도를 뽐내는 트랙들이다. 그러나 듣자마자 드레이크(Drake)의 "Hotline Bling”이 연상되는 지나친 레퍼런스가 민망한 타이틀곡 "그럼"은 치명적이다. 맹목적인 트렌드 따르기는 항상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염따가 데뷔이래 오랜 시간이 흘러 발표한 첫 앨범 [살아숨셔]는 개인의 이야기와 아티스트로서 발전이 오롯이 담긴 결과물이다. 본작을 통해 염따는 흐릿해져 갔던 뮤지션의 정체성을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 비록, 아쉬운 지점이 있으나 아티스트라는 명함을 떳떳이 하는 건 그를 대표할 만한 앨범의 유뮤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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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신선하게 다가온 점은 염따 이 양반이 가진 서사와 그 서사안에서 자신의 포지션이 유명세를 쫓는 철부지 혹은 작가가 썼다 싶이 기둥서방등등 인데, 만약 내 옆사람이 었다면 뭐 저런놈이 다있어~ 했을 거같은데 전혀 눈쌀을 찌푸릴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할까요. 그 뭔가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오 전개 방식이나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앨범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