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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딘(Dean)
Album: 130 mood: TRBL
Released: 2016-03-24
Rating:Rating:
Reviewer: 황두하
신예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딘(DEAN)은 에릭 벨린져(Eric Bellinger) 등과 작업하며 미국에서 먼저 데뷔 싱글을 발표했고, 국내에선 엑소(EXO)를 비롯한 아이돌 그룹과 작업을 통해 작곡가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특히, 그가 미국에서 냈던 싱글 “I’m Not Sorry”와 “Put My Hands On You”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 받은’이라는 뻔한 보도자료용 홍보 문구를 민망하지 않게 할만큼 탄탄한 결과물이었다. 기본적으로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표방하면서도 단순히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 탁월한 멜로디를 짜고 이를 색깔 있게 구현해내는 딘의 음악적 역량은 놀라웠다. 정규앨범을 기대할만한 또 다른 신예의 등장이었다.그의 정규작을 만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 첫 번째 EP는 그 기다림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다수의 프로듀서들과 협업을 통해 구현한 트렌디한 사운드의 프로덕션이 매우 훌륭하다. 이미 작년에 발표한 곡임에도 그 매력이 여전히 유효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트랩 알앤비 트랙 “풀어(pour up)”는 이러한 앨범의 사운드를 대변한다. 그런가 하면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bonnie & clyde”에선 느릿한 베이스와 신시사이저의 운용이 곡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배가시켜 주며, 후반부에서 이루어지는 멜로디적 변주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붐뱁 비트 위에 서정적인 피아노 라인이 인상적으로 얹힌 “D(half moon)”와 펑크(Funk) 리듬이 흥겨운 “21” 등도 주목해야 할 곡들이다. 다만, 크러쉬(Crush)와 제프 버넷(Jeff Bernat)이 참여했지만, 지나치게 클리셰적인 구성과 멜로디 진행이 발목을 잡는 “what2do”는 다른 트랙들과도 이질적으로 느껴져 아쉬움을 남긴다.
딘의 보컬 역시 매력적이다. 빠르게 가사를 뱉어내다가도 다시 힘을 풀어 멜로디의 결을 살려내는 완급조절은 프로덕션과 맞물려 제대로 빛을 발한다. 더불어 발음을 흘리며 멜로디를 유려하게 소화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팔세토 창법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기도 한다. 특히, 랩과 보컬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시도가 어설프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점이다.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조금은 심심한 보컬 톤의 한계 또한 극복해냈다.
가사적으로도 연인과 만남부터 이별까지를 다룬 스토리는 자칫 뻔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이를 역순으로 배치해 이야기의 실마리를 쫓아가게 하는 구성으로 함정을 피해갔다. 섬세한 감정을 담은 시적인 표현 사이사이에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해 전형성을 탈피하며 전체 서사의 일관성을 잡아준 부분도 돋보인다. 그러나 이별 후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위악적인 방황을 그린 “풀어(pour up)”에서 단순한 섹스송으로 가사를 풀어낸 지코(Zico)의 랩은 아쉬운 지점이다. “D(half moon)”와 “I love it”에 각각 참여한 개코와 도끼(Dok2) 역시 기대 이하의 평이한 라임을 보태는 데에 그치고 말았다.
[130 mood: TRBL]는 촉망 받는 신예 아티스트의 현재를 고스란히 담은 결과물이다. 앞으로 딘이 발표할 ‘130 mood’ 시리즈의 산뜻한 출발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간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장르 음악으로서 알앤비를 추구하는 아티스트가 꽤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딘은 이번 앨범을 통해 그러한 흐름을 이어갈 만한 적임자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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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인 쾌감을 벗어나서 what2do의 호소력은 대중음악가라면 한번쯤 시도할만한 달달함이었던거 같아요.
겨울에 잘 들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