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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nnie Paz - The Cornerstone of the Corner Store
- 양지훈 작성 | 2016-11-03 16:14 업데이트 | 추천하기 6 | 스크랩 | 24,051 View
Artist: Vinnie Paz
Album: The Cornerstone of the Corner Store
Released: 2016-10-28
Rating:
Reviewer: 양지훈
필라델피아 랩퍼 비니 패즈(Vinnie Paz)의 커리어는 헤비 메탈 킹즈(Heavy Metal Kings)를 제외하면 크게 세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그가 걸어온 역사 그 자체인 제다이 마인트 트릭스(Jedi Mind Tricks, 이하 JMT), 둘째는 아미 오브 더 패로우스(Army of the Pharaohs, 이하 AOTP), 그리고 마지막으로 솔로 커리어이다. JMT와 AOTP의 주축이면서도 남은 기력으로 솔로 앨범까지 만드는 그의 성실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비니는 이번 [The Cornerstone of the Corner Store] 이전까지 2장의 정규 앨범과 2장의 EP를 제작했을 정도로 솔로 커리어에도 공을 들여왔다.그의 솔로 커리어는 양적으로만 충분했던 것이 아니라, 방향성이 명확했기 때문에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스툽(Stoupe)과 씨-랜스(C-Lance)를 메인 프로듀서로 두지 않고 보다 다양한 이들을 섭외해 왔으며, 게스트 랩퍼 또한 다양하게 초대하곤 했다. JMT의 탈퇴와 재가입을 수차례 반복하던 저스 알라(Jus Allah)도 그의 솔로 앨범에서는 잠시 지나가는 게스트일 뿐이다. 이렇게 JMT, AOTP의 커리어와 뚜렷하게 차별화를 둔다는 점은 세 번째 솔로 앨범에서도 변함이 없다. 누구보다도 비니 패즈 본인이 앨범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힘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다양한 랩 게스트를 섭외하는 건 비니 패즈의 강한 랩이 자칫 청자의 피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중화 역할을 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이는데, 이는 현명한 선택인 듯하다.
이번 앨범도 평소 친분이 있던 프로듀서들의 조력으로 완성했는데, '90년대 붐-뱀(Boom Bap) 스타일의 비트를 활용한 것이 눈에 띄는 강점이다. 초반부 "Philo: Metatron: Wisdom"과 "The Void"로 이어지는 부분이 특히 압권이다. 각각 오 노(Oh No)와 벅와일드(Buckwild)의 공이 크다. 관악음을 기반으로 하는 "Philo: Metatron: Wisdom"의 웅장함에 압도되고, 귀에 착착 감기는 드럼과 비니의 랩, 그리고 이먼(Eamon)의 코러스가 삼위일체를 이룬 "The Void"에 재차 감탄하게 된다. 후반에 배치된 "Nineteen Ninety Three"도 붐-뱀 스타일로 괜찮은 그루브를 제공하지만, 초반 두 곡의 기세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씨-랜스를 위시한 타 프로듀서들의 비트도 전반적으로 비니 패즈의 랩과 나쁘지 않은 조화를 이룬다. 비트보다는 랩이 앨범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대체로 강한데, 말 많고 탈 많은 시절을 지나 솔로 1집 시절부터는 큰 문제가 없었던 비니의 랩이 어느덧 앨범을 리드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독할 정도로 드럼 루프에 정확하게 맞추는 정박의 랩을 시종일관 구사하지만, 정교하고 탄탄한 라임으로 점철되어 있어 오래 전 나온 우려 섞인 목소리가 무의미할 따름이다. 그의 가사는 테러리스트의 기세를 보이다가도, 때로는 호러코어(Horrorcore)로 돌변하기도 하는데, AOTP의 주축인 애퍼씨(Apathy)나 셀프타이틀드(Celph Titled)처럼 휘황찬란한 랩은 없지만, 안정감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싸이코레스(Psycho Les of Beatnuts), 세븐엘(7L), 그리고 스툽(Stoupe)의 비트는 기복이 심하지 않으나, 씨-랜스가 비트를 제공한 "Hakim"과 같은 난잡한 비트의 곡을 수록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D.I.T.C. 진영의 랩퍼 에이지(A.G.)와 오씨(O.C.)의 참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나, 다분히 실험적이고 난잡한 비트가 문제인데, 앨범의 일관성을 해치기 때문에 보너스 트랙으로 넣었어야 납득할만한 곡이었다. 그러나 씨-랜스는 이렇게 의구심을 유발시키다가도, 마지막 트랙에서는 굉장한 위용을 과시하여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케 한다. 미국 근현대사를 무려 여섯 개의 벌스(verse)에 걸쳐 타이트하게 논하는 "Writings on Disobedience and Democracy"는 수시로 비트를 달리하는 씨-랜스의 조력과 비니의 앞만 보고 달리는 랩이 찰떡궁합을 이룬 명곡이다.
앨범은 완벽하거나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주인공의 안정적인 랩을 기반으로 한 시간을 알차게 채웠다. 의식적으로 JMT, AOTP와 차별화를 두려는 기획력 또한 칭찬할만한 점이며,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하이톤의 랩은 게스트들의 랩과 효과적으로 융화되었다. 기존의 솔로 앨범에 만족했던 팬이라면 이번 앨범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이처럼 탄탄한 완성도 덕에 묵묵하면서도 꾸준하게 랩 커리어를 쌓는 비니의 태도는 더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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