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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 SLY
양지훈 작성 | 2016-11-21 16:0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5 | 스크랩스크랩 | 36,413 View

Artist: 오디(Odee)
Album: SLY
Released: 2016-11-08
Rating:
Reviewer: 양지훈









2013
, 비스메이저(Vismajor) [RUN VMC]에서 수장 딥플로우(Deepflow)를 비롯한 우탄(Wutan), 베이비-나인(Baby-Nine) , 초창기 멤버와 경쟁 구도를 이루던 새로운 피가 있었다. 비스메이저에서 가장 젊은 선수인 오디(ODEE)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비스메이저 앨범뿐만 아니라 레이블 내 타 구성원의 솔로 앨범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름을 찾을 수 있었던 그가 이번에는 첫 EP [SLY] 2016VMC의 스튜디오 행적을 마무리하고 나섰다.

 

오디는 여덟 트랙으로 이루어진 이번 EP에서도 빼어난 플로우의 랩을 구사하며, 그간 보여준 가능성이 허상이 아님을 입증한다. 흡사 미 힙합 듀오 헬타 스켈타(Heltah Skeltah)의 락(Rock)을 연상하게 하는 저음의 목소리와 명확한 발음을 근간으로 하여 비트에 착착 맞물려가는 랩핑은 수차례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게스트와 조합도 안정적이다. 꾸준하게 손발을 맞췄던 VMC의 다른 멤버, 던밀스(Don Mills), 우탄, 넉살과 콜라보도 좋지만, 외부인사인 화지와 합작도 눈에 띈다. 화지의 멜로딕한 후렴구가 지원하는 "S.L.Y (Still Look Young)"는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고 싶다는 오디와 화지의 심정이 적절하게 스며들어 있다. 그런가 하면, 넉살과 함께한 “Drop”'자신과 대조적인 목소리의 게스트를 초대한 사례'의 모범답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곡처럼 각자의 벌스(verse)에서 랩을 도맡은 방식이 아니라, 제한된 길이의 마디에서 주고 받는 식의 랩을 연이어 터뜨리는데,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호흡과 코믹한 분위기 덕에 앨범을 대표하는 킬링 트랙이라 할만하다. EP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고려하면 더욱 돋보이는 지점이다.

 

물론, [SLY]가 만족스러운 데에는 프로듀서의 역할도 컸다. 앨범 전체를 담당한 프로듀서 버기(Buggy)의 지원이 없었다면 심심한 앨범이 될 수도 있었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흐름을 주도하는 "John Doe", 트랩 스타일의 "Drop" 등 전반적으로 랩에 잘 어울리는 비트를 선택한 형국이다. 특히, 과거에 대한 회상과 함께 자신의 인생관을 말하는 "John Doe"의 진지한 무드에 어울리는 황량한 비트는 최적이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오디의 유연한 플로우와 그에 상응하는 비트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며 좋은 인상을 남긴다. 자신의 나이와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그의 말처럼, 반복되는 생활("Deja Vu"), 과거에 대한 회고("John Doe"), 돈벌이에 대한 고민("삼부자") , 일상의 이야기를 때론 진지하게, 때론 풍자적으로 담아낸 가사도 듣는 맛을 더한다. 다만 "Open Ending"이나 "Underdog"처럼 뛰어난 랩 벌스에 비해 후렴구의 임팩트가 약한 부분들은 아쉽다.

 

오디가 데뷔 시점으로부터 다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첫 앨범을 발표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VMC의 다른 멤버보다 존재감이 약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본격적인 솔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본작은 정규 1집으로 가는 길을 성공적으로 다진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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