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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Drake
Album: More Life
Released: 2017-03-18
Rating:
Reviewer: 조성민
[More Life]는 드레이크(Drake)가 작년에 발표한 [Views]의 확장 버전이라 할 만큼 같은 결을 지녔다. 그의 여타 결과물들이 그랬듯 먹먹하면서 어두운 기운이 전반을 감싼 가운데, 캐러비안 사운드를 위시한 미니멀한 댄스홀 트랙의 비중이 늘어났다. 때문에 도시적인 무드와 이색적인 무드가 한 영역 안에 공존하는 프로덕션적 생태계가 조성되었다. 드리지의 커리어에서 실패라면 실패라고 칭해도 될 만한 [Views]보다 개선된 부분이 있다면, 밋밋하고 지루한 기운이 상대적으로 상실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라임(Grime) 사운드를 끌어안으면서 늘어난 랩의 비중 덕이라고 볼 수 있다.댄스홀 트랙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한 초반 구간을 지나면, 드레이크 특유의 서정성을 부각한 넘버부터 소수의 트랩 트랙과 초창기적 보이 원다(Boi-1da)표 풋풋한 사운드가 살아있는 곡들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이어진다. 결국, [Thank Me Later]부터 [What A Time To Be Alive]까지 추구해온 사운드를 재활용한 것인데, 이러한 접근은 드레이크의 구성적인 의도와 영리함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인의 강점과 씬에서 현재 차지하는 위치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드리지의 강점은 크게 두 가지다. 본인의 오리지널 사운드를 완성했다는 점과 이를 지탱하고 발전시켜줄 레이블(OVO Sound)의 기라성 같은 프로덕션 라인업이 하나, 랩과 보컬의 경계를 절묘하게 줄 타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이 탓에 드레이크를 힙합의 범주로 취급하지 않는 이도 상당히 많고 논란도 따르지만, 오히려 본인이 지향하는 음악을 하기에 훨씬 자유로우면서 압박감 덜한 환경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클래식을 두 장 거머쥔 켄드릭 라마가 현재 겪을 부담감을 한번 상상해 보라). 때문에 드리지는 여태껏 거둬온 성공 사례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획일적으로 인정받는 ‘하나의 유기적인 작품’을 만들기보단 호불호가 존재하더라도 누구나 좋아하는 트랙 몇 개쯤은 포함된 프로젝트를 목표로 한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기에 본작을 굳이 ‘앨범’이 아닌 ‘플레이리스트’라고 칭한 것이다.
중요한 건 플레이리스트라는 포맷이 [More Life]의 큰 단점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단위의 앨범으로써 갖는 유기성과 전체적인 구성 측면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것이다. 그렇기에 흐름이 끊기거나 기복이 노출될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한편으론 '러닝 타임이 길면 어때? 곡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배치가 들쭉날쭉하면 어때? 이건 플레이리스트잖아.'라고 항변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작의 구성적인 흠을 차치했을 때 [More Life]를 좋은 플레이리스트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다양한 장르적 접근을 취하지만, 감흥을 자아내는 포인트가 전과 동일하거니와 처음 시도했던 당시의 결과물보다 월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라임을 차용한 것처럼 새로운 시도도 이루어졌으나 또 다른 드레이크 프로젝트라는 것 이외엔 감흥이 덜하다.
물론, 높은 완성도의 곡도 여럿 담겨있다. 랩을 선보이는 곡에서 선전한 부분이 특히 와 닿는다. 풀어내는 소재가 전작들과 큰 차이점을 보이지는 않지만, 드레이크가 뱉기 때문에 통쾌한 펀치라인들이 상당히 많으며 이는 엄청난 감흥을 선사한다. 믹 밀(Meek Mill)을 향해 굵직한 폭탄을 날리는 트랙들과(“Free Smoke”, “Can’t Have Everything”) 일인자임을 선포하는 “Gyalchester” 등에서는 드레이크 고유의 공격성이 살아있으며, “Lose You”와 “Do Not Disturb”에서는 능숙한 감정적 운영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Skepta Interlude”를 제외한 나머지 그라임 트랙은 의구심만 남겼지만, 샘파(Sampha)의 “4422”는 보석과도 같은 트랙이며, “One Dance”를 이을만한 댄스홀 넘버도 준수하게 발현됐다.
[More Life]는 드레이크의 간판을 달고 발표된 [Untitled Unmastered.](Kendrick Lamar)와 [DROGAS Light](Lupe Fiasco) 사이 어느 지점에 자리잡은 플레이리스트다. 강점과 단점이 고루 드러난 작품으로, 한편으론 새로운 사운드를 향한 그의 집착과 고집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성공적인 결과라 할 순 없겠지만, 드리지가 그 길을 찾아가는 과정과 시행착오가 담겨있다는 데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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