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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oses Sumney
Album: Aromanticism
Released: 2017-09-22
Rating:
Reviewer: 황두하
PBR&B를 위시로 한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현 시대의 대표 장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사운드가 점점 전형화되고 아류의 출몰이 이어지면서 초기의 신선함은 사그라졌고, 유행의 바람도 주춤해지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약 2년 간의 추세는 눈 여겨 볼만하다. 개성 있는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내세운 신예들이 등장하면서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중이기 때문이다.애초에 다른 장르와의 자유로운 혼합이 미덕인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잠재된 가능성이 가지를 뻗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삼파(Sampha), 데이(THEY.), 스자(SZA),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등등, 다수의 신인이 걸출한 완성도의 앨범을 발표했다. 그리고 신예 알앤비 아티스트 모세 섬니(Moses Sumney)가 발표한 첫 정규앨범 [Aromanticism] 역시 이 대열에 이름을 올릴 만한 탁월한 작품이다.
모세는 2014년에 첫 EP [Mid-City Island]를 공개하며 데뷔했다. 그는 주특기인 기타 연주를 베이스로 인디 포크(Indie Fork), 일렉트로닉, PBR&B 등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꿈결을 거닐 듯 고요하면서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사운드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러한 음악 세계는 그간 발표한 두 장의 EP에 그대로 담겨있다.
본작은 EP의 연장선에서 더욱 완결성 있는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Mid-City Island]의 수록곡이었던 “Man On The Moon”을 차용한 인트로성 트랙 “Man On The Moon (Reprise)”부터 전작들과의 연관성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 “Plastic”, “Lonely World” 등도 전작들에 수록되었던 트랙들로 본작의 다른 곡들과 이질감 없이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상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사운드적으로도 지난 EP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보다 발전한 인상이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위로 코러스와 다양한 질감의 신시사이저들이 간간이 울려 퍼지는 “Don’t Bother Calling”은 대표적. 더불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 차용한 극적인 연출로 약 7분여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은 “Quarrel”, 기타로만 단출하게 진행되어 인디 포크의 기운이 느껴지는 “Indulge Me” 등도 인상적인 트랙들이다. 이 같은 곡들 사이로 짧은 러닝타임의 인터루드성 트랙들(“Stoicism”, “The Cocoon-Eyed Baby”)이 적절히 삽입되어 구성미 또한 챙겼다. 공기를 가득 머금은 가성으로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 모세의 보컬 역시 앨범의 완성도를 더한 핵심 요소다.
앨범의 내러티브도 매우 흥미롭다. 타이틀인 ‘Aromanticism’은 어떠한 연인관계, 나아가 인간관계를 거부하는 신념을 뜻하는 말로 모세가 만든 신조어다. 그는 본래 LA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부모님의 고향인 가나에 돌아가 살았다. 그 시절 그는 학교에서 미국식 영어 억양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고, 대학교에 진학하려 다시 LA에 돌아왔을 때는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었다. 이러한 성장배경이 모세의 인생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의 철학은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것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끝나지 않는다. 초·중반까지의 그는 관계에 치이고 지치는 과정을 묘사한 뒤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가 되는데(“Indulge Me”), 마지막 트랙인 “Self-Help Tape”에서 역설적으로 지금이 가장 자유로운 상태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마무리된다. 이 과정을 시적인 표현과 묘사로 아름답게 풀어내어 듣는 맛을 더한다. 일례로 “Plastic”에서는 관계에 지친 자신을 태양 가까이 날아 날개가 불탄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에 빗댄다.
모세 섬니의 [Aromanticism]은 또 다른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하다. 서문에서 언급한 같은 계열의 다른 신인들과 달리 이 앨범 이전에 그에 대한 주목도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본작을 기점으로 그의 존재감은 달라질 것이다. 그만큼 독특하고 뚜렷한 주제의식을 완성도 높은 색깔 있는 음악에 담아냈다. 그리고 이는 듣는 이의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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