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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Eminem
Album: Revival
Released: 2017-12-15
Rating:
Reviewer: 조성민
디트로이트를 대표하는 랩 슈퍼스타 에미넴(Eminem)은 힙합의 청자층을 보다 확대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날카롭게 찌르는 톤과 흔들림 없는 발성 및 라이브 실력, 라임을 만드는 기발함 등 탑 엠씨로서 지녀야 할 덕목을 모두 충족한다. 또한, 본인의 콤플렉스를 어떤 형식으로 풀어내야 하는지, 그 광기를 어떻게 분출하고 제어해야 서술적/감정적 디테일이 곡에 효과적으로 스며드는지 잘 알고 있다. 여기에 재치 있으면서 논란이 될만한 여러 워드플레이와 유머감각, 지저분한 상상력 등을 섞어내 슬림 셰이디(Slim Shady)라는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구현했다. 그것이 수많은 스탠(Stan)들을 탄생시켰고, 새로운 형태의 팬 베이스가 이 장르에 유입되는 결과로 나타났다.그러나 위에 열거한 에미넴의 무기들은 아쉽게도 아홉 번째 정규 앨범 [Revival]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본작은 이미 정점에서 하락한 그의 위상을 되려 더 큰 폭으로 추락시키는 데에 일조한다. 사실 앨범의 기획 의도만큼은 일부분 꽤 명확하다. 에미넴은 현 정권을 향한 분노를 드러내며 공격성을 극단적으로 표출한다(작년 가을 화제가 된 그의 ‘BET Cypher’의 성격과 같다). 다만, 여러 정치적 앨범들처럼 대안을 제시한다거나, 선동한다거나, 깨달음을 전파하는 2차 과정은 많은 부분 생략되어있다.
“Untouchable”에선 인종차별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다루고, “Like Home”에서는 애국심을 자극하지만, 이외에는 대부분 감정을 과잉으로 토해내며 에너지 자체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는 곧 본인의 감정을 청자에게 즉각 이입시켜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하려는 의도다. 어찌 보면 매우 에미넴스러운 접근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을 망치는 요소들이 앨범에 너무 많이 포함되었다.
기획적인 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팝 스타일 트랙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앨범이 발표되기도 전부터 우려를 산 게스트 진의 활약부터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사실 그들도 이 경우에는 피해자다. 비욘세(Beyonce), 에드 시런(Ed Sheeran), 앨리샤 키스(Alicia Keys), 케이라니(Kehlani) 등이 담당한 후렴은 모두 에미넴의 감정 격한 딜리버리와 따로 노는 성격이 짙어 곡의 완성도를 저해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보컬의 효과가 긍정적이라 칭할 만한 유일한 곡은 “Revival (Interlude)”이다. 앨리스 앤 더 글래스 레이크(Alice and the Glass Lake)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인다.
본작의 프로덕션을 담당한 인물들 역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락 밴드 사운드를 입혀낸 릭 루빈(Rick Rubin)이나 에미넴의 오랜 사이드킥 미스터 포터(Mr. Porter), 그리고 감 떨어진 알렉스 다 키드(Alex Da Kid)는 그들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트렌드를 역행하는 구식 비트들을 마구 선사했다. 심지어 그나마 믿을만한 에밀 헤이니(Emile Haynie)의 영향마저 미비하다. 여러 곡에 포함된 단출한 베이스 멜로디나 “I Love Rock‘ n Roll”을 샘플링한 “Remind Me”의 후렴 라인, 그리고 “Offended”의 뜬금없는 코러스는
진짜 듣고 울고 싶었다당혹스럽기 그지없다. 본 리뷰 작성을 위해 일말의 하이라이트를 찾으려는 노력만으로도 머리가 욱신거린다.4년 만에 발표된 에미넴의 신보는 그의 커리어 최악의 결과물이다. 조악한 프로덕션과 엉성하고 중구난방인 구성도 그렇지만, 믿었던 랩마저도 살짝 위태롭다. 물론, 아직도 그가 뱉는 조롱 섞인 라인들엔 무릎을 치게 하는 재치가 묻어있다. 앨범 후반부에는 페이소스 가득한 메시지를 담아내기도 했다. 딜리버리도 선명하고 상대적으로 평가한다면 여전히 출중하다. 다만, 새로 시도한 스타카토 플로우는 그와 잘 어울리지 않으며, 자극적으로 쓰인 펀치라인 역시 예전만 못하다. 외설적인 자극이 주는 희열과 불쾌감은 한 끗 차이다. 에미넴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다만, 이런 재앙적인 결과가 눈앞에 드러나니 한편으로는 매우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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