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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저스디스 & 팔로알토
Album: 4 the Youth
Released: 2018-03-07
Rating:
Reviewer: 황두하
저스디스(Justhis)와 팔로알토(Paloalto)가 함께 앨범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장르 팬들의 기대는 한 없이 부풀어 올랐다. 이미 역량과 커리어 면에서 인정받은 두 아티스트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탄탄한 완성도의 앨범 단위 결과물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저스디스는 첫 앨범 [2 Many Homes 4 1 Kid]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팔로알토는 데뷔 이래 양질의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탄탄한 커리어를 구축해왔다. 더불어 두 사람은 각자의 전작에 참여해 좋은 합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씬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묵직한 시선을 음악에 담아낸다는 교집합이 있었다.오랜 기다림 끝에 발표된 [4 the Youth]는 결과적으로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22곡의 엄청난 트랙 수로 꽉 채운 앨범은 11번째 곡인 “Nest One”을 기점으로 파트가 나뉜다(*필자 주: CD 발매 버전은 11곡씩 2 CD로 구성됐다.). 이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 파트에서는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덤덤하게 묘사하고(“Ayy”, “Switch”, “I Like It”), 음악으로 이뤄낸 성과를 전시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로 가짜들과 자신들을 분리한다. 결과물로써 스스로를 증명한 바 있는 두 뮤지션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기과시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아울러 팔로알토의 전작 [Victories]에서처럼 청자에게 막연한 동경을 심기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랩퍼로 살아가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한다.
이는 다음 파트로 넘어가기 위한 디딤돌로써 기능하는 “Slump”와 “Next One”도 마찬가지이다. 제목 그대로 슬럼프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Slump” 역시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앨범의 내러티브나 구성상 매우 적절한 위치의 트랙들인데, 트랙 배치에 고심했다는 흔적이 보이는 지점이다. 또한, 에미넴(Eminem)이 [레이트 쇼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에 나와 했던 한 꼭지를 따서 만든 “4 the Kids (Intro)”나 유시민 작가의 목소리를 삽입한 “Seoul Romance”처럼 다양한 소스에서 따온 스킷을 활용하여 앨범의 내러티브를 강화했다.
후반부에서는 삶 속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풀어내는 데에 집중한다. 앨범의 타이틀이 왜 [4 the Youth]인지 짐작하게 하는 부분인데, 삶의 모습을 구체적인 어휘로 묘사한 전반부 덕분에 뮤지션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젊은이들을 위한 앨범’을 표방했지만, 교조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단 자신들의 삶과 그 속에서 느낀 깨달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본작의 미덕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이 각자의 삶을 묘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모습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느끼는 바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같은 사람이 각각 20대와 30대에 겪는 삶을 한 곡에서 표현한 것 같은 인상이다. 각자 연인과 아내를 향해 무한한 애정을 표현한 “The Key”와 같은 곡은 대표적인 예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저스디스와 팔로알토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만큼 다채로운 양상을 띤다. 특히, 전반부에는 래칫(Rachet)부터 트랩, 붐뱁, 딥하우스, 퓨쳐베이스 등등, 여러 장르의 트랙이 포진되었다. 2000년대에 유행하던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풍의 붐뱁 트랙 “My Life So Bright”처럼 힙합 음악이 가진 여러 바이브를 재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데, 특정 곡을 떠오르게 하는 노골적인 레퍼런스가 되지 않는 선에서 준수한 완성도로 마감되었다.
다만, 이처럼 상이한 스타일의 비트가 이어지다 보니 다소 산만해지는 경향은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일관성 있게 흘러가는 후반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프로덕션적으로도 유기성이 돋보이던 각자의 전작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앨범의 규모만큼 많은 15명의 피처링 진 역시 제 몫을 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붐뱁 비트 위에 랩을 한 윤비(YunB), 놀라운 퍼포먼스로 트랙의 하이라이트를 가져간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와 같은 레이블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두 랩퍼를 압도하는 포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피카(CIFIKA), 커리어 사상 가장 공격적인 랩을 뱉은 뱃사공까지 모두 각자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앨범의 완성도에 일조했다.
한편, 마지막 곡인 “4 the Youth”에서는 신인 아티스트 5명이 코러스로 목소리를 보탰는데, 모두 개성 강한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5명이 모두 코러스로 참여한 탓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단조로운 구성을 탈피하여 이들의 개성을 살렸다면 더욱 인상적인 곡이 됐을 듯하다.
[4 the Youth]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두 아티스트의 만남으로써 손색 없는 완성도를 갖춘 앨범이다. 많은 수의 트랙을 절반으로 나누는 과감한 구성도 인상적이다. 아울러 삶을 묘사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하며, 그 속에서 겪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근래 한국힙합 씬에서 보기 드물게 많은 트랙으로 꽉 채운 대작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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