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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Fathers - Cocoa Sugar
조성민 작성 | 2018-03-19 23:2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4,273 View

Artist: Young Fathers
Album: Cocoa Sugar
Released: 2018-03-09
Rating: 
Reviewer: 조성민









스코틀랜드 출신의 3인조 밴드 영 파더스(Young Fathers)는 비정규 데뷔작 [Tape One](2011)을 발표한 이래 대담한 발자취를 남겨왔다. 밴드 구성원알로시우스(Alloysious Massaquoi), 케이우스(Kayus Bankole), 그레이엄(Graham “G” Hastings)—의 각기 다른 혈통(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스코틀랜드)을 대변하듯, 이들의 음악은 특정 장르로 결부하기 어려울 만큼 품고 있는 범위가 넓다. 영 파더스의 등장은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표방하며 우후죽순 등장한 신인들의 데뷔 시점과 맞물려있다. 장르의 경계가 본격적으로 허물어지면서 여러 음악적 시도가 감행된 시기였다. 그 속에서 그룹은 진보적인 음악성과 뚜렷한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작품에 녹여내며, 여느 신인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존재감을 보였다.   

 

정규 3 [Cocoa Sugar]는 영 파더스가 과거 선보인 음악적 노선에선 살짝 벗어나 있을지언정 지켜온 철학은 충실히 따르는 작품이다. 여전히 사운드적으로 출중하고 몇 수 앞서 있다. 다만, 공격성과 응집력 높은 프로덕션으로 귀를 압도했던 정규 1 [Dead]와 데뷔 초기의 로파이(Lo-Fi)한 느낌과 저항정신을 한껏 살린 인디 팝 락 앨범 [White Men Are Black Men Too]보다 프로덕션적인 향성과 해상도가 모호해진 것은 사실이다. 의외로 본작의 초점은 다채로움과 대중성에 맞춰졌다. 여전히 독선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절해졌다. 달달해서 놀랍고, 당도까지 딱 알맞으니 금상첨화다.

 

특히, “In My View”를 수놓은 전자 베이스와 신스 라인, 그리고 후렴은 누구나 친숙하게 들을만한 멜로디로 쓰였다. 동시에 완성도가 매우 높은 곡이다. 미니멀한 피아노 라인으로 뼈대를 세운 “Lord“는 재미있는 후반부 구성이 돋보이는 일렉트로 발라드 트랙이며, 산뜻한 감각이 돋보이는 디지털 펑크 트랙 “Border Girl”에는 가볍게 그루브를 탈 수 있을 것도 같다. 또한, “Picking You”는 마칭 드럼(marching drum)의 타격감을 살린 가스펠 트랙으로 알로시우스의 소울풀한 보컬이 앨범 끝자락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이상의 대중 친화적 요소들을 이유로 본작의 전체적인 기조가 전작들과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고는 하기 어렵다. 분명 그 결과와는 달리, 과정에서는 실험적인 시도들이 감행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곡을 구성하는 악기, 특히 바탕에 흩날리듯 뿌려진 여러 소음 조각들과 마찰음은 영 파더스 고유의 삐뚤어지고 날 선 감성을 대변한다. 또한, 곡 내에서 수차례 질감의 변화를 꾀하면서 괴이한 인상을 남기거나, 건조하게 공간을 말려 텁텁한 느낌을 가미해내는 독자적인 연출법 역시 탁월하고 과감하다. 

 

여기에 전작에서 쓰인 작법 역시 주효하게 사용됐다. 각종 전자음으로 어둑한 무드를 조성한 가운데 토속적인 드럼과 샘플을 얹어 둔탁함을 가미했다. 지저분한 기타 운용으로 로파이한 맛을 입히거나 그랜드 피아노로 고급스러움을 더해낸 후, 각종 효과음을 쌓아 올려 사이키델릭한 기운을 입히는 패턴도 여러 곡에 등장한다. 덕분에 힙합, 가스펠, EDM, 인더스트리얼 노이즈 락, 개러지 락, 디스코 등의 장르가 무질서하게 틀에 얹혀 공장에서 퉁퉁하게 찍어낸 느낌이다. 그만큼 로우(raw)한 느낌과 무게감이 살아있다.

 

이처럼 생기 넘치는 프로덕션과 달리, 영 파더스는 말을 억제하는 편이다. 은유적인 서술법을 통해 청자를 강제로 끌어당기기보다 스스로 걸어 들어오게끔 유도한다. 본작에서도 이들은 사회와 인간에 관한 성찰과 탐구를 이어나간다. 다만, 전작보다 시야의 궤도가 틀어져 있다. 정규 2집 때에는항쟁분노가 주된 감정이었다면, 이번엔 해탈의 경지를 밟고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그런지 영리하고 재치 있는 비유법은 많이 사라진 편이다.

 

다루는 주제 역시 사회적인 울림보다는 야망과 갈등, 고난 등 자전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때때로 모순적인 가사를 의도적으로 흘리거나 아무 의미 없는 난해한 라인을 반복하며, 마디를 소진하기도 한다.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이야기를 돌려 풀어내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려는 메시지는 염세적이지만, 현실적이기에 한편으론 씁쓸하게 다가온다. 

 

[Cocoa Sugar]는 삐딱하지만, 강렬하고, 난해하지만, 멋있다. 프로덕션은 압도적이며, 세 멤버의 조화도 매우 훌륭하다. 본 작품은 확실히 영 파더스가 내놓은 전작들보다 가장 호불호 없이 사랑 받을 만한 작품임이 틀림없다. 데뷔 이후 굵직한 성과만을 이뤄왔던 이들이 더 나아지기 위해 지난 3년간 들였던 노고가 느껴진다. 금년 상반기 절대 잊을 수 없는 앨범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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