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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키드 밀리(Kid Milli)
Album: AI, The Playlist
Released: 2018-03-10
Rating:
Reviewer: 황두하
키드 밀리(Kid Milli)는 스윙스(Swings)가 설립한 레이블 인디고 뮤직(Indigo Music)에 합류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 서브컬쳐로부터 받은 영향과 패션에 대한 관심을 음악에 녹여내며 고유의 캐릭터를 구축했고, 레이블 합류 전과 후에 발표한 연작 EP [Maiden Voyage], [Maiden Voyage II]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블랙넛(Black Nut)과 함께하며 장르 팬들의 주목을 받은 “Honmono”와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화려한 스킬 이면으로 밋밋한 톤과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의 과한 한영혼용 가사가 아쉬움을 남겼다. 더불어 프로덕션적으로도 최근의 트렌드를 따라잡은 것 이상의 개성을 보여주지 못했다.이후 약 7개월 만에 첫 번째 정규앨범 [AI, The Playlist]가 나왔다. 우선 음악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프로덕션적으론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앨범 전반에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이 눈에 띈다.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의 근작 [Big Fish Theory]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실제로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 같은 곡은 빈스의 “Love Can Be…”의 오마주와 레퍼런스 사이에 있다. 그러나 이것이 노골적인 레퍼런스로 느껴지기보다는 특정 스타일을 준수한 완성도로 구현했다는 인상이다.
특히, 다양한 프로듀서와 작업했음에도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에 관여하며 일관적인 색깔을 유지했다는 것은 장점이다. 그중에서도 미니멀한 신시사이저로 몽환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2WO”, 독특한 리듬 파트가 인상적인 딥 하우스 트랙 “Hugoboss”, 묵직한 베이스 위로 808드럼이 속도감 있게 달려가는 “Corporate Espionage” 등은 완성도가 괜찮은 편이다. 본작에 이르러서 드디어 딱 맞는 옷을 갈아입은 느낌이다. 이처럼 일렉트로닉적인 색깔이 강해진 프로덕션은 무심하게 뱉어내는 랩 톤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랩은 더욱 화려해졌다. 변화한 프로덕션에 맞춰 플로우를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거나 일부러 발음을 뭉개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좋다. 스킬적인 화려함은 심심한 톤의 약점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다만, 가사는 다소 안이하다. 그는 서브컬쳐에 대한 여전한 애정과 자기과시 등을 풀어내는데, 소재만 다를 뿐 그 표현 방식이 다른 랩퍼들의 것과 같아 진부하게 느껴진다. 아울러 “Izakaya”와 같은 곡에서는 여전히 과한 한영혼용 가사가 발목을 잡는다.
또한, 중반부까지 보기 좋게 이어지던 기세는 “Blue”부터 꺾이기 시작한다. 의도적으로 무드가 다운된 곡들을 후반부에 배치한 듯하지만, 비슷한 계열의 다른 곡들과 차별점을 만들지 못해 집중력을 흐릴 뿐이다. 무엇보다 중독적인 라인이 부족한 탓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마지막 트랙인 “Wait On Me Remix”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결국, 앨범은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된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뒷심의 부재가 아쉽다.
피처링 게스트들은 양날의 검이 되었다. 재키 와이(Jvcki Wai)나 자메즈(Ja Mezz)처럼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본작의 사운드에 맞춰 적절히 활약했다. 그런데 이처럼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오히려 트랙의 하이라이트가 게스트에게 몰리고, 상대적으로 개성이 덜한 키드 밀리의 존재감이 약해졌다. 랩 스킬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문제다.
결과적으로 [AI, The Playlist]를 통해 키드 밀리는 비로소 음악적 색깔을 찾았다. 후반부까지 이러한 색채를 유지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일렉트로닉과 적극적인 결합을 시도한 본작의 사운드는 그의 랩과 매우 잘 어울린다. 더불어 불과 2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앨범을 3장이나 발표하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그는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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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5 | 비추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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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까지 듣다가 국힙에서 이런 감흥은 실로 오랜만이어서 바로 앨범을 사려고 알라딘에 접속했다가 후반부를 듣고는 창을 닫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