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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icki Minaj
Album: Queen
Released: 2018-08-10
Rating:
Reviewer: 강일권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랩을 기가막히게 잘한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이는 드물다. 적어도 2000년대 이후 메인스트림 힙합 씬에 등장한 여성 래퍼 대부분은 톤과 스타일 면에서 니키의 영향력 아래 있다. 다소 시시한 라이벌이었던 이기 아잘리아(Iggy Azalea)가 중심에서 멀어진 사이, 실력 면에서도 탄탄한 카디 비(Cardi B)가 새로운 여왕 후보로 떠올랐지만, 그녀의 위치는 변함없이 견고하다.그러나 절대 권력의 여왕으로 군림하고픈 니키에겐 해결하지 못한 단 하나의 문제가 있다. 걸작의 부재다. 지난 석 장의 정규 앨범은 그녀가 하드코어 랩스타와 팝스타 사이에서 길을 잃은 모습만 더욱 부각했을 뿐이다. 걸작을 보유하지 못한 다른 랩스타들이 그렇듯이 니키 역시 많은 이에게 인정받는 앨범 한 장이 절실할 것이다. 이번 앨범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사람들이 절대 잊지못할 클래식 힙합 앨범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 것만 봐도 그렇다.
[Queen]의 전반을 감싼 기운과 무드는 확실히 전작들과 다르다. 팝스러운 프로덕션을 위주로 꾸린 다음, ‘바비(Barbie)’ 이미지 이전의 하드코어 래퍼로 분한 곡을 이벤트처럼 터트렸던 것과 달리 무게감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싱글로 먼저 발표된 “Chun-Li“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침잠되고 진중한 무드의 사운드로 일관한다. 이는 영화계에서 이른바 ‘오스카용’이라 일컬어지는 구성을 떠올리게끔 한다. 최근 힙합음악계에서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은 특히, 초반부에서 대단히 성공적이다. 역동적으로 쿵짝 거리는 드럼, 멋들어지게 흐르는 기타 리프,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니키의 보컬이 조화로운 첫 곡 “Ganja Burns”, 비틀즈(Beatles)의 영향이 느껴지는 게스트 라비린스(Labrinth)의 건반 연주와 감칠맛 나는 코러스가 어우러진 가운데, 에미넴(Eminem)의 랩 서커스가 가세한 “Majesty”, 더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의 “Just Playing (Dreams)”를 향한 오마주가 담긴 끝내주는 ‘90년대 붐뱁 힙합 리바이벌 “Barbie Dreams”로 이어지는 라인은 매우 짜릿하다.
딱 중간에 놓인 “Chun-Li“는 중독적인 뱅어(Banger)일뿐만 아니라 흐름상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로써도 괜찮으며, ‘90년대 여성 랩스타 중 한 명인 폭시 브라운(Foxy Brown)을 초빙한 “Coco Chanel”은 니키의 1티어급 랩 실력이 극대화된 곡 중 하나다. 감성적인 팝 넘버지만, 앨범의 분위기를 깨지 않는 무드와 감정을 자극하는 보컬 덕에 여운을 남기는 "Come See About Me"도 인상적이다.
다만, 걸작이 되기에 [Queen]의 완성도는 다소 무난하다. 강렬한 초반부와 언급한 몇 곡 외에는 그녀의 야심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더불어 뛰어난 랩 퍼포먼스에 비해 떨어지는 가사도 발목을 잡는다. 기존의 몇몇 곡들과 “Barbie Dreams”에서도 드러났듯이 니키는 절대 가사적인 감각이 뒤처지는 래퍼가 아니다. 그러나 본작에서 인상적인 주제나 가사를 찾긴 어렵다. 그렇다 보니 열아홉이란 트랙수가 버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비슷비슷하고 평범한 트랩 넘버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좀 더 단출하게 꾸렸다면, 감흥은 달라졌을 것이다.
[Queen]은 분명 니키 미나즈의 커리어 최고작이다. 뿐만 아니라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메인스트림 힙합 앨범이다. 니키의 랩을 듣는 것만으로도 쾌감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클래식 빚기엔 실패했다. 그녀가 걸작을 보유한 진짜 2000년대의 힙합 여왕이 되기 위해선 트렌드에서 벗어나 기존과 다른 무언가를 과감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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