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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Eminem
Album: Kamikaze
Released: 2018-08-31
Rating:
Reviewer: 남성훈
에미넴(Eminem)은 1999년 [The Slim Shady LP]를 시작으로 2002년 [The Eminem Show]까지의 커리어를 통해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인상적인 캐릭터와 이를 뒷받침하는 놀라운 실력 덕분이었다. 이 시기에 발표한 3장의 앨범 중 무려 2장이 미국 내 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다이아몬드 앨범에 등극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존재감이란 대체 불가능의 현상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이후로는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몰락한 것은 아니었다. [Encore](2004)가 미지근한 반응을 불러왔지만, 더욱 다채로운 음악적 면모를 보여준 앨범을 꾸준히 만들고, 크고 작은 히트 싱글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과거의 영광 탓인지 늘 아쉬움을 지우기 어려웠다. 에미넴의 랩 실력 자체는 전혀 손상이 없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에미넴은 [The Marshall Mathers LP 2] 이후 4년만에 발표한 [Revival]로 결국 치명타를 얻는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조악한 프로덕션과 산만한 랩, 집중을 흐리는 보컬의 활용 등, 혹평할 요소들이 넘치는 앨범이었다. 트럼프 정부를 비판한 BET 사이퍼(Cypher)로 다시 큰 조명을 받으며, 제대로 칼을 갈고 돌아온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었지만, 결과물은 재앙에 가까웠으니 그 실망감은 더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대중을 넘어 힙합 산업 내 종사자들과 아티스트들이 드디어 에미넴의 음악과 경력에 대해 조롱 섞인 평과 비판을 맘 편히 쏟아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어떤 프로모션도 없이 깜짝 발표된 [Kamikaze]는 이처럼 가혹한 상황 속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앨범이다. 일단 그러한 결정은 이목을 끄는데 꽤 효과적으로 보인다. 적어도 초반에는 그렇다.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평론가와 미디어를 시작으로 대중과 힙합 아티스트들까지 양껏 소환하여 5분 38초간 쉴 새 없이 까 내리는 첫 트랙 “The Ringer”가 주는 희열은 대단하다. 여전하다는 느낌을 넘어 물이 오른 듯한 라이밍 감각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가공할 퍼포먼스까지 더해졌다.
더해서 그동안의 명분까지 적절하게 더해지니 에미넴의 장기가 오랜만에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 기운은 고스란히 “Greatest”와 “Lucky You”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두 곡을 지나면서 단순히 전작을 저평가한 이들을 향한 속마음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 경쟁과 우위선점이 핵심인 힙합 게임에 어느덧 40대 중반인 그가 누구보다 치열하게 참여하는 상황으로 확장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에미넴은 충실한 내용물과 절정의 기량을 앞세워 현역 랩퍼로서 여전히 꼭대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뒤틀린 자아인 슬림 쉐이디(Slim Shady)가 돌아왔다는 선언같이 느껴지는 에미넴 앨범의 전매특허, 폴 로젠버그(Paul Rogenberg)와의 통화 스킷(Skit)이 반갑게 지나간 이후부터 한껏 치솟은 기운은 애매모호하게 풀어진다. 평범한 관계를 원하는 자신의 처지를 만나는 여성에게 하소연하는 “Normal”은 대표적이다. 특유의 기발함과 거리가 먼 데다가 감정선을 차분하게 펼쳐 내지도 못한 탓에 산만하고 민망한 진열에 그쳐 집중을 흐린다. 후반부의 “Nice Guy”와 “Good Guy” 역시 같은 고민이 담겼지만, 결국, 같은 이유로 공감을 사기에 한참은 부족해보인다.
이어지는 “Stepping Stone”은 절친했던 동료 프루프(Proof)의 죽음 이후, 그가 이끌었던 그룹 디트웰브(D12)가 직면한 상황을 그렸다. 그룹의 근황을 궁금해 한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선물이 될 수 있겠지만, 소재가 지닌 무게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겉도는 안이한 프로덕션과 랩의 나열이 실망감을 안긴다. 타이틀곡 “Kamikaze”도 마찬가지다. 전작 [Revival]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그간 에미넴 최악의 곡이라 평가받은 “Fack”에 빗댄 자기비하로 돌파하려 하지만, 이제 그의 비틀린 유머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Kamikaze]에서 인상적인 트랙들은 초반 세 트랙과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9)과 함께했던 “Caterpillar”의 외전 같은 “Not Alike”, 그리고 같은 주제를 다르게 풀어내어 앞 트랙 “Kamikaze”를 민망하게 만드는 “Fall” 정도로 모아진다. 이쯤 되면, 해당 곡들이 어째서 [Kamikaze]을 주목할만한 앨범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볼만 하다. 하나같이 공격적인 무드를 기반으로 배틀 랩퍼로서 에미넴의 우월함을 확인시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상을 적시하며 이어가는 가사는 희열과 설득력을 부여하며 더 없는 힙합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사실상 이 트랙들의 비트도 특별히 주목할 지점은 없다. 하지만 절정의 랩 스킬과 수준이 다른 워드플레이가 이를 상쇄한다. 그런데 이는 다르게 생각하면, 분노를 끌어내어 쏟아붓는 배틀 랩의 영역 밖에서 에미넴의 음악이 오랫동안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Kamikaze]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주요 무기인 랩에는 점점 힘이 실리지만, 프로덕션은 에미넴 앨범의 가장 큰 약점이 되어버렸다. 그가 지속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기에 더 아쉬운 광경이다.
[Kamikaze]는 완성도와 별개로 최근 몇 년 간 나온 힙합 앨범 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하지만 그 요인 때문에 허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아마 몇 곡의 싱글만으로도 [Kamikaze]가 주는 감흥을 전하는데 충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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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앵콜 발매 연도가...(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