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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lack - East Atlanta Love Letter
황두하 작성 | 2018-09-24 01:5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26,073 View

Artist: 6lack
Album: East Atlanta Love Letter
Released: 2018-09-14
Rating: 
Reviewer: 황두하









2010
년대 초반 미국 메인스트림 알앤비 씬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위켄드(The Weeknd), 미겔(Miguel) 등등, 대형 신인들이 등장하면서 피비알앤비(PBR&B)가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한때의 유행에 그칠 것 같던 피비알앤비 열풍은 이후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연이어 출현하며, 씬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근 몇 년간 등장한 신진 세력들이 쏟아내는 알앤비 앨범의 사운드는 이전에 장르적 특징으로 떠올리던 것과는 전혀 달라졌다. 물론, 여전히 전통적인 알앤비 사운드를 고집하는 아티스트들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진 않다. 2016년 첫 정규앨범 [Free 6lack]을 발표하며 주목받은 신예 싱어송라이터 블랙(6lack) 역시 이 같은 흐름 속에 등장한 아티스트다.

 

암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 무드의 프로덕션과 나른하게 읊조리며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랩-싱잉 스타일의 보컬, 그리고 독특한 비주얼이 어우러진 그의 음악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신인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타이트하면서도 명징하게 귀에 전달되는 멜로디라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장르의 몽환적인 무드를 강조하다 보니 멜로디라인이 흐려져 귀에 남지 않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것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2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East Atlanta Love Letter]에서도 이러한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랩과 노래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듯한 보컬은 본작에 이르러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여백을 두어 멜로디의 결을 살리다가도 어느새 타이트하게 흘려가며 시종일관 귀를 사로잡는다. 후렴 없이 벌스만으로 진행됨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Nonchalant”는 그의 장기가 극대화된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Scripture” ‘I’m a R&B nigga with a hip-hop core / 난 힙합적인 태도를 지닌 알앤비 XX라는 가사는 그의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한 구절이다.

 

여전히 침잠된 분위기의 프로덕션은 전작보다 일렉트로닉적인 색채가 강화됐다.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스튜(Stwo)가 참여한 “Unfair” “Nonchalant”, 독특한 질감의 신시사이저와 베이스, 킥 드럼만으로 단출하게 진행되는 “Pretty Little Fears”는 대표적이다. 아울러 스튜를 비롯해 상당히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했음에도 전체적으로 일관된 무드를 유지한 점은 특기할 만하다. 감정선을 따라 결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일정한 톤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개성 강한 보컬 역시 이러한 톤을 유지하는 데에 일조했다.

 

전작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피처링 게스트들이다. 퓨쳐(Future), 제이콜(J.cole), 오프셋(Offset), 칼리드(Khalid) 등 굵직한 이름들이 참여했는데, 모두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분위기를 환기해주었다. 특히, “Pretty Little Fears”에 참여해 부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제이콜의 벌스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다.

 

구체적이고 섬세한 묘사로 무장한 가사 역시 흥미롭다. ‘생활밀착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본인의 심리와 주변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해내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성공 이후 불안해진 연인 관계와 방황, 그리고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 앨범의 내러티브가 식상하지 않게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우울한 기분에 신나는 트랩 뮤직을 듣지만, 본인은 우울한 노래를 써야 하는 모순을 짚어낸 “Thugger’s Interlude”와 연인에게 서로의 팬이 될 것을 맹세하는 마지막 트랙 “Stan”이 주는 여운은 상당하다.

 

블랙은 [East Atlanta Love Letter]를 통해 비슷한 계열의 다른 아티스트들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게 되었다. 이는 노선을 바꾸지 않고 탁월한 보컬과 완성도 있는 프로덕션으로 본인만의 영역을 착실하게 쌓아나간 덕분이다. 그는 이름만큼이나 색깔이 진한 아티스트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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