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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il Wayne
Album: Tha Carter V
Released: 2018-09-28
Rating:
Reviewer: 황두하
‘카터(Tha Carter)’ 시리즈는 릴 웨인(Lil Wayne)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2004년 발표한 네 번째 정규앨범 [Tha Carter]를 시작으로 이어진 이 연작을 통해 그는 인기 많은 랩퍼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특히, 2008년에 발표한 [Tha Carter III]는 상업적, 비평적 성과를 동시에 이뤄내며 그의 커리어를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렸다.당시 웨인은 “A Milli”, “Lollipop”, “Got Money” 등의 메가 히트 싱글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고, 후에 현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가 형성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카터 시리즈 말고도 그사이에 많은 앨범을 발표했지만, 팬들이 오로지 다음 ‘카터’ 시리즈를 발표하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Tha Carter IV](2011)를 낸 이듬해 [Tha Carter V]를 언급한 이후로 무려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그는 [Tha Carter V]가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며, 2013년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앨범은 발표되지 않았고, 루머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부자지간이나 다름없던 버드맨(Birdman)과의 디스전이 큰 충격을 안겼다. 릴 웨인의 앨범 발표를 버드맨이 막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버드맨과 영 떡(Young Thug)의 지인들이 릴 웨인의 투어 버스를 향해 총을 쏘는 사건까지 벌어지며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다. 어쩌면 [Tha Carter V]가 영영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팬들 사이에서 감돌았다. 다행히 올해 8월, 버드맨이 릴 웨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 화해무드가 조성되었고, 마침내 [Tha Carter V]가 공개됐다.
본작은 뱅어들을 전면에 앞세웠던 전작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자치다 카터(Jacida Carter)의 가슴 아픈 음성이 담긴 인트로 “I Love You Dwayne”이 지나면, 고 텐타시온(XXXTentacion)의 후렴구가 처량한 무드를 조성하는 “Don’t Cry”가 이어진다. 이 곡에서 웨인은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고 겸손한 태도로 자신이 겪는 감정적 파고를 토로한다.
이후엔 앨범 전반에 걸쳐서 유명세로부터 오는 문제들과 우울증, 가족에 대한 걱정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다. “Dedicate”, “Uproar”처럼 여전히 재치 넘치는 워드 플레이로 무장한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 트랙도 존재하는데, 이는 현재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써 기능한다. 덕분에 감정적인 그의 가사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Mona Lisa”와 “Open Letter”는 매우 인상적이다. 전자에서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함께 랩 곡예를 펼치며 둘 사이를 두고 줄다리기하는 한 여자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는 릴 웨인과 여성의 입장에서 고조된 감정을 토해내는 켄드릭, 그리고 두 리리시스트의 시너지 효과가 빛을 발하는 트랙이다. 후자에서는 후렴구 없이 4분 30초의 러닝타임 동안 자기혐오 등의 정신적 고통을 이야기하는데, 깊이 있는 가사로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한편, 앨범의 기저에 깔려있던 우울한 기운의 이유는 후반부에 가서 밝혀진다. “Used 2”에서 그는 이전에도 살짝 언급했던 자살 시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다(*필자 주: 릴 웨인은 12살이었을 당시 어머니가 그가 랩 하는 것을 반대하자 거울을 보며 가슴에 총을 쐈지만, 다행히 심장을 빗나가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어 마지막 곡인 “Let It All Work Out”에서는 살아남아 여기까지 온 것을 자축하며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다. 곡의 엔딩에서 샘파(Sampha)의 “Indecision”을 샘플링한 후렴구가 모자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매우 진한 감동을 남긴다.
앨범은 23곡, 1시간 28분이라는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이처럼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건 어떤 스타일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탁월한 랩이다. 쉴 새 없이 랩을 뱉어내다가도 차진 랩-싱잉으로 랩-싱잉 계열의 원조임을 체감케 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발음을 뭉개서 ‘멈블랩(Mumble Rap)’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흥미로운 건, 이 모두가 릴 웨인의 본래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현재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에 끼친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다.
프로덕션은 무척 다채롭다. 제이토벤(Zaytoven),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처럼 현재 주도권을 쥔 인물들부터 베테랑 스위즈 비츠(Swizz Beatz), 매니 프레쉬(Mannie Fresh)까지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덕분이다. 그 때문인지 중반부까지는 일정한 톤을 유지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는 다소 산만해진다. 그중에서도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 표 래칫(Ratchet) 트랙 “Open Safe”와 매니 프레쉬가 주조한 올드스쿨 파티 앤썸 “Start This Shit Off Right”는 지나치게 튄다는 인상이 강하다. 몇 트랙은 쳐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Tha Carter V]는 오랜 기다림을 충분히 충족시킬 완성도의 작품이다. 더불어 릴 웨인의 커리어 사상 가장 개인적인 앨범이기도 하다. 그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개성과 실력으로 무장한 랩으로 귀를 즐겁게 해준다. 릴 웨인은 2012년부터 본작이 그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이 앨범이 정말 마지막이 된다면 무척이나 아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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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 | 비추 7
솔직히 1번 인트로 제외한 22곡 중에 11곡 정도만 좋았어요
비트가 너무 심심하고 오랜기간 기다린거에 비하면 아쉬움만 크네요
특히 중후반부는 고개를 갸우뚱 할정도로 별로였음은 부인하지 못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