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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Kehlani
Album: While We Wait
Released: 2019-02-22
Rating:
Reviewer: 황두하
켈라니(Kehlani)는 2017년 탄탄한 완성도의 첫 정규작 [SweetSexySavage]를 발표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런데 안정적인 궤도로 접어든 커리어와는 달리 개인적으로는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본인이 ‘범성애자(Pansexual)’임을 커밍아웃했고, 작년 말에는 첫 번째 임신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2016년에 불거졌던 스캔들과 오해로 인해 자살 기도까지 했던 그가 이제는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히며 더욱 강한 인간이 되기 위한 걸음을 내딛는 중이다.전작 이후, 약 1년 반 만에 발표한 믹스테입 [While We Wait]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다 성숙해진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전히 사랑에 관한 솔직하고 주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조금 더 차분하고 신중해졌다. 이별 후 새로운 연인을 질투하는 지난 연인에게 경고하는 “Nunya”,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마저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 “Morning Glory”, 진솔한 사람을 갈구하는 “RPG” 등은 이를 대변하는 트랙들이다.
한편, “Butterfly”에서는 곧 태어날 아이를 빨리 만나고 싶어하는 설렘을 표현하고, “Love Language”에서는 어느 때보다 낭만적인 사랑을 노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랑과 이별이라는 뻔한 주제를 확실한 테마와 구체적이면서도 시적인 어휘로 풀어내 듣는 재미를 더했다.
가사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은 음악이다. 전작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음악적으로는 훨씬 더 탄탄해졌다. 두 곡에 참여한 슈퍼두퍼브릭(SuperDuperBrick)을 제외하면 모두 다른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블랙뮤직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포괄하면서도 사운드적으로 일관성이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티엘씨(TLC)가 떠오르는 1990년대풍의 힙합 소울 트랙 “Morning Glory”(*필자 주: 본래 TLC의 “Waterfalls”을 샘플링했으나 발매일까지 샘플 클리어가 나지 않아 현재의 버전이 되었다고 한다.), 빈티지한 노이즈 소스와 피아노 루프가 맞물려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RPG”, 청량한 질감의 신스 라인이 중독적인 미디엄 템포 알앤비 “Love Language” 등은 앨범의 백미다. 전체적으로 어반한 감성으로 마감되어 트렌디하면서도 지나치게 유행에 기대지 않은 인상이다.
보컬 퍼포먼스 또한 앨범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요소다. 빠르게 많은 단어를 뱉어내다가도 여백을 두어 멜로디의 결을 살려내는 능숙한 보컬과 매 순간 귀를 잡아끄는 캐치한 멜로디 라인이 만나 상당히 강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켈라니가 우상이라고 밝힌 바 있는 뮤직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를 비롯한 게스트들 역시 적재적소에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While We Wait]은 믹스테입이지만, 정규 앨범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9곡, 약 31분의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몰입도가 상당하다. 기존의 노선을 고수하면서도 발전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여러 사건을 겪으며 인간적인 성장을 겪은 그는 음악적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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