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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0 Best KOREAN Hip Hop Albums
of 2010s
2010년대, 한국에서 힙합은 그 어떤 장르보다 격동의 시대를 맞았다. 2012년 엠넷(Mnet)에서 시작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기점이었다. 단숨에 한국힙합 씬(Scene)을 해체하고 시장 전체를 지배하며, 2010년대 한국힙합을 ‘쇼미더머니 시대’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와 별개로 훌륭한 음악과 가사를 담은 앨범들이 심심치 않게 발표된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프로덕션이나 퍼포먼스 면에서 기술적으로 부족했던 이전 세대들과 달리 상향 평준화되어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렇기에 기술적 재현 이상으로 개성이 담긴 사운드와 고유한 서사를 더 절실하게 요구하는 시대를 맞이한 셈이기도 하다. 2019년의 마지막 달, 지난 10년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10년을 맞이하기 위해 리드머에서는 2010년대 한국힙합을 대표하는 앨범 10장을 선정하여 소개한다.
10. 스윙스 - Upgrade II (2011)
2000년대 중반 이후 이센스, 사이먼도미닉, 도끼 등등, 이전과는 수준을 달리하는 실력의 랩퍼들이 대거 등장해 믹스테입과 많은 피처링 작업으로 힙합 마니아들을 흥분시켰다. 스윙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Upgrade]를 포함해 가장 많은 양질의 결과물을 쏟아냈지만, 팬덤이나 존재감은 아직 비례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에 발표한 정규 2집 [Upgrade II]로 단숨에 그 선두에 서는 것에 성공한다.
[Upgrade II]는 미국 힙합을 통해 경험했던 커머셜한 동시에 코어하게 힙합 장르를 구현하는 랩퍼 중심 앨범의 면모를 제대로 갖췄다. 이는 당시 한국힙합을 이끌기 시작한 새로운 세대들이 막연히 갈망하던 것이었다. 여기에 기존 한국힙합 씬을 모욕하듯 해체하는 스윙스라는 캐릭터가 주는 쾌감도 잘 녹여냈다. 듣는 재미를 계속 안겨주는 잘 짜인 라임과 뛰어난 랩 퍼포먼스,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까지 가미한 [Upgrade II]는 한국힙합에서 접할 수 없었던 힙합 엔터테인먼를 선사했다.
9. 씨잼 - 킁 (2019)
[킁]은 2010년대 발매된 힙합 앨범 중, (긍정적인 의미로) 가장 반전 가득한 결과물이다. 씨잼(C Jamm)은 전작에서 보여준 특유의 쏘는 듯한 랩 스타일 대신 독특한 발성과 오토튠을 먹인 랩-싱잉으로 앨범을 가득 채웠는데, 결과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다. 가사의 수준도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시종일관 뻔뻔하고 익살스럽지만, 그 뒷면에는 연민과 자기 위로가 깔려 있다. 자신의 종교적 가치관, 이와 반대되는 여성 편력과 쾌락주의가 충돌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획득했다.
이를 받치는 제이 키드먼(Jay Kidman)의 프로덕션 역시 일품이다. 건반, 기타를 메인으로 구성한 멜로디 라인은 전형적인 장르적 구성과는 떨어져 있는데, 힙합의 범주가 한층 더 넓어진 상황에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메인스트림 힙합 씬에서 랩 싱잉과 이모 랩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이를 그대로 차용하거나,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 국내에도 적잖이 쏟아졌다. 그중에서 [킁]의 완성도는 단연 압도적이다.
8. 저스디스 - 2 Many Homes 4 1 Kid (2016)
[2 MANY HOMES 4 1 KID]는 당시 주목받는 신예, 저스디스(JUSTHIS)를 향한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던 강렬한 앨범이다.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낸 타이틀과 앨범 구성은 단선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터져 나오는 열등감과 공격성, 음악인으로서의 자신감, 관계에 대한 냉소적 태도 등등, 자신의 뒤틀린 감정을 직설적으로 토해낸다. 다소 불편하고 혐오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퍼포먼스와 프로덕션 덕에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운 수준의 몰입감을 자랑한다.
특히, 많은 양의 단어를 속도감 있게 뱉으며 청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이 앨범에서의 랩은 가히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디프라이(Deefry)가 주조한 비트를 저스디스가 재가공한 프로덕션도 랩에 담긴 복잡다단한 감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세상과 동떨어진듯한 누군가의 이야기는 앨범을 통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서사로 다가오며, 마음 깊은 곳에서 공감을 끌어낸다.
7. 화지 - ZISSOU (2016)
화지에 관해 이야기할 때 대부분 가장 먼저 언급하는 부분은 가사다. 구조는 복잡하게 꼬아놓았지만, 은유와 암시를 걷어내고 보면, 상당히 직관적인 동시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 래퍼는 결코 흔치 않다. 특히, 대부분 일상적 표현을 사용하여 편하게 이야기하듯 라임을 이어가는 화지의 랩이 표현 이상의 풍부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치밀하게 설계된 플로우 디자인 덕분이다. 여기에 영 소울(Young Soul)의 감각적인 샘플링과 그루브 연출이 빛을 발한 비트가 어우러져 감흥이 극대화되었다.
대한민국 안의 청춘을 뻔하게 그리지 않고 본인만의 이야기로 시대를 꿰뚫는 것은 [ZISSOU]의 미덕이다. 그의 이야기는 굉장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펼쳐지지만, 2010년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서 작용한다. 세상 속 청춘을 그린 주제 자체가 그다지 새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가 앨범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견고하게 만들어 낸 도발적인 세계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음악적인 구조의 세밀함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6. 와비사비룸 - 물질보다정신 (2015)
프로듀서 에이뤠(ARwwae)와 랩퍼 짱유(JJANG YOU), 제이플로우(Jflow)가 뭉친 와비사비룸의 [물질보다 정신]은 2015년 발표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걸작으로 남았다. 비트와 랩 모두 감각을 자극하는 과감한 표현이 가득한 앨범엔 단 한 순간도 흡입력이 떨어지거나 어색한 순간이 없다. 몽환적이고 변칙적인 사운드가 난무하는 비트, 정신없게 들리는 랩이 만들어내는 희열이 매번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 수준 높은 프로덕션과 뛰어난 랩 퍼포먼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와비사비룸은 [물질보다 정신]으로 한국힙합이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한 뼘 넓혔지만, 그들과 유사한 무드를 추구한 대부분의 힙합 아티스트들은 음악적으로 가치 있는 결과물을 남기지 못했다. [물질보다 정신]이 발표 당시나 꽤 시간이 지난 지금이나 한국힙합의 흐름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5. 비프리 - Korean Dream (2014)
[Korean Dream]은 하와이 출신의 비프리(B-Free)가 한국에서 랩퍼로서 성공하기 위한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꿈과 성공 사이에서 치열하고 우직하게 힙합 음악을 하는 랩퍼의 삶은 보통의 것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실상은 또래 세대의 평균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가 앨범에 담겼다. 요란한 수식이나 어울리지 않는 과시가 더해지지 않은 솔직 담백한 가사는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의 보편적인 불안함을 감싸주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빠지는 트랙 하나 없이 반복해 감상해도 지루하지 않은 그루브의 뛰어난 프로덕션과 탄탄한 랩핑은 그의 이야기에 설득력과 생동감을 부여했다. 비프리는 오늘날 한국힙합 씬의 수많은 랩퍼들이 미처 제대로 노래하지 못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소박하고 소중한 꿈이 무엇인가를 그럴듯하게 불렀다. 그리고 [Korean Dream]은 이와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사회의 고달픈 현실을 낭만적인 방식으로 반영한 기록으로 남았다.
4. 제이클레프 - flaw, flaw (2018)거의 무명에 가까운 상태에서 대뜸 던져진 제이클레프(Jclef)의 첫 정규작 [flaw, flaw]는 2018년 발매된 힙합 앨범 중 가장 놀라운 결과물이었다. 흥얼거리듯 멜로디를 얹어 읊조리는 퍼포먼스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많은 내용을 담은 가사엔 허투루 소모되는 라인이 없었다. 여기에 마디마다 진한 사유가 녹아있다. 흠(flaw)이라는 대주제를 매개로 풀어내는 자기 고백과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곡이 진행될수록 점차 구체화된다. 특히, 개인의 사유와 성찰로 시작된 가사가 어느 순간 다수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바뀌는 순간은 짜릿하다.
다른 것 없이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마주 볼 “동행자”를 구하던 그녀는 이후, “THE UNCERTAINS’ CLUB”을 통해 사회가 바라는 인간상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이들을 찾아 노래한다. 여행의 마지막에 이르러 청자로 하여금 순식간에 상황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제법 긴 러닝타임을 소화하면서도 풀어내는 서사와 프로덕션은 어디 하나 끊어지지 않은 채 일관되게 이어진다. 또한, 빠짐없이 걸출한 완성도로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프로덕션과 객원 모두 신예들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부셨다.
HONORABLE MENTION (연도순 나열)
재지팩트 [Lifes Like] (2010)
팔로알토 [Chief Life] (2013)
딥플로우 [양화] (2015)
넉살 [작은 것들의 신] (2016)
뱃사공 [탕아] (2018)
3. 가리온 - Garion 2 (2010)
가리온은 한국힙합의 상징적인 이름 중 하나다. PC통신 시절, 한국힙합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클럽 마스터플랜(Masterplan)을 거친 그들은 현재 20년이 넘게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그들의 상징성은 긴 시간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간 발표한 두 장의 앨범을 모두 걸작의 반열에 올리며, 결과물로써 증명했다. [Garion 2]는 2010년대를 돌아볼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다. 앨범에선 젊은 시절부터 장르음악에 투신한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애환과 분노, 그리고 체념이 견고한 프로덕션과 퍼포먼스로 그려진다.
2005년, 이상향을 그리며 노래했던 “약속의 장소”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 대한 분노와 체념이 섞인 “다만, 가리온”의 뒤에 배치되어 발매 당시와 사뭇 다른 감상을 이끌어낸다. 이외에도 앨범의 킬링 트랙인 “영순위”, “약속의 장소”의 또 다른 버전으로 생각되는 “판게아” 등 씬에 대한 호통이 이어지고, “소리를 더 크게”로 한국힙합 초기의 낭만을 전한다.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가리온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얹어져 더 큰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MC메타(MC Meta)와 나찰, 둘이 가진 고집과 내공을 가장 세련된 형태로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2. 이센스 - The Anecdote (2015)
이센스(E SENS)가 2010년대의 정 가운데 지점인 2015년 8월 발표한 [The Anecdote]는 2010년대에 나온 모든 힙합 앨범 중 가장 파급력이 컸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하자마자 뛰어난 랩 실력으로 이목을 끈 이센스는 이후 별다른 음악적 성취를 남기지 못했다. 애매한 결과만 남긴 슈프림 팀(Supream Team)으로서의 활동, 대마초 흡연으로 인한 수감 등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운의 아티스트로 기억되는가 싶었다. 적어도 [The Anecdote]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가 옥중에서 발표한 [The Anecdote]는 그간의 모든 과정이 앨범의 더욱 극적인 감흥을 위해 벌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웠다. 이센스의 놀라운 재능이 이 첫 번째 정규작에 고스란히 응축되었다.
그의 랩은 날것의 느낌이 가득하지만, 견고하게 짜인 퍼포먼스와 치밀한 구성의 가사가 공존한다. 그야말로 절정에 오른 랩이다. 그리고 프로듀서 오비(Obi)가 주조한 뛰어난 붐뱁(Boom Bap) 비트 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또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간을 버틴 이가 겪은 보통의 감정들이 탁월하게 완성된 음악을 통해 전해져 최상의 쾌감을 선사했다. 그가 이 앨범에서 펼쳐놓은 진솔한 개인사는 동시대 청춘에게 따스한 위로와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을 것이다.
1. 화지 - EAT (2014)
[EAT]은 이제껏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역사를 지닌 '한국힙합이 쉽사리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이루어 낸 작품'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짜릿한 예술적 성취 그 자체다. 일반적인 사회 구성원과 한참은 거리가 먼듯한 젊은 랩퍼의 삶을 통해 역설적으로 좁게는 동시대 대다수 청춘이 마주한 애달픈 치열함을 떠올리게 하고, 넓게는 사회 구조의 부조리함 속 주변인이 되어버린 특정 세대를 그려내는 사회학 보고서로서 기능한다. 이는 영소울(Young Soul)이 대부분을 책임진 수준 높은 프로덕션과 화지의 뛰어난 퍼포먼스가 합쳐져 힙합이라는 장르 음악이 주는 고유한 즐거움과 장치가 완성도 있게 깔렸기에 가능한 감흥이었다.
나아가 아티스트가 개별 곡에서 장르적 쾌감을 주는 사이, 앨범 전체로는 특정 세대가 마주한 사회의 부조리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넌지시 여백을 남겨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연하게 얻어걸린 것이 아니다. 역사 속에서 항상 회자하는 훌륭한 힙합 클래식이 이룩한 성취의 개념이기도 하고, [EAT]은 이를 명확히 추구하고 이뤄냈다. 최초 무료로 공개됐던 본작은 기술적 완성도, 장르적 장치, 혹은 캐릭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이제껏 한국힙합 앨범이 올라가지 못했던 곳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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