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
Artist: 코드 쿤스트(Code Kunst)
Album: People
Released: 2020-04-02
Rating:
Reviewer: 이진석
프로듀서가 객원을 모아 앨범을 구성하는 방식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용적인 부분을 참여 진의 자유에 맡기고 오직 프로덕션만으로 본인의 색을 드러내는 것, 다른 하나는 앨범의 테마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프로듀서가 직접 주제를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코드 쿤스트(Code Kunst)가 앨범을 짜는 방식은 후자에 가깝다. 덕분에 곡마다 다른 아티스트를 기용하면서도 호스트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물론, 그의 프로덕션이 고유한 스타일을 기반으로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번 네 번째 정규작 [PEOPLE] 역시 마찬가지다. 코드 쿤스트는 ‘사람’이라는 소주제를 통해 내용의 연결점을 만들어내고, 스타일과 분위기를 통해 일체감 있는 구성을 완성했다. 유명인의 삶을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꽃(Flower)”이나 건조하고 날 선 분위기를 연출한 “F(ucked up)”, 인간관계 자체의 어려움을 이야기한 “PEOPLE”은 앨범의 테마가 직접 드러나는 곡이다. 넉살과 함께 서로의 성공을 자축하는 “춤”도 특기할만하다.
보이스 샘플과 각 소스의 리벌브를 활용해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신, 활동 초기의 어둡고 탁한 무드보단 차분하고 서정적인 음악이 주를 이룬다. 보컬 피처링의 비중이 높아진 점 역시 눈에 띈다. 기존에 작품을 통해 교류하던 이들 외에도 작년 활발한 활동으로 주가를 올린 백예린이나 신인인 드비타(DeVita), 콜드(Colde)가 목소리를 보탰다.
래퍼들의 활약도 준수하다. 의외의 참여로 볼 수 있는 개코는 평소보다 차분한 톤으로 관록이 엿보이는 벌스를 선보이고, 키드밀리(Kid Milli), 이케이(EK), 하온(HAON), 피에이치원(PH-1) 모두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특히, 씨잼(C JAMM)과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은 캐릭터의 공통점을 찾아 각자 장점을 살리며 좋은 합을 만들었다. 다만, “Set me Free”에 참여한 루피(Loopy)의 피치를 올려 찌르는 듯한 랩 싱잉은 단 한 곡임에도 피로감이 쌓인다.
앨범을 지배하는 서정적인 무드와 별개로, 하이라이트라 할만한 구간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매번 뛰어난 조합을 선보인 넉살이나 카 더 가든(Car, the garden)은 이번에도 수준급의 활약을 펼쳤으나, 전작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리짓군즈(Legit Goons)의 단체곡 “Bronco” 역시 곡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지만, 앨범의 테마를 벗어난 접근 탓에 붕 뜬 느낌이 든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PEOPLE]은 코드 쿤스트의 개성과 장점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처럼 개성 강한 인물들을 모아 본인의 색채 아래 어우러지도록 조율하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독특하거나 새로운 시도가 들어간 앨범은 아니지만, 기획 의도에 충실한 내용과 견고한 만듦새를 갖춘 설득력 있는 결과물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추천하기
스크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