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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 이진석, 황두하
딥플로우(Deepflow)의 네 번째 정규작 [Founder]가 탁월한 완성도를 갖추게 된 배경엔 또 한 명의 주역이 있다. 낯선 이름의 프로듀서 반 루더(Van Ruther)다. 그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영화의 OST가 연상되는 빈티지한 밴드 사운드를 연출하여 앨범의 극적인 무드를 끌어올렸다. 자연스레 많은 이가 그의 정체를 궁금해했다.이후, 딥플로우가 SNS를 통해 공개한 반 루더의 정체는 다름아닌 VMC 소속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온 티케이(TK)였다. 평소 미디 시퀀싱, 혹은 샘플링 위주의 결과물을 선보인 그였기에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었다. 반 루더 역시 이번 작품은 큰 모험이었다고 한다.
긴 시간 분투 끝에 성공적인 결과물을 완성했고, 많은 이야기가 쌓였다. 우여곡절 많았던 [Founder]의 작업기와 반 루더로 거듭난 그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리드머(이하 ‘리’): 반갑습니다.
반루더(이하 ‘반’): 안녕하세요. VMC의 프로듀서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티케이 a.k.a 반루더(Van Ruther)입니다. 반갑고요. 평소 리드머에 자주 들어가요. 음반 리뷰를 주로 챙겨봤는데, 그런 곳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리: TK에서 반 루더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부터 듣고 싶어요.
반: 되게 생각 없이 지은 이름이에요. 먼저 TK에 대해 설명해 드리자면, 제가 음악을 시작할 때 함께했던 친구가 두 명 있어요. 한 명은 별명이 미친개였고, 다른 한 명은 공룡, 저는 오타쿠였어요. 오타쿠라고 하면 어감이 조금 이상하니까 타쿠로 줄여서, TK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어요. 그렇게 음악 만들다가, 1년 후에 딥플로우(Deepflow)형을 만나 활동명을 정해야 했어요. 저는 3개를 후보로 가져갔죠. 그런데 다른 두 개는 너무 미국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남은 하나가 TK였습니다..
리: 탈락한 두 개는 어떤 이름이었어요?
반: 하나는 드림박스(Dream Box)였어요. 이건 그냥 만든 거고, 그 전부터 제가 쓰고 싶던 이름은 젠틀뮤직(Gentle Music)이었는데, 당시 슈프림팀(Supreme Team)의 프로듀서 중에 젠틀맨(Gentleman)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하나밖에 남지 않았죠. 사실 저는 뜻을 숨기고 싶었어요. 이렇게 물어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타코의 줄임말이냐, 아니면 대구 경북이냐? (웃음) 반 루더는 처음에 상구 형이 이름을 바꿔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어요. 그때 생각난 게 반 루더라는 이름이에요. 스무 살 때 피파 온라인2 닉네임이었어요. (웃음) 네덜란드 축구선수들 이름 보면 다 ‘반’이 붙잖아요? 당시에 그 단어가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여기에 유럽권 사람의 이름처럼 보이고 싶어서 ‘루더’를 붙이게 됐고요. 또,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를 되게 좋아했어요. 그런데 찾아보니까, 밴드로스는 ‘L’을 쓰더라고요? (웃음) 어쨌든, 그런 식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지은 건 아니고, 이렇게 이름을 지으면 정말 외국인처럼 보일 수 있으니 더 선입견 없이 작업물을 선보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리: 새 앨범에서 TK의 이미지를 빼고 들어보길 원한 거군요.
반: 맞아요. 그 의도가 100%라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있었어요. 또, 제가 기존에 만들던 것과 다른 형태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상구 형도 제안했던 거죠.
리: 그렇다면 앞으로도 반 루더로 활동할 계획이에요?
반: 확실히 정한 건 아니에요. 원래 싱어로 활동할 때 티케이로, 프로듀싱 네임으로 반 루더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구 형 생각은 또 달라요. 네가 [Founder] 같은 음악을 만들 때만 반 루더를 쓰라고 하더군요. 외국에도 많은 가명을 가지고 활동하는 프로듀서가 있잖아요?
리: 그런 경우가 많이 있죠.
반: 그런 아티스트는 가명으로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 계정을 만들고, 곡을 올리기도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해보라고 했는데… 근데 그러면 네임벨류는 어떻게 쌓죠? (웃음) 이 이름을 앞으로도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거기까지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리: TK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때는 미디 위주로 작업했는데, 이름에 따라 차이를 둘 수도 있겠군요.
반: 그런데 이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면 조금 잘못된 표현일 것 같아요. 제가 [Founder]를 작업하면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어요. 음악을 보는 시각이나 접근 방법이 달라진 건 분명하고, 만약 TK라는 이름으로 다음 결과물이 나온다고 해도 예전의 TK와는 다를 거에요. 이름에 따라 컨셉트가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리: 어떤 태도의 차이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요?
반: 예전에 저는 굉장히 이성적인 타입의 사람이었어요.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이 킥은 이런 소리고, 스네어는 저런 식이고, 밸런스를 이렇게 잡아서 믹싱했구나!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분위기가 누아르적인 비트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음악을 계산적으로 접근한 거죠. 그렇게 음악을 들어왔고,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느낌’이라는 걸 설명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음악에 느낌이 나는 건 소리를 조합했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니까, 느낌을 내기보단 소리의 조합을 만들려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느낌 자체를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만약 4~5년 전에 상구 형이 저에게 [Founder] 같은 앨범을 부탁했다면, 못 했을 거예요.
리: 흥미롭네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집니다.
반: 아까 얘기했던 친구들이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갑자기 랩을 시작했어요. 저는 실용음악과에 들어갔었고요. 교수님 중에는 발라드 작곡가도 있었고, 신시사이저 이론을 가르치는 분도 있어요. 저도 그런 쪽의 음악을 배우고 있었죠. 전 원래 보컬로 음악을 시작했다가 입시를 떨어지고 작곡가로 전향한 케이스에요. 친구들이 랩을 하길래 거기에 제 노래를 얹어보니 잘 안 어울리더라고요. 노래가 안 된다면 제가 배우고 있는 작곡 쪽으로 시도해봐야겠다 싶어서 비트를 찍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힙합이 뭔지도 몰랐죠. 한국힙합 씬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어요. 당시 아는 힙합 뮤지션은 배치기, 드렁큰타이거(Drunken Tiger), 엠씨 스나이퍼(MC Sniper) 정도? 외국 힙합은 제 친 누나가 즐겨 듣던 피프티 센트(50 Cent), 에미넴(Eminem) 정도였고요. 힙합이 뭔지 아예 몰랐죠.
리: 처음엔 힙합문외한이었군요. (웃음)
반: 네. 반면에 제 친구 중 하나는 어릴 때부터 팀발랜드(Timbaland) 좋아하고,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도 즐겨 들었어요. 1년 정도 그런 친구들이랑 부대끼면서 완성된 비트만 50개 정도 쌓았죠. 그 시기에 건대에서 홍대로 이사했어요. 힙합을 하려면 홍대를 가야 했으니까요. (웃음) 홍대에 와서 알게 된 형이 있는데, 아는 래퍼가 있대요.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딥플로우라고 하더라고요. 누군지 몰라서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봤죠. 당시 상구 형이 피처링한 음악이 제가 만들던 것들과 비슷했어요. 이 사람이라면 내가 만든 걸 들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원래 제가 한국 힙합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있었어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은 샘플링 음악 위주로 돌아간다고요. 제가 그런 음악을 하지 않으니, 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딥플로우가 제가 하는 것과 비슷한 음악을 하길래, 소개해달라고 했어요. 전 항상 MP3플레이어에 제가 만든 음악을 갖고 다녔어요. 바로 들려줄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상구형을 만났을 때 들어보겠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메일로 보내달라는 거예요. 되게 비싸게 군다고 생각했죠. (웃음) 그때의 전 힙합 프로듀서가 되고 싶은 맘이 거의 없었거든요.
리: 그런데 굳이 딥플로우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유는 뭐에요?
반: 그냥 제가 지금까지 만든 성과를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친구들이 이미 기획사 연습생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얘들이랑 같이 데뷔하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데 일주일 정도 후에 만나자고 연락이 오더군요. 그래서 덥 사운즈(DUBSOUNDS/*편집자 주: 당시 딥플로우의 소속사)에 갔더니, 제 음악 중 하나로 싱글을 내고 싶대요. 4월에 [Heavy Deep]이 나오니까, 여름쯤 싱글을 내자고요. 그런데 [Heavy Deep]이 다음 해에 나왔죠. (웃음)
리: 2010년과 2011년 정도 사이에 있던 일이군요.
반: 맞아요. 당시에 상구형이 저를 극찬했어요. '당신은 천재다!' 이후에 주기적으로 상구형을 계속 만났죠. 크루를 론칭할 건데, 같이 하면 어떻겠냐고 제의하더라고요. 알았다고 했죠.
리: 생각보다 가벼운 만남으로 시작됐네요. (웃음)
반: 제 성격이 원래 그래요. 심사숙고를 잘 안하고… 하면 하는 거죠. (웃음) 막상 하게 되면 최선을 다하고요.
리: 당시 발매했던 싱글은 어떤 곡인가요?
반: “Realize”라는 곡이에요.
리: 벤(VEN)과 함께했던, [Heavy Deep] 이후 나온 싱글이군요.
반: 맞아요. 그 전에 전 “VMC-002”라는 곡으로 데뷔했고요. [Heavy Deep] 앨범에도 참여했죠. 당시만 해도 주변 지인들은 제가 서정적인 음악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처럼 생기지 않았거든요. (웃음) 조금 곱상하게 생긴 애가 발라드를 만드는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힙합 프로듀싱을 하고 있으니까 신기하게 보더라고요. 또, 힙합 아티스트들은 제가 발라드를 만들었다니까 이상하게 보고요. 변종이라고 볼 수 있죠.
리: 처음 힙합 음악을 프로듀싱했을 때 어려움은 없었어요?
반: 저 혼자 할 때의 어려움은 별로 없었어요. 사실 저는 힙합을 하고 싶다기보단 빌보드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침, 그 시기에 빌보드에서 힙합이 대세가 되고 있었고요. 자연스레 힙합 비트를 만들게 된 거죠. 상구형을 만나면서 1년 정도는 제대로 곡을 만들지 못했어요. 상구형이 저한테 네 곡은 퀄리티가 좋은데 힙합 느낌이 안 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까 얘기했다시피, 저는 그런 느낌이 뭔지 몰랐어요. 대체 그게 뭐야? 제가 할 수 있는 건 형이 좋아하는 힙합 음악을 들으면서 포인트를 찾아내는 거였어요. 힙합이라는 느낌이 뭔지 찾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린 거죠. 욕도 많이 먹고, 구리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만 둘까도 생각했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그래도 하다 보니까 점점 나아진 것 같아요.
리: 특히 영향받은 뮤지션이 있나요?반: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있고, 예전에도 그랬어요. 한 명을 뽑기는 어렵고, 상구형을 만났을 당시에 영향받은 뮤지션을 꼽자면, 폴로 다 던(Polow da Don)이나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 팀발랜드도 좋아했어요. 한 명을 고르긴 어려운 게,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시기별로 좋아하는 장르가 바뀌어요.
리: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네요. 딥플로우도 서던 힙합에 한창 집중할 때고, 빌보드 메인스트림 사운드도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었잖아요?
반: 그렇죠. 그런 음악을 하고 싶던 때에 저를 만나게 된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형 주변에 저 같은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요.
리: 당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 서던 힙합을 만들던 사람이 많이 없었죠. 그러면, [Founder] 앨범의 사운드는 또 완전히 다른데, 이런 스타일의 음악도 관심이 있었나요?
반: 저와 상구형은 굉장히 다른 사람인데, 엄청난 공통점이 있어요. 영화 덕후라는 거죠. 저는 진짜 완전 영화광이에요. 시간이 남을 때에는 그해에 나온 영화를 검색해서 다 봐요. 포스터를 보고 끌리는 영화는 다 보는 식이에요. [Founder]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콕 집어서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런 영화도 좋아하죠. 또, 어릴 때 대중가요 작곡가를 목표하다가 실패했을 때를 생각한 대안이 게임 음악, 혹은 OST였어요. 그 분야를 낮춰 보는 게 아니에요. 다른 길도 염두에 둔 거죠. 거기에 대비해서 현악 곡을 만드는 작법도 공부했어요. 한스 짐머(Hans Zimmer) 같은 음악도 좋아했고요. 그래서 상구 형이 저한테 맡기게 된 거죠.
리: 앨범을 들어보면 아드리안 영(Adrian Young)이나 배드배드낫굿(BadBadNotGood) 같은 밴드 사운드 기반의 힙합 음악도 연상되는데, 혹시 평소에 즐겨 들었어요?
반: 전혀 몰랐어요. [Founder]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제가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상구형의 추천으로 들어보게 됐죠. 아드리안 영의 음악은 들었을 수도 있어요. 직접 찾아 들은 건 아니고, 간접적으로 접했을 순 있는데 알지는 못했죠. 또, 이 앨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엔 제 노래 앨범을 만들 때여서, 노래하는 아티스트를 많이 찾아 들었어요.
리: 전에 냈던 두 장의 정규 앨범에선 보컬로 활약했는데, 앞으로도 보컬 앨범을 낼 계획이 있는 거예요?
반: 전 밖에 나가서 저를 싱어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싱어송라이터’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건 설명하기 쉽기 때문이고, 스스로 가수라는 사실이 별로 와 닿지 않아요. 그냥 제가 고를 수 있는 표현방식 중에서 할 수 있는 걸 선택하는 거죠. 할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앨범도 만들겠죠? 꼭 노래 앨범, 프로듀싱 앨범으로 정해놓고 싶지는 않아요.
리: [Founder]에서도 직접 보컬 어레인지를 맡았는데, 작업과정이 궁금해요.
반: 다른 매체의 인터뷰에서 상구형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자기는 작업 중 어느 시점 이후로는 모든 걸 저에게 맡겼다고요. 보컬 어레인지도 그 중 하나에요. 갑자기 정인이 피처링하기로 했는데, 라인이 없잖아요? 그럼 저를 쳐다봐요. 그러면 제가 해야 하는 거예요. (웃음) [양화]를 만들던 시기에는 샘플링을 공부하면서 음악을 많이 디깅했어요. 이번에도 옛날 소울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어떻게 멜로디를 짜야 당시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죠. 사실, 100% 고전 음악의 멜로디를 재현하는 건 힘들었어요. “Blueprint”를 예로 설명하자면, 올드 소울 뮤직은 거의 BPM 60~70 정도의 느릿한 음악이에요. 그런데 템포가 빠른 곡에선 이 느낌을 살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최대한 당시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앨범을 내고 나서, 초등학교 동창에게 연락이 왔어요. “야, 이거 네가 했지?”라고 하더라고요. 딱 제 멜로디라고요.
리: “500” 같은 경우도 직접 멜로디를 짰나요?반: “500”은 조금 달라요. 항석이 형님 스타일이 신기한 게, 뭔가를 정해놓고 녹음을 하지 않았어요. 그냥 녹음실에 와서 즉석에서 계속 녹음하는 거예요. 물론, 한 번에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면 좋지만, 어렵잖아요? 첫 녹음은 제가, 두 번째는 상구형이 받으면서 몇 천 테이크를 반복했어요.
리: 최항석과는 원래 알던 사이였어요?
반: 전혀 몰랐어요. 상구형이랑 제가 남성 보컬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저희가 원했던 건 옛날 펑크(Funk), 소울(Soul) 쪽에서 샤우팅 하는 흑인 보컬의 이미지였죠.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같은 보컬을 찾고 싶어서 수소문했는데, 없더라고요. 한창 고생할 때 상구 형이 동영상을 보내줬어요. 최항석 형님의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이었죠. 이 사람이면 우리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상구형이 DM을 보냈는데, 안 읽더라고요. 3개월 정도 지나서 소속사에 메일을 보냈는데, 그제야 답장을 받았어요. 약속을 잡았는데, 상구형이랑 오래 알고 지낸 사진사 누나에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최항석을 어떻게 아녜요.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최항석이 자기 친 오빠라는 거죠. (웃음) 그렇게 같이 술을 먹고 친해지게 됐어요.
리: 신기한 인연이네요. 그날 최항석이 바로 참여하기로 한 거예요?
반: 너무 재미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재미있었던 게, 녹음실에 오자마자 하는 말이 넷플릭스(Netflix)에서 [리듬&플로우, Rhythm & Flow]를 다 보고 왔대요. (웃음) 너무 웃겼어요.
리: 딥플로우가 다른 인터뷰에서 티케이의 코어가 힙합음악이 아닌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는데, 본인 생각은 어때요?
반: 저는 상구형이 그렇게 표현했을 때, '이건 나를 너무 논 힙합으로 분류해버리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어요. 이러면 내가 힙합을 못 하잖아! (웃음) 제가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저는 더 이상 어리지 않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형태의 힙합 음악이 있는데, 가면 갈수록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근 3~4년 동안 많이 느꼈던 건데, 예를 들면 요즘 유행하는 이모 트랩(Emo Trap) 같은 장르는 들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구리다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음악은 만들고 싶지 않죠.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힙합 음악을 만들었을 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거든요.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열렬하게 트렌드를 좇았어요. 그러다가 제 첫 앨범을 기점으로, 더 이상 트렌드를 좇지 말자고 마음먹었죠. 그러다 보니 지금에 도착하지 않았나 싶은데, 또 저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죠?
리: 외국에선 그리셀다(Griselda)같은 팀이 떠오르는 걸 보면, 다시 유행이 도는 것 같기도 해요.
반: 그런 고민도 있어요. 회사 내에서 모두 지금의 트렌드를 파기 시작한다면, 저도 같이 연구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싫은 거죠.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타입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레이블의 래퍼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요.
리: 조금 다른 질문인데, VMC에도 이제는 버기(Buggy), 홀리데이(Holiday), 프레디 카소(Fredi Casso) 같은 인하우스(Inhouse) 프로듀서가 많아졌잖아요? 이런 환경의 변화가 끼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반: 저에게 미치는 영향은 하나도 없어요. 저는 작업실을 따로 쓰고 있고, VMC 사무실은 일이 있을 때만 와요. 평소엔 사무실에 없다 보니, 접점이 잘 없어요. 워낙 스타일이 다르기도 하고요. 별로 상관은 없다고 느껴져요.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한다면… 만약 다른 프로듀서들이 없었다면 그 친구들이 하는 일을 제가 다 하고 있었겠죠? 실제로, 예전에는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업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여러 멤버들의 스타일을 다 소화해내야 했어요. 또, 제가 신경을 쓰거나 집중해주지 못했을 때의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죠. 저를 굳이 안 써도 되니까요. 수익이 줄어드니까 단점일 수도 있지만… (웃음) 어릴 때는 앨범을 다 제 이름으로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다 이기려고 했죠. 요즘은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예전 커리어를 보면 양으로 승부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제는 1년에 한 곡을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드는 게 의미 있다고 봐요.
리: 전보다 여유가 생겼네요. VMC에 특히 인하우스 프로듀서가 많은 게 제작 시스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반: 최근에 오디(Odee) 앨범 나온 것만 봐도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해요. 우리 회사 소속 비트메이커들이 결과물을 주기적으로 들려주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요청이 올 때마다 쳐내는 식이거든요. 제가 들은 얘기론, 비트메이커들이 래퍼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들려주곤 한대요. 근데 저희는 다들 자기 하드에 쌓아놔요. (웃음) 플레이어들은 답답하다고 하더라고요. 음악을 잘 안 들려준대요.
리: 레이블 내외부적으로 [양화] 때와 비교해서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프로듀서로서 체감되는 부분이 있나요?
반: 되게 많은 것들이 변해 왔죠. 일단 좋은 사무실이 생긴 것? 인지도를 얻고, 새로운 멤버가 많아졌다는 게 크게 바뀐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예전 같으면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는 못 하게 됐다는 생각은 들어요. 작품을 발표하거나, 뭔가를 만들거나, 심지어 SNS에 글을 올릴 때도요. 이제는 마냥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시선이 우리를 보고 있고, 우리가 걸어온 행보에 뒷받침되는 태도를 보여야 하니까요.
리: 아까도 간단하게 이야기가 나왔지만, 반 루더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를 자세히 알고 싶어요.
반: 한때, 저희가 욕을 많이 먹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게 사실 많은 영향을 줬어요. 저는 음악을 그만두려 했어요. 내가 이러려고 음악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시기에 상구형이 [Founder] 작업을 제의해서, 이것까지만 하고 그만둬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것 같았거든요. 10년 동안 이 회사에서 음악을 만드는 게 제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것만이 나의 행복이 아닌 순간이 찾아온 거죠.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작업을 시작했죠. 작업할 때는 다른 생각 없이 여기에만 집중했어요. 우선 싱글을 내기로 했죠. 그때 상구형이 제의를 했어요. 그동안 제가 하던 것과는 많이 다른 음악을 하고 있고, 제가 평소에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해 보는 건 어떠냐고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새 이름을 짓게 된 거죠.
리: 본인은 새로운 브랜드에 만족하나요?반: 만족한다기보단… 처음에 이름을 바꾸자 했을 때는 '굳이?'라는 입장이었어요. 만약 우리가 만든 음악이 정말 좋은 평가를 받을 결과물이면 내 이름으로 냈을 때 더 좋은 거 아닌가? 기존의 이미지를 씻어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형이 해보자고 하니까…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해보는 거였죠. 앨범이 나오고, 반응이 너무 예상대로더라고요. 'TK가 프로듀싱을 안 하니까 좋네?' 그걸 보고 저는 ‘이 새끼들 봐라?’ 싶었죠. (웃음)
리: 공개했을 때 상당히 통쾌했겠어요?
반: 며칠 전에서야 통쾌해졌죠. 제가 이 앨범을 2년 반 동안 만들었으니까, 그날의 시원함을 위해 2년 반 동안 참은 거죠. 저희 팬들은 다 알고 있었을 거예요. 제가 인스타그램에 녹음하러 다니는 것도 다 찍고 했으니까요. 저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몰랐겠죠?
리: 처음 딥플로우에게 이 앨범의 콘셉트와 내용을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어요?
반: 첫 번째는 ‘이걸 왜?’, 두 번째는 ‘그걸 왜 나한테?’ (웃음)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니까요. 대체 이 사람이 나한테 뭘 봤길래 이러지? (웃음) 이런 생각이었죠. 사실 그거 말고 다른 생각은 안 했어요.
리: 작업을 시작할 때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아요.
반: 어려웠죠. 쉬울 수가 없죠. 우선, 당시의 음악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잖아요? 어떤 방식을 쓰고, 어떤 작풍과 편곡 방법이 있는지. 물론 그런 음악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긴 했죠. [양화] 당시에 샘플링을 공부하면서 많은 올드 뮤직을 접했으니까요. 그래도 요즘 사운드랑 전혀 다르잖아요? 또, 상구형이 콘셉트를 설명했을 때 이 사람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는 게 힘들었어요. 제안을 받고, 우선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이후, 몇 달 동안 공부만 했어요. 드럼을 녹음하는 방법부터 시작했죠.
리: 정말 처음부터 쌓아 올린 거군요?
반: 힙합 음악에 쓰는 악기라고 해봤자 기타나 리드 세션 정도잖아요? 경험이 없다 보니 공부를 했죠. 사실 그런 방법들은 그냥 배우면 돼요. 정말 궁금했던 건 ‘70년대의 드럼 사운드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였어요. 제가 어릴 때 발라드를 만들어 봤기 때문에 드럼 톤을 잡는 방법은 대략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현대의 톤과 ‘70년대의 톤은 갭이 커요. 이걸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가 굉장히 궁금했어요. 정말 많은 자료를 찾았고, 3개월 정도 됐을 때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제 방법을 알 것 같아서, 실험을 시작했죠.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한 거예요.
리: 프롬올투휴먼(Fromalltohuman)과 엔피유니온(NP Union)을 비롯해서 많은 세션이 참여했는데, 섭외와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반: 작업 과정을 2년이라 치면, 1년씩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어요. 1년은 딱 창작만 하던 시기예요. 곡을 만들어서 상구형에게 들려주는 걸 반복했죠. 1년이 다 지나갈 때쯤, 상구형이 가사를 거의 다 썼다고 이야기했어요. 저에게 찾아와서, 제가 보내 준 곡 중 앨범에 들어갈 것들을 고르고 이제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개소리지? 아직 안 끝났는데? (웃음) 이전에 제가 [Strings]라는 앨범을 냈는데, 줄 악기를 콘셉트로 잡아서 평소 안 쓰던 기타를 많이 썼어요. 당시 잘 모르는 분과 작업을 하면서 약속을 잡거나,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죠. 이런 어려움을 겪고 난 후에, 저에게 또 세션을 써야 하는 일이 생긴 거예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상구형이 이번에 돈을 꽤 많이 쓸 것 같은데… (웃음) 소위 말하는 S급 세션을 섭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그런 사람들은 제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느낌을 잘 표현해줄 것 같아서요. 다만 단점은, 모르는 사람들과 다시 인사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반대로, 프롬올투휴먼의 리더는 제 친구거든요. 그 친구들이랑 작업을 하면 제가 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거죠. 일일이 악보를 만들거나 코드를 주지 않아도, 웨이브 파일 하나 주고 카피해서 치라고 해도 되니까요. (웃음) 오랫동안 저울질을 했어요. 거의 1년을 고민하다가, 후자를 고른 거죠. 나중에 공연하게 되었을 때도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독립적인 아티스트를 여러 명 섭외했다 치면 합주 스케줄을 맞추는 것부터 지옥이거든요. 사실, 결정하기 6개월 전부터 너희랑 할까 생각 중이라고 이야기해놨어요. 그때부터 이미 그 친구들은 준비했더군요. 친구가 멤버들에게, “이건 무조건 할 거고, 존나 잘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대요. 그사이에 비싼 빈티지 악기도 구매하고, 칼을 갈고 있었어요. 그렇게 같이하게 됐죠. 그런데 “36 DANGERS”를 내고 나서, 한동안 또 아무것도 못 했어요. (웃음)
리: 본격적으로 악기 녹음을 한 건 언제부터예요?
반: 작년 11월부터요. 그때가 되어서야 곡이 완벽하게 마무리됐거든요.
리: 세션이 많이 들어간 만큼, 녹음부터 엔지니어링까지 평소보다 까다로웠을 것 같아요.
반: 그렇죠. 살면서 이렇게 바빠 본 적이 없어요. 월요일에 드럼을 녹음하고, 스튜디오에서 녹초가 되어서 나와요. 사람이 3시간 반 동안 초집중 상태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요. 자고 일어나면 박자도 맞추고 튜닝을 해야 하는데, 그럴 틈이 없이 다른 녹음을 하러 가야 해요. 그 녹음이 끝나면 데이터가 두 배가 되어있죠. 다음 날은 하루 종일 데이터를 정리하는 거예요. 몇 주 동안 이 작업을 했어요. 정말 지옥이었죠.
리: 엔지니어링은 나 잠수, 권나무가 담당했는데 본인도 믹스, 마스터링에 참여했나요?
반: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저는 곡만, 믹스, 마스터링은 엔지니어에게. (웃음) 2년 반 전에 상구형이 저에게 앨범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잠수형이랑 믹스 안 할 거면 시작도 안 할 거라고 못을 박았어요. 잠수형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로 활동한 경력이 있잖아요? “36 DANGERS”를 녹음하기 전에 잠수형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두 시간 반 동안 녹음 기법부터 시작해서 여러 이야기를 해줬어요. 멘탈이 나갔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웃음) 잠수형도 앨범 콘셉트를 듣고, 자기도 TV 시리즈 OST에 꽂혀서 만들어 본 음악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들어봤는데, 너무 잘하는 거예요! 이걸 이분한테 맡겼어야 하는데… (웃음) 그때 잠수형이 조언도 많이 해주고, 여러 음악을 추천해줬어요. 믹스를 할 때도, 열린 마음으로 갔어요. 저도 엔지니어링에 대한 지식이 없지는 않기 때문에, 원래 가믹스를 해서 데모로 밸런스를 잡아놓거든요? 이번엔 그런 과정도 없었어요. 기타 톤만 통으로 들고 갔죠. 잠수형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어요. 이게 어떻게 만져야 빈티지하게 되는지 판단이 안 되더라고요. 네 곡을 가져가서 열 시간 넘게 작업했는데, 그 중 절반이 대화였어요. 잠수형에게 고마워요.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굉장히 오랜만에 믹스했나 봐요. 재미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리: 엔피유니온과 다른 세션 얘기도 좀 해주세요.
반: 엔피유니온은 저희 회사 소속 롸키엘(Rocky L)이 멤버여서 섭외했어요. 사실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는데, 브라스 파트는 엔피유니온이 바로 떠오르더라고요. 그 이전에 상구형의 “SOFA”라는 싱글에도 참여한 적 있었고요. 애초에 곡을 만들 때도, 세션을 구할 수 있는 악기들을 먼저 쓰려고 했어요. 상구형의 의지는 처음부터 하나였어요. 모든 악기를 실 연주로 받겠다! 그 형은 그거 말고 아무 생각도 없는 거예요. (웃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나는 모르겠고, 다 크레딧에 올리고 싶다고. 대신 돈은 쓸게! (전원 웃음) 그래서 곡을 구성할 때, 스트링 같은 건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했어요. 그래도 몇 곡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비브라폰(Vibraphone) 같은 경우도 주로 나서는 악기가 아니라 뒤에 깔리는 식으로 배치했어요. 플루트(Flute) 하는 친구도 재미있는 계기로 참여했어요. 부산에 사는 고등학교 때 친구예요. 자주 보진 못해도 플루트 연주를 하는 건 알고 있었어요. 앨범에 플루트가 들어가게 됐는데, 처음엔 이 연주가 실제로 가능한 건지 물어보고 싶어서 파일을 보냈어요. 제가 공부를 많이 했어도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곡이 너무 좋다고 답변이 오더라고요. 그 시기에 마침 그 친구가 서울을 오게 된 거예요. 갑자기 녹음하게 됐죠.
리: 타이밍이 잘 맞았군요.
반: 기분이 좋더라고요. 어릴 때 친구와 같이 일을 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음악 생활을 하면서 이 친구와 함께할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요. 그 친구도 굉장히 뿌듯해했고요.
리: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네요. 앨범의 사운드 부분에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은 뭐였어요?
반: 처음 음악을 만들 땐 상구형이 뭘 만들고 싶은지가 헷갈렸어요. 대화를 정말 많이 했고, 대충 감을 잡고 나서 생각한 건 한 가지예요. 이 음악이 샘플링을 한 힙합 트랙처럼 들리게 하고 싶지 않다. 보통 샘플링을 한 힙합 트랙이라면, 꽂히는 라인을 루프로 만들어서 계속 돌리는 거잖아요?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또, 마냥 힙합 음악으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곡을 만들면서 느낀 건, 붐뱁이 차라리 더 쉽구나… (웃음) 저는 붐뱁을 잘 만들지 못하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현대적인 음악처럼 들리지 않기를 원했어요. 핵심은 얼마나 밴드 사운드와 빈티지한 질감, 그리고 힙합의 비율을 맞추느냐였죠. 주요 청자가 힙합 리스너인 만큼 완전히 힙합과 동떨어질 수는 없으니까요.
리: 딥플로우의 인터뷰에선 어느 시점 이후로 반 루더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고 했는데, 그러면 후반 작업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들어간 건가요?
반: 후반 작업을 이야기하기 전에, 상구형의 초반 작업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상구형은 벌스만 썼어요. (웃음) 자기 벌스만 다 써놓고, 저에게 앨범이 다 끝났다고 이야기했어요. 대체 뭐가 다 끝난 거지? 작년 1월쯤 그 얘기를 하면서, 봄에 앨범이 나와야 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웃음) 연주자 섭외, 스튜디오 예약을 하면서 후반 작업이 시작됐죠. 상구 형은 연주자들을 잘 몰라요. (웃음) 물론 인사는 했죠. 처음에는 과자라도 사 들고 가야 할지 물어보길래, 그냥 오지 말라고 했어요. 어차피 봐도 아무것도 모르니까… (웃음) 당시에 상구 형이 다모임 촬영으로 바쁘기도 했고요. 상구 형은 놀러 다니고, 대만도 가고, 저는 스튜디오에 박혀 있었죠.
리: 아까 최항석 섭외 과정을 이야기했는데, 그 외에도 화지나 정인이 참여했어요. 정인 같은 경우는 의외였는데, 어떻게 작업하게 됐어요?반: 원래 화지 말고 따로 섭외된 사람이 있었어요. 근데 느낌이 잘 안 묻더라고요. 상구형도 똑같이 느껴서 바꾸게 됐죠. 여러 명을 거론하다가 화지를 생각했는데, 딱 맞을 것 같았어요. 예전에 “Feel Aright”에서 합작을 해봤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후렴을 짤지 느낌이 오더군요. 정인은 그 곡에 어떤 소울 보컬을 써야 할지 느낌이 오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선우정아 이야기도 나왔어요. 비엠케이(BMK)도 한 번 본 적 있어서 고민했고요. 그런데 항석 형님이 이건 딱 정인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렇게 연락을 했고, 참여하게 되었죠.
리: 정인의 반응은 어땠나요?
반: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좋았으니까 참여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웃음) 또, 처음에는 상구형에게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이나 팔로알토(Paloalto) 같은 사람들도 참여를 받자고 제안했어요. 상구형은 너무 개인적인 앨범이라 안 된다고 하고요. 저는 어차피 회사 이야기할 거면, 회사 사장들 모아서 트랙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했죠. 절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웃음) 그게 조금 아쉬워요.
리: 그러면 레이블의 각 멤버가 어떤 곡에 참여할지는 딥플로우가 정한 거예요?
반: 맞아요.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저한테 자꾸 허락을 받았어요. 저는 알아서 하라고 했죠. 괄호 치고, 어차피 형 마음대로 할 건데 왜 나한테 물어봐요? (웃음) 확신을 얻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 앨범을 하면서 상구형의 성격을 더 많이 알게 됐어요.
리: 앨범의 총 프로듀서로 생각해서 허락을 구하지 않았을까요? (웃음) 직접 이 앨범은 프로듀서가 85%가량의 역할을 맡았다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반 루더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앨범일 것 같아요.
반: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이 앨범을 시작하기 전에 음악을 그만두려 했어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죠. 이 앨범만 만들고 털어버리자는 마인드였어요. 되든 안 되든, 그냥 만들고 본 거예요. 어느 시점이 지난 후로는 상구형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작년 즈음 제가 죄책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저는 실력과 무관하게 이 회사의 소속이 되었고, 우연히 많은 일을 맡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회사가 더 커지게 되었고요. 회사가 가지게 된 명성과 영향력이 저의 실력과 별개로 형성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렇게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저를 믿고 맡기는 형에게 보답하고 싶었죠. 그런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라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내가 오히려 더 치열하게 붙어서 만든 것 같은데? (웃음) 또, 제가 본의 아니게 2집 이후로 잠수를 탄 것 같은 상황이 되었어요. 거기에 대해서도 답답함이 있었죠. 죽은 사람 같았어요. 이걸 쭉 참다가 [Founder]를 통해 생존 신고를 하게 된 것 같아요.
리: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의 앨범이나 레이블의 다른 아티스트와 작업할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반: 물리적인 차이는 제작 기간이 길었다는 거고요. 다른 차이로 제가 존중받으면서 작업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전에 존중을 받지 않았던 게 아니라, 이번에 상구형이 저를 오랫동안 기다려줬어요. 예전엔 급박하게 했던 작업도 많았고, 마감에 쫓기면서 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만든다는 느낌이 있었죠. 사실, 프로젝트의 주축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던밀스(Don Mills)와 딥플로우가 각자 극단적인 케이스에요. 던밀스 같은 경우는 자기가 덩실거릴 수 있다 싶으면 바로 가사를 쓰고, 녹음을 해버려요. 반면에, 상구형은 신중하고 생각이 많은 타입이고요. 던밀스는 ‘와 신나!’ 하면 곡이 나오는 거고, 상구형은 이 소스의 소리가 1db만 작았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내는 사람이고요.
리: 앨범 제작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흡수했는데, 다음 작품에도 영향이 있겠죠?
반: 당연히 영향을 많이 미치겠죠? 첫 번째로 반 루더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해야 하고요. 제 다음 행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느껴요. 또, 다들 제가 갑자기 다른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서서히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 변화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도 생각해야겠죠? 회사의 다른 멤버들도 좀 더 제대로 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상구형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가 가득한 앨범이고, 다들 들으면서 느낀 것이 엄청 많아요. 이 결과물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도 각자 다를 거예요.
리: 그러면 딥플로우가 풀어놓은 이야기를 듣고 느낌이 어땠어요?
반: 슬펐어요. [Founder]는 “Panorama”라는 곡부터 전기영화처럼 펼쳐지는 앨범이죠. 저는 1번 트랙 1분 정도 후부터 계속 함께 있던 사람이에요. 그만큼 소회가 남다르죠. 또, 앨범을 만들면서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많이 봤어요. 저만이 유일하게 미리 가사를 봤고요. 아주 짠했어요. “VAT”라는 곡에서 자기가 꺾이고 술이나 사는 형이라는 구절이 나오잖아요? 회사가 커지면서 상구형이 사장으로서 행동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기 때문에, 거리감도 생겼을 거예요. 저도 예전처럼 막 전화해서 욕하고, 술이나 한잔 빨자고 이야기하지 못하게 되었죠. 미팅도 많고 너무 바쁘니까요. 저는 원래 다 괜찮을 거로 생각했어요. 상구형이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죠. 제가 보기에는 다 잘 되고 있었으니까요. 그걸 들춰내고 보니까, 형이 참 힘들었겠다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위로를 많이 해주려고요. (웃음) 상구형이 평가할 때, 유일하게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 저래요.
리: 앨범을 들은 다른 멤버들의 반응도 이야기해줄 수 있어요?
반: 다들 좋다고 하죠. 엄청난 걸 만들어냈다고 평가했어요. 회사에 베이비나인(Babynine)이라는 디제이가 있는데, 정말 많은 음악을 듣는 형이에요. 이 형이 인정을 해야 우리가 원한 사운드가 제대로 만들어진 거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앨범을 듣고, 엄청 많은 평가를 해줬어요. 눈물도 울컥 나는 앨범이었고, 정말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라고요. 쌓인 게 해소되는 느낌이었어요. 저희가 받은 첫 감상평이거든요. 그 전까지 상구형이 보안에 굉장히 많이 신경을 썼어요.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도, 자기가 참여한 곡 외에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심지어 그 사람들도 악기 녹음 후에 나온 버전은 못 들어봤죠. 저는 답답했죠. 주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아야 힘도 나고 재미있을 텐데… 사람들이 제가 바쁜 건 아는데, 왜 바쁜지는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웃음) 그렇게 만든 앨범에 좋은 평가가 붙으니까 후련하죠.
리: 이번 앨범을 떠나서 평소의 작업 방식도 궁금하네요. 주로 쓰는 장비나 악기 등등….
반: 주로 쓰는 다우(Daw)는 큐베이스(Cubase)를 쓰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 큐베이스로 시작해서 아직 사용하고 있죠. 예전에는 MPC나 다른 머신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처분했어요. 그냥 마우스로 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악기는 롤렌드 X8 신시사이저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가상악기를 사용하고요. 곡 작업을 할 때는 테마를 먼저 생각해요. 근 몇 년간은 요청 없이 자발적으로 만든 적이 없어서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웃음) 이번 앨범으로 예를 들면, 처음에 드럼 톤을 잡아요. 필인(Fill in)을 포함해서 8마디 정도 찍어놓고, 꽂히는 악기를 넣죠. 처음에는 구성을 생각하지 않고, 2~3분 분량을 손 가는 대로 만들어요. 얘기하면서 생각해보니, 다른 작업도 비슷하게 진행하는 것 같아요.
리: 비트메이킹을 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뭔가요?
반: 밸런스가 잘 맞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타 솔로가 오른쪽에서 나오고 있으면, 왼쪽에도 고음역의 악기가 나와야 하는 식이죠. 테마도 신경을 많이 써요. 또, 개인적으로 신기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안정적인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라 볼 수 있겠죠. 누군가는 제 음악을 들으면서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리: 앞으로 프로듀서를 하고 싶거나 비트메이킹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할 게 있나요?
반: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성향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소위 말해 집돌이, 집순이들. (웃음) 그런 성향의 사람들만 이걸 할 수 있어요. 장시간 앉아있을 수 있고, 인내력이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던밀스가 예전에 비트를 만들어보려 했는데, 오래 못 가더라고요. 앉아있는 걸 버티지 못해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또, 대화를 많이 해야 해요. 좋은 비트란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절대적인 선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작업자가 만족한다면 그게 좋은 결과물이죠.
리: 다음 앨범 계획이 궁금합니다.
반: 원래 [Founder]를 만들기 전에 제 3집을 만들려 했어요. 3집까지만 만들고 그만두려 했죠. 많은 영화가 트릴로지(Trilogy)로 이루어져 있으니, 저도 세 번째를 마지막으로 하려 했어요. 원래 만들고자 한 앨범은 [Founder]와는 대척점에 있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Founder]를 먼저 끝내고 작업하려 했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죠. 가사는 많이 써놓은 상태에요. 그런데 전처럼 집중해서 만들진 않을 것 같아요. 예전에 1집, 2집을 낼 땐 주변에 앨범을 만든다고 알리고 작업 제의를 다 거절했어요.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그 정도로 하고 싶지도 않고, 심각한 앨범을 만들고 싶지도 않아요. 상구형이 다른 인터뷰에서 다음 앨범에 대해, 차에서 듣기 좋은 걸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저도 똑같아요. 더불어 요즘은 제가 시간이 많아요. 굳이 다른 일을 거절하지 않아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사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도 제 봉인이 해제됐잖아요? (웃음) 원래 아무도 저를 못 건드렸어요. 저랑 작업하고 싶어도 제의를 못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그분들이랑도 작업을 해야겠죠.
리: 지금까지는 VMC의 인하우스 프로듀서로서 내부 결과물을 위주로 작업했잖아요? 회사 밖에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반: 생각을 깊게 해본 적은 없어요. 예전에는 있었어요. 4~5년 전엔 도끼(Dok2)와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서던 힙합이고, 교집합이 있으니까요. 지금은 만약 정규 앨범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누구든 저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더 콰이엇(The Quiett)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다녀와서 저 사람이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빈지노(Beenzino)와도 해보고 싶고요. 최근에 제가 이 앨범을 하면서 정말 많은 뮤지션을 만났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게 재미있어졌어요. 누구든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아무도 안 할걸요? (웃음)
리: 혹시 모르죠. (웃음) 이번 앨범을 듣고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Tourist] 때는 외부 객원을 모아 앨범을 만들기도 했잖아요?
반: 두 번 다시 그렇게는 작업 안 하려고요. 피처링 받는 게 너무 힘들어요. (웃음) 진짜 죽어요. 코드 쿤스트(Code Kunst)는 대단한 것 같아요. 항상 초호화 멤버를 모아오니까요. 저는 그래서 2집의 피처링을 최소화했죠.
리: 그러면 향후 활동 방향이 정확하게 정해진 건 아니네요?
반: 지금은 없죠. 마음 같아선 바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잡고 싶기는 해요. 이미 녹음을 발매 3~4주 전에 끝냈기 때문에, 충분히 쉬었거든요. 제가 뭐든 미리 정하고 움직이는 성격이 아니라, 예를 들어 넉살이 내일 당장 앨범을 만들자고 하면 바로 시작할 거예요. 아무도 제의하지 않으면 제 앨범을 만들면 되고요. 가만히 있기는 싫어요.
리: 아까 영화광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이번 앨범도 고전 영화 OST가 많이 연상되는 작품이었잖아요? [Founder]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감상할만한 영화를 추천해준다면요?
반: 일단, 상구형이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영화를 좋아해요. 이 앨범을 만들기 전에 유독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을 많이 봤어요. 상구형이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나오는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1976)]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2019)]을 보라고 했어요. 저는 [속 황야의 무법자, Django(1966)], [헤이트풀8, The Hateful Eight(2015)]를 다시 봤어요. 그 정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업 중에 영화를 자주 돌려 봤어요. OST도 많이 찾아 들었고요. 상구형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을 감상을 저도 이해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앨범을 만드는 중에는 나는 평생 이런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빠져 있었어요.
리: 한 분야에 빠지면 계속 파고드는 타입인 것 같아요.
반: 끝까지 가는 타입이에요. 중간에 멈추면 속이 시원하지 않아요.
리: 그런 성향을 보고 딥플로우가 파트너로 정한 것 아닐까요?
반: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때 힙합 음악을 만들 때도, 이런 느낌으로 빠지게 된 것 같아요. 힙합 음악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면 날 때까지 만드는 거죠. 그 외의 모든 작업도 마찬가지의 마인드로 하는 것 같아요. 될 때까지 하는 게 저의 핵심인 것 같아요.
리: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반: 생각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평이 뮤지션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끼쳐요. 제가 심한 우울증에 빠져서 집에 박혀 자전적인 글을 써 내려간 적이 있어요. 그 중에 이런 문구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너무 돌을 세게 던진다고요. 무심코 던진 말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다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레이블의 다른 멤버들도 다운되었던 시기가 있었죠.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웃음) 우리 회사와 앞으로 저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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