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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비와이 & 심바 자와디(BewhY & Simba Zawadi)
Album: NEO CHRISTIAN
Released: 2020-06-15
Rating:
Reviewer: 황두하
비와이(BewhY)는 데뷔 때부터 크리스천으로서의 신념을 음악에 적극적으로 녹여왔다. [쇼미더머니5]에서 우승한 뒤 각종 매체에 얼굴을 비추면서도 독실한 신앙심을 내비쳤고, 이는 비와이라는 랩퍼를 대표하는 정체성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크리스천 힙합을 발표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가사의 재료로서 자주 활용해왔을 뿐이다.그런 그가 이번에는 대놓고 가스펠 랩을 표방한 앨범 [NEO CHRISTIAN]을 들고 돌아왔다. 이를 위해 택한 파트너는 심바 자와디(Simba Zawadi)다. 심바 자와디로서는 데자부 그룹(Dejavu Group)에 합류한 후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 단위의 결과물이다. 심바는 붐뱁(Boom Bap)에 투신하는 음악 스타일과 본인의 의견을 가감없이 내뱉는 행보로 장르 팬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비록, 음악적으로는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음악 외적으론 화제를 만들어왔다.
앨범은 큰 틀에서 봤을 때 비와이가 그간 해오던 스타일에 심바가 몸을 맡긴 인상이다. 비와이와 심바는 물론, 레이블 메이트인 비앙(Viann)과 그레이(GRAY)가 참여한 프로덕션은 지난 [The Movie Star]의 연장선에 있다. 과장된 신시사이저와 독특한 소스들이 난입하여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웅장하고 극적인 사운드. 이는 앨범에 몰입하게 하는 가장 큰 요소다.
거친 질감의 신시사이저로 긴박한 느낌을 주다가도 서정적인 피아노 라인으로 반전을 주며 긴장을 풀었다가 조이는 “Neo Christian Flow”는 대표적인 예다. “Holy Ghost Is Coming Down. Kneel” 같은 곡에서는 여전히 [Yeezus] 시절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영향이 느껴지면서도, 전반적으로 레퍼런스 없이 비와이가 추구하는 색깔이 더욱 뚜렷해진 느낌이다.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비와이는 물오른 기량을 뽐내며 자신이 깔아놓은 사운드 스케이프 위를 마음껏 뛰논다. 전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타이트한 플로우로 일관하며 피로감을 주었던 것과 달리 전에 없던 여유까지 느껴진다. 이에 맞춰 심바도 이전보다 훨씬 발전된 랩 퍼포먼스로 치열하게 따라붙으며 밸런스를 맞춘다. “어디로”에서 처음 시도한 랩-싱잉도 준수하다.
하지만 애초에 둘의 기량이 차이 나는 데다가 랩 톤에서도 비와이보다 개성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심바의 파트에서 다소 힘이 빠진다. 특히, 둘이 비슷한 플로우로 벌스를 진행하는 “힘”이나 짧게 벌스를 주고받으며 전개되는 “David N Elijah”에서는 이러한 격차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여유롭게 플로우를 이어가는 비와이와 달리 작정한 듯 격정적으로 랩을 토해내는 심바의 랩은 다소 피로감을 유발한다.
가스펠 랩을 본격적으로 표방한 작품답게 가사엔 주에 대한 찬양, 신앙심과 죄의 고백, 이교도에 대한 적대심 등, 교회가 항상 강조하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특히, “Holy Ghost Is Coming Down. Kneel”부터 “David N Elijah”까지 이어지는 초반부는 노골적이다. ‘신이 내 뒤에 서있는 게 아냐 신의 편에 선 게 나란 말야 / 허락받아 나란 죄인. 당신 곁엘 걸어가기를’ (“힘”), ‘신은 죽었다고 말했던 니체는 죽었다 / 죽음따위 이겨내버린 구원자. 예수였다’ (“Neo Christian Flow”) 같은 가사는 앨범의 논조를 대변한다.
그런데 앨범의 아쉬움은 여기서 비롯한다. 원론적인 신앙심 강조와 종교인으로서의 자아를 선언하는 것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은 탓이다. 여러 실제적 이슈 탓에 한국 교회의 사회적 위상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처럼 원론적인 이야기를 통해 신앙심을 강조하는 건 무너진 교회의 위상을 내부에서 돋보이게 하려는 노력으로 비춰지거나 기독교인의 결속을 다지는 힘으로 작용한다.
다르게 말하면, ‘신기독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기존의 한국 교회를 둘러싼 담론을 외면해버린 탓에 외부인에게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인상적이지 않거나 무의미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결국, 흔한 철학적 외피의 가사가 오히려 감상 포인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져 버렸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어디로”와 게스트로 참여한 씨잼(C Jamm)과 재키 와이(Jvcki Wai)의 벌스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시선을 교회와 신이 아닌 자신에게 돌려 구체적인 표현으로 죄를 고백하고 교회의 폐쇄성에 의문을 품으며, 입체적인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중반부까지 느껴지는 답답함이 “어디로”에 이르러서야 조금은 환기가 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NEO CHRISTIAN]의 한계는 분명하다. 한국 교회의 외부인들을 설득하거나 그들에게 감흥을 줄 만한 포인트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음악 자체가 주는 감흥은 즐겁다. 지향하는 음악적 색깔을 더욱 짙게 만든 압도적인 사운드의 프로덕션과 비와이의 랩, 그리고 이에 맞춰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린 심바의 활약 덕분이다. 더불어 한국에선 매우 낮은 완성도로 힙합 씬 밖에 있었거나, 시도 자체가 드물었던 가스펠 랩/크리스천 힙합을 본격적으로 표방한 완성도 있는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의미와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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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힘"에서 심바의 파트가 적절한 분량만큼 적당한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곡의 전체적인 구성 면에서 보았을 때는, 여유로운 비와이의 랩과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완급 조절이 괜찮게 이루어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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