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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o James
Album: MANTIC
Released: 2020-05-29
Rating:
Reviewer: 김효진
로 제임스(Ro James)는 국내에서 생소한 이름이지만, 2017년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베스트 알앤비 퍼포먼스(Best R&B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음악적 역량을 증명한 바 있다. 그의 특기는 90년대에 유행하던 슬로우 잼(Slow Jam)에 가깝다. 끈적이는 멜로디에 성적인 가사를 얹은 “Permission”은 그의 대표곡이다.그러나 인지도는 부족했다. 각인할 만한 요소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전작 [Eldorado] 내에서 ‘슬로우 잼’으로 일컬어지는 특기는 잠깐이었고, 알앤비 장르 작법을 벗어난 실험적인 트랙은 다른 트랙들과 어우러지지 못해 뜬금없게 들렸다. 알앤비의 특성이 돋보이는 곡들조차 관성처럼 흐른 탓에 그의 음악적 능력이나 보컬 스킬이 두드러지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었다.
정규 앨범으로는 4년 만에 발표한 작품인 [MANTIC]은 스스로를 톺아보는 과정이다. 본작은 두 개의 파트로 나뉜다. 우선 첫 번째 파트는 전작의 무드와 비슷하다. 가사 전경에 섹스를 담고 묵직한 베이스와 촘촘한 하이햇 사운드를 녹인 느슨한 분위기의 곡이 이어진다.
서사의 변곡점이 되는 것은 인터루드(Interlude)인 “Cherry On The Top”이다. 두 파트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건 가사다. 연인, 섹스 등 전반부 가사의 시선이 외부를 향했다면, 두 번째 파트의 가사들은 화자의 내부로 향한다. 인간 관계를 대하는 ‘나’에 대해 그린다.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을 상자에 비유하고, 그 상자를 벗어나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가사는 로 제임스가 앨범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에 가깝다(‘Let me think outside your box and slide inside, your mental’ – “Outside the box”).
저변부터 톺아보는 과정에서, 그가 겪은 과거는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제임스는 지나온 길에 대한 설명을 음악으로 대신한다. 두 번째 트랙 “Last Time”에는 2004년에 발매된 어셔(Usher)의 “Can U Handle It?”을 샘플링 했고, ‘90년대 여성 알앤비(R&B) 아티스트 브랜디(Brandy)와 함께 부른 “Plan B”의 가사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노골적으로 담았다(‘Oh, hit me like when lightning strikes, like 1999 / Back when the music was right / 번개가 반짝이던 1999년처럼 내게 충격을 줘, 음악이 옳았던 때로 돌아가자.).
파트를 나눈 구성과 비교적 지평이 넓어진 가사가 인상적임에도 불구하고 프로덕션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앨범을 구성하는 트랙들이 대체적으로 여운을 길게 남기지 않는다. 대부분 다운 템포를 유지하며 슬로우 잼을 따르는 듯 하지만, 매혹적이지 않다. 곡 진행이 단순하고 애매한 탓이다.
클래식(Classic)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던 인터뷰와 달리 과거 슬로우 잼을 그대로 재현한 것도 아니고 새롭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지도 않았다. 현재 알앤비 씬에서 충분히 들었을 법한 곡들이 줄 지어 있는 형세다.
“Slow Down”과 “Too Much”의 존재가 나머지 곡들의 부족함을 뚜렷하게 만든다. 두 곡은 본작에서 독자적인 감흥을 선사한다. “Too Much”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미겔(Miguel)과의 보컬 조화로 몽환적인 심상을 주고, “Slow Down” 또한 마세고(Masego)의 색소폰과 기타 리프를 조화시켜 쌓아 올린 재지한 무드가 돋보인다.
브랜디, 미겔, 마세고 등등, 시대를 아우르는 참여 진은 각자 가진 개성으로 로 제임스 음악에 힘을 보탰지만, 앨범의 주인공인 로 제임스가 자력으로 증명한 영역은 모자라다. 앞서 전작을 언급하며 쓴 문장을 다시 가져와 결론을 대신한다. 이번에도 그의 음악적 능력이나 보컬 스킬이 두드러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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