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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ianne La Havas
Album: Lianne La Havas
Released: 2020-07-17
Rating:
Reviewer: 황두하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의 두 번째 정규앨범 [Blood](2015)는 뿌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머니의 고향인 자메이카를 여행하면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사랑과 인생을 고찰하고, 주체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네오 소울을 바탕으로 재즈,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은 프로덕션과 개성 강한 보컬로 표현해내 음악적으로 강한 설득력을 갖췄다. 앨범은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았고, 각종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초대되는 등, 향후 활동 반경을 크게 넓히게 됐다. 뿌리를 찾은 순간, 더 넓은 세계가 그를 찾아왔다.무려 5년 만에 발표한 셀프 타이틀 앨범 [Lianne La Havas]는 더욱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녹여낸 작품이다. 그는 지난 5년간 투어를 돌고 앨범 작업을 하며 바쁘게 지냈다. 한편으로는 연인과 헤어지고,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은 본작에 고스란히 담겼다.
처음 사랑에 빠진 설레는 순간(“Read My Mind”, “Green Papaya”, “Can’t Fight”)부터 관계에 위기가 찾아오고(“Paper Thin”, “Weird Fishes”, “Please Don’t Make Me Cry”), 이를 극복하고 보다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하는(“Seven Times”, “Courage”, “Sour Flower”) 과정까지. 언뜻 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를 자연이 순환하는 과정에 비유해 그만의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사색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시적인 표현의 가사는 덤이다.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에 위치한 “Bittersweet”는 그가 펼쳐놓은 이야기를 여닫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 사랑이 끝나고 난 후의 씁쓸함과 더 강한 자신이 되겠다는 의지가 뒤섞인 이 곡은 처음에는 앨범의 이야기를 요약하는 예고편 격으로 기능한다. 마지막에서는 앨범이 진행됨에 따라 점층적으로 쌓인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매우 진한 여운을 남긴다. 본작의 타이틀이 본래 ‘Bittersweet’였다고 밝힌 것만 봐도 이 곡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사적인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탁월한 완성도의 음악이다. 전작처럼 알앤비와 네오 소울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어우르는 프로덕션은 더욱 풍성해졌다. 아이작 헤이즈(Issac Hayes)의 "Medley: Ike's Rap III / Your Love Is So Doggone Good"를 샘플링한 재즈풍의 “Bittersweet”, 무라 마사(Mura Masa)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1990년대풍의 미디엄 템포 알앤비 송 “Can’t Fight”,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독특한 소스의 운용으로 사이키델릭한 기운을 불어넣은 “Courage”, 후주에서 록 사운드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이루어지다가 클랩 사운드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 짓는 “Soul Flower” 등등, 장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정립했다. 저음에서는 한없이 부드럽다가도 고음에 이르러 허스키하게 폭발하는 보컬 또한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라디오헤드(Radiohead)가 2007년에 발표했던 “Weird Fishes / Arpeggi”를 커버한 “Weird Fishes”는 매우 인상적이다. 원곡의 도입부에서 느린 템포로 전환해 알앤비/재즈 사운드로 전개되다가, 중반 이후 록 사운드로 변주가 이루어지며 감정이 강하게 폭발한다.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강조한 원곡과는 다른 흥미로운 재해석이다. 원곡의 가사를 그대로 썼지만, 내러티브에도 딱 들어맞는다. 앨범의 정중앙에 위치해 이야기를 반전시키고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환기한다.
아티스트들은 보통 자신의 음악적 야심이나 자신감을 담아 셀프 타이틀을 내세우곤 한다. [Lianne La Havas] 역시 마찬가지다. 이름을 내건 것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 완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덕션, 색깔이 확실한 보컬과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아름다운 가사까지, 그야말로 황홀한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리앤 라 하바스라는 이름처럼, 리앤과 같은 음악 스타일을 가진 뮤지션은 리앤 하나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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