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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펜토(Pento)
Album: 4
Released: 2020-06-28
Rating:
Reviewer: 이진석
펜토(Pento)는 오버클래스(Overclass), 살롱01(Salon 01), 소울컴퍼니(Soul Company) 등등, 굵직한 집단을 지나왔고, 그 과정에서 가볍지 않은 디스코그래피를 남겼다. 특히 주목받았던 건 살롱01에서의 활동이다. 스스로 머신건 래핑이라 표방하는 쏘는 듯 몰아치는 플로우와 당시 선보인 신선한 사운드의 조합이 탁월했다. 데뷔작 [Pentoxic]은 그런 그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이후, 소울컴퍼니의 멤버로 합류한 그는 두 번째 앨범에서 일레트로닉 베이스의 음악을 선보이며, 살롱01의 색채를 벗어나 고유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2015년 발표한 [Adam]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었다.
다만, 세 번째 작품을 발매한 이후론 크게 눈에 띄는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17년, 메이저 기획사인 주스 엔터테인먼트(Juice Entertainment)와의 계약을 끝내고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전향하며 작품 발매를 예고했지만, 몇 장의 싱글 발매로 그쳤고, 이후 [쇼미더머니] 출연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작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 [4]는 그간 펜토가 커리어를 만들며 보여준 여러 요소를 고루 섞어놓은 듯한 작품이다. 일곱 곡이라는 작은 볼륨 탓에, 느낌상 정규보단 소품집에 가깝다. 개성 있는 톤, 그리고 박자를 엇나가며 몰아치는 특유의 래핑과 더불어 데뷔 이래 선보인 스타일을 차례로 꺼내 놓는다.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한 “boogie palace”나 “wormhole”처럼 일렉트로닉 기반의 프로덕션이 있는 한편, “get lit”이나 비장미를 풍기며 오랜만에 모인 크루의 단체곡 “SALON 2020”에선 초기 살롱01의 콘셉트가 떠오른다.
연인과의 관계를 테마로 자전적인 요소를 섞은 “어쩌면 우리 서로에게 모든 걸 다 바쳤을지도”는 메이저 기획사에서 그가 느낀 괴리가 가사에 겹쳐지며 남다른 여운을 남긴다. 또한, 이렇듯 여러 스타일의 음악이 담겼음에도 그 면면은 기존에 펜토가 만들어온 음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설득력 있게 일관성을 획득했다.
다만, 트랙 간의 완성도에는 다소 편차가 있다. 일례로, 비장한 분위기로 귀환을 알린 “navigate meditation bassssss” 이후 바로 등장하는 파티 찬가 “boogie palace”는 다소 뜬금없게 느껴져 인트로에서 끌어올린 기대치를 반감시킨다. 객원 역시 마찬가지다. “raw forever”에 참여한 김심야(Kim Ximya)는 평소처럼 날카로운 톤으로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옛 살롱01의 멤버들인 기린(KIRIN)이나 자이언트(GIANT)는 애초에 랩 스킬로 승부를 보던 스타일은 아니었던 데다가 이를 상쇄할 요소마저 부족하여 감흥을 저해한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고려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4]는 지금까지 펜토의 행보와 스타일을 정리하는 듯한 작품이다. 제법 오랜 공백에도 음악과 랩 퍼포먼스에 힘이 빠지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볼륨이나 구성에서 아쉬움은 있으나, 본인과 크루의 귀환 자체엔 나름의 의미를 둘만하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 앨범의 가치가 과거의 향수를 되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될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초석이 될지는 앞으로의 활동에 달린 일일 것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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