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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트웰브(twlv)
Album: ANTIFORMAL
Released: 2020-08-11
Rating:
Reviewer: 황두하
랩과 노래를 넘나드는 창법이 성행하는 오늘날에는 힙합과 알앤비의 경계에 서 있는 아티스트가 더욱더 많아졌다. 블랙(6lack), 앤더슨 팩(Anderson.Paak),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 즈네 아이코(Jhene Aiko), 켈라니(Kehlani) 같은 아티스트들은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다.한국에서도 많은 알앤비 싱어송라이터가 래퍼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음악에서 힙합을 대놓고 표방하는 보컬은 많지 않다. 영앤리치(Yng & Rich Records) 레코즈 소속의 싱어송라이터 트웰브(twlv)는 ‘힙합 보컬’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몇 안 되는 국내 아티스트다. 2018년 수퍼비(SUPERBEE)와 함께한 두 장의 [벼락부자애들] EP는 그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랩과 노래를 자연스레 넘나드는 퍼포먼스에 돈 자랑과 자기과시 등 힙합의 고전적 주제를 가사에 녹였다.
하지만 메인스트림 알앤비의 전형을 따라가는 뻔한 멜로디 구성과 널린 자기과시 클리셰를 그대로 옮겨 놓은 가사가 아쉬웠다. 올해 초 발표한 첫 정규앨범 [K.I.S.S.]는 이러한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었다. 전체에 깔린 섹슈얼한 무드와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어휘 선택에서 오는 거리감도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약 7개월 만에 발표한 EP [ANTIFORMAL]에서 그는 전작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진지함을 걷어낸 채, 투박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내세웠는데, 이것이 매력적이다. 이는 ‘딩고 프리스타일(Dingo Freestyle)’에 출연하면서 얻은 친근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이기도 하다. 놀러 가는 기분에 들뜬 20대 청춘의 소소한 일상을 구체적인 묘사로 풀어낸 첫 트랙 “오늘따라”부터 그의 캐릭터가 겹쳐져서 고유한 무드가 완성됐다. 이어지는 “Highway”와 “건배” 역시 마찬가지다.
“한량”과 “홀로”도 흥미롭다. “한량”에서는 벌스를 게스트 래퍼들에게 일임하고, 후렴구만을 맡아 힙합 보컬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코로나 세태를 재치 있게 반영한 팔로알토(Paloalto)와 이영지의 탄탄한 벌스는 덤이다. 다른 트랙과 달리 다소 침잠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홀로”도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반면, 앞서 언급한 ‘딩고 프리스타일’을 통해 유행된 밈(Meme)을 음악으로 풀어낸 “Twerking Remix”도 그의 재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곡이지만, 기본적인 박자감이 부재한 퀸 와사비(Queen WA$ABII)의 벌스가 흐름을 뚝 끊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곡마다 평이하게 진행되는 멜로디 어레인지와 퍼포먼스는 여전히 아쉽다. 중독적인 후렴구의 “오늘따라”를 제외하고는 귀에 남지 않는 안이한 멜로디가 죽 이어질 뿐이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팔로알토와 이영지의 파트에서 확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나치게 무난한 프로덕션도 실망스럽다. 항상 함께해왔던 더 니드(The Need)나 웰컴 이안(Welcome Ian) 등의 프로듀서가 참여했는데,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청량한 무드로 구현해낸 것 이상의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 특히, “오늘따라”, “Highway”, “건배”는 신시사이저의 운용과 곡 구성에서 매우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트랙마다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한 개성 있는 가사가 아니라면, 마치 한 곡이 반복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미디어에 출연하는 것이 아티스트에게 때로는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트웰브의 경우는 전자다. 개성이 뚜렷한 레이블 동료들 사이에 존재감이 미미했던 그는 비로소 캐릭터를 획득했고, 이를 효과적으로 음악에 녹여냈다. 그러나 트렌드를 무난하게 소화한 것 이상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보컬과 프로덕션이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살려주진 못했다. 즉, [ANTIFORMAL]에서 트웰브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더 나아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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