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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체리콕(Cherry Coke)
Album: every flower you gave me
Released: 2020-09-12
Rating:
Reviewer: 김효진
‘살인은 연애처럼, 연애는 살인처럼.’ 프랑스 영화 감독 트뤼포가 히치콕의 영화를 두고 한 말이다. 히치콕은 사랑과 살인을 묘하게 버무려 서스펜스와 스릴러로 엮어낸 감독이다. 원관념과 대척점에 있는 소재를 끌어와 감정을 한없이 증폭시켰다. 생각해보면 실제 연애도 그렇다. 좋아하는 감정이 어느 경계선을 넘으면 섬뜩한 집착과 집념이 된다. 어쩌면 미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 그 마음이 사랑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체리콕(Cherry Coke)의 첫 정규앨범 [every flower you gave me]엔 연인을 향한 애정과 증오가 파도처럼 넘실댄다. 사랑에 깊이 빠져버린 모습이다. 행복한 순간을 그리다가(“twisted”) 내가 죽을 바엔 널 죽이겠다며(“ratherkillyou”) 살벌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달콤하게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tsunami”) 깊숙이 침잠해 둘의 사이를 저울질하기도 한다(“왜우린같은극자석일까”).
상승과 하락을 되풀이하는 감정선을 통일성 있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건 ‘물’이다. 앨범 속 화자에게 ‘물’은 필수요소다. 타이틀 [every flower you gave me]의 꽃은 그가 준 순간적인 ‘사랑’이고, ‘물’은 그 사랑의 순간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drown me with water(날 익사시켜줘)”라고 말하고(“twisted”), 감정이 넘치는 사랑의 순간을 쓰나미(“tsunami”)에 비유하는 것이다.
프로덕션도 너울지는 감정 따라 굽이쳐 움직인다. “We’re dying”부터 “지옥가요”까지 경쾌한 하우스 비트가 두드러지다가 “ratherkillyou”에선 갑자기 나른한 기타 리프와 몽롱한 신시사이저를 활용하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왜우린같은극자석인걸까”와 몽환적인 사운드로 꿈의 모습을 그리는 듯한 “Ican’tfeelmaface”까지 가라앉다 마지막 트랙 “oo”에서 또 다시 하우스 장르로 귀착한다. 종잡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 그 순환을 성공적으로 구현한다. 체리콕의 보컬 또한 각 트랙에 걸맞게 유영한다. 특히, ‘지옥 가요 지옥 가요’를 뭉개 ‘좆까요 좆까요’로 들리게끔 부르는 태연함까지 듣는 재미를 살린다.
다만, 앨범 서사에서 중심 키워드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아티스트 인터뷰에 따르면, 타이틀 속 ‘flower'는 상대가 준 마음, 감정에 가깝다. 그러나 정작 서사적으론 ‘flower'의 상징은 배제된 채 관계 속 감정 서술에 그친 모습이다. 몇몇 트랙이 서사의 흐름에 관여하지 않고 분위기를 잡아주는 데에만 그친다는 점도 아쉽다. 특히, ‘twisted'와 ‘ican’tfeelmaface’는 이웃해 있는 트랙들보다 단조롭게 흐른다.
연애는 홀로 하는 줄다리기의 연속이다. 상대의 마음을 꾸준히 확인하고 싶은 욕망과 구질구질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소망이 팽팽히 맞선다. 두 감정이 균형을 잃고 어느 한 쪽으로 쏠리면 마음이 요동친다. 체리콕은 그 감정의 회오리를 포착해 앨범에 담아냈다. 몇몇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회오리처럼 높이 솟는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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