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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 : 황두하
2010년대 블랙뮤직 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장르 간의 융합’이다. 일렉트로닉과 알앤비가 뜨겁게 접점을 찾았던 피비알앤비(PBR&B)부터 이모코어와 랩이 만나 힙합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게 해준 이모 랩(Emo Rap)까지, 블랙뮤직은 다양한 장르와 만나면서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이에 맞춰 한국의 블랙뮤직 아티스트 중에서도 새로운 장르의 영역에 도전하는 이가 속속들이 등장했다. 몇몇은 그저 유행하는 사운드를 따라 하기 바빴지만, 넘치는 창의력과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이도 있었다.
추다혜차지스는 후자에 속하는 팀이다. 2020년, 이들은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통해 국악의 성악 장르 중 하나인 무가와 펑크, 레게, 덥, 힙합 등등, 블랙뮤직의 여러 하위 장르를 융합한 음악으로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 곡에서조차 장르와 탈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세우기를 반복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사운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신선했고, 완성도 또한 탁월했다. 2020년 대중음악계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음악적 성취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 중심엔 추다혜와 함께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시문이 있었다. 그는 윈디시티(Windy City), 노선택과소울소스, 오복성 등등, 블랙뮤직에 기반을 둔 다양한 밴드를 거치며 음악적 역량을 쌓아왔다.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씽씽(Ssing Ssing) 출신 추다혜가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무가에 그가 블랙뮤직의 향을 더했다. 현재 시문은 림하라(LIMHARA)라는 4인조 알앤비 걸그룹의 프로듀서이자 멤버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중이기도 하다. 또한, 여전히 김오키뻐킹매드니스, 오가닉 사이언스(Organic Science) 같은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약 중이고, 포크 뮤지션 김사월의 세션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정말 엄청난 창의력과 활동력이다. 그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리드머 (이하 ‘리’): 반갑습니다. 기타는 언제부터 치기 시작한 거예요?시문 (이하 ‘시’):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클래식 기타를 같이 배우지 않겠냐고 권유했어요. 그래서 방과 후 특별 활동을 선생님과 같이 들었는데, 저만 남고 선생님은 사라졌다는 그런 슬픈 이야기죠. (웃음) 6학년 때까지 계속 클래식 기타를 배웠고, 중학교 때는 밴드에 참여하면서 계속 음악을 했어요.
리: 그럼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시: 아무래도 입시를 준비하면서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 계속 밴드 활동을 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에 확실하게 진로를 결정했어요. 그 전까지는 음악을 (직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죠.
리: 기타로 처음 음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프로듀싱도 겸하고 있어요. 프로듀싱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시: 독립 음악가들이 현실적으로 프로듀싱을 할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이것저것 다 자체적으로 해결하다 보니까 저절로 배우게 됐어요. 프로듀싱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건 아니에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맡기고 싶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그때부터 조금씩 프로듀싱을 하기 시작했어요.
리: 윈디시티, 오복성, 노선택과소울소스, 김오키뻐킹매드니스 등등,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 밴드 활동을 해왔어요. 처음 시작했던 밴드는 뭐였어요?
시: 윈디시티예요. 제가 우연히 지인의 카페에 놀러 갔는데, 거기에서 (윈디시티의 베이시스트였던) 노선택 씨의 '그릇'이라는 팀이 공연하는 걸 봤어요. 그 이후에 뒤풀이를 함께했는데, (노선택이) 갑자기 윈디시티 기타가 공석이라면서 기타 좀 칠 줄 아냐고 하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기타를 치면서 놀다가, 자연스럽게 윈디시티에 합류하게 됐어요. 인디 씬에 들어온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윈디시티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팀이었어요. “Love Supreme”이라는 곡을 진짜 자주 들었죠. 그 곡을 제가 직접 연주할 수 있게 돼서 기뻤어요.
리: 정말 우연한 계기였네요.
시: 그렇죠. 뒷풀이 자리에서 두부김치 먹다가 그렇게 됐어요. (웃음) 저는 사실 뒷풀이를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그 날은 이상하게 참여하게 됐더라고요.
리: 이후에 윈디시티 말고도 다양한 밴드를 거쳐 왔잖아요.
시: 진짜 재미있어서 한 것도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 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 이야기한 밴드들은 대부분 재미있어서 했던 것 같아요.
리: 노선택과소울소스에서는 얼마 전에 탈퇴했다고 들었어요.
시: 맞아요. 굉장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이제 제가 하고 싶은 방향과는 조금 멀어지더라고요. 멤버들도 많이 바뀌었고요. 저한테는 사람들이 중요한 팀이었어요. 현재 멤버들이 안 중요하다는 건 아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의 바이브가 많이 사라졌죠. 그리고 저도 이제 다른 활동들을 더 많이 하고 싶었거든요. 소울소스는 지금까지 시간을 많이 투자했고, 앞으로도 그랬어야 했기 때문에 제가 시간 분배를 잘 못하게 될 것 같더라고요.
리: 지금까지 있었던 밴드들이 대부분 블랙뮤직을 중심으로 하는 팀들이었잖아요? 시작은 우연하게 했지만, 그런 팀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시: 원래 블랙뮤직을 좋아했지만, 블랙뮤직만 하는 밴드를 하고자 했던 건 아니에요. 대학에서 재즈를 공부해서 원래는 재즈 뮤지션이 되고 싶었어요. 근데 한 번 큰 벽을 만나고 흥미를 잃게 됐어요. 재즈 뮤지션들에게 요구되는 조건들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비밥(Bebop)의 역사를 정말 끝까지 파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죠.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흥미롭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알앤비 같은 블랙뮤직 쪽으로 마음이 가던 차에 윈디시티를 만나게 된 거죠. 윈디시티가 저에게는 큰 계기예요. 거기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파생돼서 이야기한 밴드들이 탄생한 거라서요. 되게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요.
리: 블랙뮤직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었군요.
시: 원래 많았죠. 알앤비도 굉장히 좋아했고요. 학창시절에도 록보다 블랙뮤직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당시에 밴드부에서 메탈이 되게 많이 유행했었는데, 저는 좀 취향에 안 맞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누노 베텐코트(Nuno Bettencourt/*필자 주: 밴드 익스트림의 기타리스트)가 저의 히어로인데, 익스트림(Extreme)은 완전 메탈 밴드잖아요. 그래도 블랙뮤직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리: 그럼 가장 크게 영향받은 아티스트는 누구에요?
시: 저는 연주보다도 보컬 음악에 되게 흥미를 많이 느끼는 편인데, 몇 년 전에 하이어터스 카이요티(Hiatus Kaiyote)한테 한 번 크게 얻어맞았죠. 그런 식으로 보컬과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즉흥적인 느낌이 많이 가미된 음악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퓨처 소울(Future Soul)라고도 하잖아요? 연주도 출중하면서 보컬 퍼포먼스도 훌륭한 그런 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근데 그런 팀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엠에프 둠(MF Doom),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같은 아티스트도 되게 좋아해요.
리: 힙합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시: 그렇게까지 크게 관심 있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많이 아는 아티스트들만 아는 정도죠. 최근에 굉장히 많이 듣고 있어요. 특히, 엠에프 둠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 하루도 빠짐없이 듣고 있어요. (엠에프 둠의) 다른 활동들까지 계속 찾아보고 있어요.
리: 포크 뮤지션 김사월의 세션으로도 참여하고 있어요. 앞서 이야기한 밴드들과는 굉장히 상이한 음악 스타일을 가진 아티스트인데, 어떻게 함께하게 된 건가요?
시: 김사월 씨가 먼저 연락을 줬어요. 되게 의아했던 게, 김오키뻐킹매드니스 공연을 보고 연락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신기했죠.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저는 싱어송라이터 활동도 잠시 하고 있기 때문에 (김사월의 음악에) 흥미를 많이 느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어요.
리: 작년에는 추다혜차지스라는 팀에서 시작했어요. 무가와 펑크(Funk), 레게를 결합한 독특하면서 참신한 음악으로 충격을 줬는데, 추다혜 씨와는 어떻게 연결되고 결성하게 된 팀인가요?시: 소울소스 활동을 할 때 씽씽이랑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원래 씽씽의 팬이었죠. 공연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씽씽의 공연을 보고) 진짜 좋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희 회사한테 씽씽이랑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좀 잡아달라고 얘기해서 성사가 된 거예요. 그리고 소울소스의 드러머였던 강택현 씨와 추다혜 씨는 다른 프로젝트를 함께해서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어요. 그때부터 셋이서 자주 만났죠. 커피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그때 다혜 씨가 무속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저도 무속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강택현 씨의 개인 작업에 같이 참여하면서 그런 시도를 살짝 해봤어요. 이후에 셋이서 ‘어떻게 하면 이 프로젝트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얘기를 좀 길게 했어요. 다혜 씨는 이미 어느 정도 계획을 잡아놨더라고요. 왜냐하면 당시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굿을 수집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러면 베이스는 누가 좋을까?, 드럼은 누가 좋을까?’ 이야기를 하면서 밴드가 결성됐어요.
리: 추다혜차지스의 베이시스트 김재호와 드러머 김다빈은 까데호(Cadejo)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두 분과는 윈디시티 때부터 이어진 인연인가요? (*필자 주: 김재호는 윈디시티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적이 있다.)
시: 네 맞아요. 근데 사실 저는 재호 씨랑 같이 활동을 한 건 아니에요. 제가 나가고 나서 재호 씨가 들어왔거든요. 그래도 다 알고 있었죠. 이후에 오복성이라는 밴드를 같이 하면서 더 가까워졌죠. 그래서 까데호라는 팀도 알고 있었고, 오며 가며 인사하고 지냈어요. 그러다가 팀의 베이스와 드럼은 이 둘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둘 다 흔쾌히 좋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된 거고요.
리: 추다혜 씨를 통해서 무속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에 계속 찾아본 건가요?
시: 처음엔 그렇게 큰 관심 없었지만, 다혜 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다혜 씨는 ‘힐링 음악’이라는 생각을 갖고 무속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뭐든지 듣는 것에는 흥미가 있으니까 가끔씩 무가를 음원으로 찾아 듣거나 (추다혜가) 소개해줘서 들었는데 완전 신세계더라고요. 다혜 씨와 같이 제주도 영동 굿을 직접 보러 간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 더 관심이 생겼죠. 생각처럼 무서운 게 아니더라고요.
리: 그럼 무속 음악과 펑크, 레게 등의 장르를 섞는 건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거예요?
시: 저희는 기본적으로 그런 음악들을 계속 해왔으니까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그런데 그걸 카테고라이징 하려다 보니까, ‘이 앨범이 어느 장르에 들어갈까?’라는 고민을 했었죠.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이거를 덥이랑 해야겠다, 펑크랑 해야겠다’ 이런 건 아니었죠. 무가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연주한 것 같아요.
리: 특이하게도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가 음원 사이트에는 랩/힙합 장르로 등록되어있어요. 보통 이건 아티스트나 회사 측의 요청으로 분류되잖아요.
시: 처음부터 랩/힙합 앨범을 만들자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기획 단계에서 트랙을 정리하면서 ‘공수’라고 불리는 무가 특유의 구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무당과 참여하는 사람들이 말을 짧게 짧게 주고 받는 걸 ‘공수’라고 해요. 이게 너무 매력적인데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런데 보통 힙합 앨범에는 ‘스킷(Skit)’ 트랙들이 있잖아요? 물론 저희가 생각했던 의미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스킷’을 들으면서 ‘비슷한 구성으로 가져가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면에서 힙합 앨범의 요소들을 빌려왔다고 생각해요. 저희 멤버들이 다 힙합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다혜 씨는 사실 힙합은 잘 몰랐을 텐데, 그냥 자연스럽게 래퍼처럼 굴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이거 완전 힙합인데’ 이렇게 된 거죠. 그리고 저는 “리추얼댄스” 같은 경우는 정말 힙합 트랙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루핑이 있고, 거기에서 멜로디가 조금씩 변하잖아요. 저희가 연주할 때도 그 점에 포커스를 맞춰요. 다이내믹보다는 ‘일정하게 루핑된 라이브 사운드’를 추구하는 거죠. 라이브로 연주하다 보면 (템포가) 들쑥날쑥할 때가 많은데, 저희는 일정한 리듬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힙합 앨범들도 그 안에서 장르가 다양하잖아요. 랩이 있어야만 힙합인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힙합으로 정하자’ 싶었죠. 크로스오버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리: “리추얼댄스”는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Arrested Development)의 곡이 생각나기도 하더라고요.
시: 맞아요. 저희도 만들어놓고 보니 ‘이거 좀 힙합 느낌 나는데?’ 하면서 신기해 했어요.
리: 작업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시: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흥미로운 작업이었죠. 왜냐하면 제가 소울소스에서도 김율희라는 소리꾼과 함께 판소리와 레게를 섞는 작업을 했었거든요. 저는 그 작업들을 되게 좋아했어요. 흥미로웠던 게, 판소리는 딱 정해진 마디 수 같은 게 없어요. 소리꾼의 흐름에 따라서 연주가 진행되기 때문에 즉흥성과 현장성이 강조되는 작업이었죠. 그게 저는 제일 재미있었어요. 마찬가지로 무속 음악도 현장성이 강해요. 무당이 굿을 하면서 마디를 정하다 보니까 악기 연주 하는 사람들은 그냥 따라가줘야 하잖아요.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즐겁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리: 그러면 작업하기 전에 구성을 딱 정하고 간 건 아니었겠네요.
시: 구성을 딱 정했던 건 아니었는데, 처음에 저랑 다혜 씨랑 같이 두 달 정도 코드 정리를 했어요. 다혜 씨가 가사를 정리해놓은 것을 바탕으로 코드를 정리하고, 밑그림을 그렸죠. 그걸 바탕으로 합주를 하면서 디테일한 구성을 맞춰갔던 것 같아요.
리: 추다혜차지스로 힙합 뮤지션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긴 한데요. 래퍼를 섭외해서, 1절은 래퍼가 랩을 하고, 2절에서는 다혜의 보컬이 나오는 식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리: 그럼 혹시 함께하고 싶은 래퍼가 있나요?
시: 켄드릭 라마요. (웃음) 그냥 같은 무대에 설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지금 카테고라이징이 애매하게 되어 있잖아요? 국악 쪽에서 저희를 많이 불러주셔서 감사하긴 하지만, 래퍼들과 같이 서는 라인업의 공연도 해보고 싶어요.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리: 추다혜차지스 외에도 추다혜 개인 싱글도 같이 쭉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년에 3곡의 싱글(“몽금포”, “싸름”, “자진아리”)을 발표했는데, 준비하고 있는 앨범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싱글만 발표한 건가요?
시: 아직 계획은 크게 없는데, 처음 계획은 ‘계절 시리즈를 내자’였어요. 사실 이 곡들이 (추다혜와) 행사를 같이 하면서 만들어진 곡들이에요. 둘이서만 연주하던 것을 ‘아깝다, 그냥 앨범을 내자.’ 해서 내게 된 거죠. 그래서 크게 어떤 그림이 있지는 않아요. 다혜 씨는 그걸 이제 ‘민요 시리즈’로 엮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기는 해요. 무가랑은 또 다른 느낌이니까요.
리: 그럼 추다혜차지스로는 앞으로의 계획이 있을까요?
시: 저희는 지금 계속 곡 작업을 하고 있어요. 만약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2집을 내지 않을까요? 무가들을 계속 연구하고 있는 단계예요. 시대가 이런 시대라 1집 활동을 많이 못해서 아쉽기도 하죠.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곡을 계속 만들고는 있으니까 언젠가 또 작업물이 나올 거예요.
리: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가닉 사이언스라는 밴드에도 소속되어 있죠? 2017년 이후로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시: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팀이에요. 그렇지만 계속 활동할 계획이 있습니다. 저희가 전부 18살, 19살 이런 나이일 때 대학로에 있는 서울재즈 아카데미에서 만난 친구들이에요. 거기에서 만나서 친해졌고, 각자 삶을 살다가 뭉치게 된 팀이죠. 추다혜 싱글을 같이 믹싱해준 랙조(lackjoe)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오가닉 사이언스의) 멤버거든요. 저랑 중학교 때부터 친구고, 좋아하는 음악이 비슷했어요. 그래서 ‘우리 팀을 만들자’ 해서 만든 게 오가닉 사이언스예요.
리: 오가닉 사이언스에는 얼마전에 서바이벌 프로그램 [싱어게인에도 출연한 하진이 보컬로 있어요. 경연 곡이었던 “넌 쉽게 말했지만”도 같이 작업했죠?
시: 맞아요. 친하니까 같이 작업하게 된 것 같아요. 하진 씨는 제가 자기 스타일을 잘 안다고 생각해서 저한테 맡겼던 것 같아요. 이 곡도 랙조 씨랑 같이 작업했어요. 아쉽게 탈락했지만, 하진이에게 잘 어울리는 곡이었죠.
리: 또 다른 팀인 림하라도 기대 중입니다. 방금 이야기한 하진을 비롯해서 각자 다른 팀을 하던 보컬들을 직접 모아서 만든 팀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시: 맞아요. 림이라는 친구는 쏠라티(SoLaTi)라는 팀을 했었는데, 저랑은 아카데미에서 만난 친구예요. 라라 씨도 이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죠. 라라 씨는 스윙체어라는 팀을 했었요. 그래서 계속 같이 보면서 공연도 하고 친하게 지내던 차였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크리스마스 공연을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때 셋을 모아서 화성이 있는 곡을 하나 해봤는데, 셋의 목소리가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때 ‘아 얘네들을 모아서 팀을 해야겠다.’ 싶었죠. 티엘씨(TLC) 같은 팀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리: 림하라에서는 기타리스트가 아닌 프로듀서로서 함께하는 거죠?
시: 맞아요. 전반적으로는 그렇죠.
리: 방금 티엘씨 같은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진 팀인지 좀 더 듣고 싶어요. 유튜브 채널명을 ‘K-인디 걸그룹 림하라’라고 적은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시: 캐치했네요. (웃음) 맞아요. 걸그룹 정체성을 가져가고 싶은 팀이에요. 저희는 정말 독립음악가니까 홍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잖아요. 그리고 하진 씨의 유명세를 팀까지 끌고 들어오기도 되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홍보할 수 있을까 해서 바꾼 이름인데, 그게 정체성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나 티엘씨, 브라운 스톤(Brown Stone) 같은 팀을 만들고 싶어요. 다 ‘90년대를 풍미하던 걸그룹이었잖아요. 그런 정체성을 가진 팀을 만들고 싶어요.
리: 얼마 전에 림하라의 “Maskerade”라는 싱글을 발표했어요. 이야기한 것처럼 곡 소개에 티엘씨, SWV, 브라운 스톤 같은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적었는데, 어떻게 작업하게 된 곡인지 궁금해요.
시: 제가 보통 가이드를 만들어서 비트랑 함께 멤버들한테 보내요. 그러면 그 곡으로 멤버들이 빌드업 해나가죠. 이번에는 림이라는 친구가 보컬 디렉팅 대부분을 담당했고, 1990년대 알앤비 느낌을 낼 수 있게 작업해줘서 곡이 탄생한 것 같아요. 처음에 저는 곡의 뉘앙스와 비트, 그리고 멜로디 일부만 만들어서 보냈거든요. 항상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요.
리: 림하라의 음악들은 앞으로도 ‘90년대 알앤비 스타일을 바탕으로 하는 건가요?
시: 그럴 것 같아요. 제가 하이어터스 카이요티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걸 피하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림하라에서는 그걸 살짝 피해줘야 되거든요.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죠. 조금 더 대중성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완전 옛날 음악만 복원하는 식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현대니까, 현대에 맞는 식으로 재해석을 해야겠죠.
리: 림하라의 앨범 계획은요?
시: 정규 앨범을 내고 싶긴 한데, 역시 이것도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곡은 있는데, 어쨌든 앨범 작업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드니까요. 올해 안에는 내보고 싶어요.
리: 정말 많은 팀 활동을 하고 있어서 때로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시: 벅차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그런데 다 하나하나 재미있기 때문에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욕심이 많은 걸지도 모르죠. 그렇다고 해서 하고 싶지 않은 팀은 없어요. 김오키 오빠랑 같이 하는 것도 합주를 아예 안 하고, 공연만 하면 되니까 진짜 편하거든요. 그래서 괜찮아요. 또 다른 팀들도 각자 괜찮은 이유들이 있어요. 결국 저만 잘하면 되는 것 같아요.
리: 팀 활동과 별개로, 본인만의 활동 계획도 따로 있는지 궁금해요.
시: 사실 제가 얼마 전에 김오키 씨랑 계약 아닌 계약을 해서요. 5월에 앨범이 나오게 생겼거든요. (리: 솔로 앨범이요?) 네. 제 개인 앨범이 나오게 생겼어요. 그래서 그 앨범을 어떤 식으로 만들지 엄청 고민 중이에요. 셀프 프로듀싱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도 많이 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연주 앨범이 될 텐데요. 제가 두드러지지 않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기타리스트로서 솔로가 돋보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이 있는 그런 앨범이요. 그래서 요새 엠에프 둠을 더 많이 들어요. 앨범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힌트를 얻고 싶어서요.
리: 엠에프 둠의 영향을 받은 기타리스트의 앨범이라니. 상상이 안 가는데요.
시: 랩은 없겠지만, 뭔가 비슷한 느낌을 가져가고 싶어요. 저는 그런 게 재미있더라고요. 곡이 진행되다가 뚝 끊기고 완전히 다른 곡이 나오는 구성 있잖아요? 트랙이 바뀌는 게 아니라 한 트랙 안에서 전혀 다른 곡이 진행되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추다혜차지스 앨범에도 그런 트랙들이 있어요. “비나수+”가 특히 그렇죠. “리추얼댄스”도 후반부에서 달라지긴 하는데, 변주가 되는 맥락이 있어요. 그런데 “비나수+”는 맥락 없이 갑자기 확 바뀌죠. 그런 느낌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예 상관없는 트랙이 되는 방식이죠.
리: 여러 팀을 하면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는데, 또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시: 가요를 해보고 싶어요. (리: 어떤 식의 가요요?) 글쎄요. 가요도 정말 다양하죠. 그런데 정말 이름 난 가수와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저는 윤석철의 활동이 굉장히 좋아 보이거든요. 재즈 뮤지션이자 연주자로서도 훌륭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게 흥미로워요. 우리나라에서 저한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가요를 해보고 싶어요. 물론 아이돌 음악 같은 건 아니겠죠. 하이어터스 카이요티 같은 음악을 아이돌이 해준다면 정말 대중적인 음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런 일은 없겠죠.
리: 실현만 된다면 정말 색다른 시도가 되겠네요.
시: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어요. 사실 계획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잖아요. 되게 많은 일이 우연히 일어나잖아요. 저는 그런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우연히 누구를 만나고, 일이 성사되고, 이렇게 되는 일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또 우연한 일이 생긴다면 좋은 기회가 닿지 않을까 싶어요.
리: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시: 일단 리드머에서 저희 앨범을 좋게 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2020년에 일어난 일 중에 가장 기쁜 일 중 하나였어요. 저희 멤버들끼리 믹싱이 끝난 음원을 들으면서 ‘이 앨범 진짜 좋지 않아?’라고 장난식으로 이야기했었거든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많이 들을까 싶어서 ‘우리들끼리 신나고 말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리드머에서) 좋게 들어준 덕분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저희 음악을 찾아 들어준 것 같아요. 추다혜차지스는 앞으로도 계속 무속 음악을 재료로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지 않게 다양한 음악들을 섞어서 앨범을 낼 예정이니까 많이 기대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림하라도 유튜브에서 ‘림하라방’이라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음악 추천도 하고 라이브도 하고 있거든요.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힘을 얻으면 좋겠어요. 또 저희의 다음 작업물도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문이 좋아하는 힙합 앨범 베스트 5Kendrick Lamar - To Pimp A Butterfly
MF Doom - Four Tet Remixes
Dr. Dre - 2001
Anderson.Paak - Ventura
빈지노 - 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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