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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가이 - 백한솔
남성훈 작성 | 2021-08-17 14:0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5 | 스크랩스크랩 | 65,511 View

Artist: 가오가이
Album: 백한솔
Released: 2021-08-03
Rating:
Reviewer: 남성훈









차붐이 이끄는 레이블 LBNC 소속의 가오가이는 2020년 두 장의 EP(‘열혈’, ‘열혈2’)와 다방면에 걸친 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백한솔]은 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본명을 딴 제목처럼 작품 속엔 그의 어린 시절, 래퍼로 성장하는 과정, 현재의 모습이 담겼다.

 

그동안 가오가이의 투박한 래핑과 노골적인 가사는 강렬한 마초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비슷한 부류의 래퍼 중 그가 돋보인 이유가 이 같은 특징을 세련되게 살려냈기 때문이다. 랩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변칙적인 플로우가 묵직한 그루브를 형성하고, 가사에선 재치있는 말장난이 돋보인다.

 

가오가이의 랩이 지닌 특징과 강점은 [백한솔]에도 그대로 담겼다. 나아가 이전의 결과물보다 한층 깊이가 있다. 자기 서사에 집중한 가사와 잘 맞물린 시너지 덕분이다. 시간순으로 배치한 [백한솔]의 이야기 구조는 직선적이다. 장소, 물건 등 특정 단어로 트랙별 시기를 소환하고, 이를 확장해 나가며 몰입감을 높였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플래시백(Flashback) 연출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대신 오롯이 당시의 시선과 감정에 집중한 가사가 주는 효과다.

 

특히 앨범 전체에 당위를 부여하는 첫 트랙 "금성APT"부터 성공 궤도에 오른 상황을 자축하는 "skrrt"까지의 구간은 자수성가 서사에서 오는 장르적 쾌감이 상당하다. 각 트랙의 이야기로 가오가이의 정체성이 차곡차곡 어긋나지 않게 쌓이며 짜릿함을 선사한다. 또한 감정이 응축된 표현과 상황에 걸맞은 연기력이 만든 현장감이 의도한 감정을 충분히 흡수토록 하여 극적인 재미가 있다.

 

강남이라는 출세의 장소를 빌려 성공의 전환점을 그린 "강남으로"는 단연 하이라이트다. 가오가이는 가난과 성공 사이의 욕망을 코믹하게 분출한다. 그 와중에 학자금 대출, 군대,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등에 엮인 개인적 상황이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래서 청년 세대의 고군분투를 목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진초이와 에이치디 블랙(HD BL4CK)이 주도한 프로덕션도 수준급이다. 그들은 앨범 전체에 걸쳐 중독적인 멜로디 루프와 세련된 사운드를 조합하여 LBNC 고유의 색채를 만들어냈다. "금성APT", "친구", "강남으로", "아가리" 같은 트랙에 스민 누아르적 향취는 특별할 것 없게 보일 수 있는 이야기에 생동감을 주입한다. 어쿠스틱 무드가 전면에 드러난 홈얼론(HOMEALONe)의 트랙들도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환기한다.

 

아쉬운 지점은소 귀이후 가오가이가 이름을 알린 다음 겪은 사건들과 감정을 나누는 후반부다. “소 귀”, “아가리처럼 최근의 사건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거나, “머니게임부터 마지막없었다면까지 주변을 살피는 애정 어린 메시지를 담은 트랙들이 주는 감흥의 밀도가 전반부보다 높지 않다.

 

과감한 시공간 설정과 연출, 그리고 퍼포먼스로 잘 만든 힙합 자수성가 서사의 쾌감을 지나온 순간, [백한솔]이 뿜어내던 강렬한 에너지도 한풀 꺾인다. 소강상태로 앨범을 마감하려는 트랙들의 매력이 덜한 데다가 여러 곡에 걸쳐 이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늘어지는 느낌이다.

 

최근 LBNC 아티스트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수준급의 결과물을 발표해왔다. [백한솔]은 그러한 레이블과 가오가이의 존재감을 공고히 하는 결과물이다. 자신의 처지를 짙게 깔고, 이를 생생한 캐릭터로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랩/힙합의 장르적인 쾌감이 다층적으로 전달된다. 얼핏 주제와 풀어가는 방식이 유사한 한국 힙합 곡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가오가이의 곡이 대부분 우위에 선다. 특유의 강렬한 캐릭터가 휘발되지 않고 중량감이 있다는 것도 잘 보여줬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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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등록
  • seungchul
    1. seungchul (2021-08-19 16:53:56 / 218.153.126.***)

      추천 2 | 비추 0

    2. 오디오게임때부터 눈여겨봤는데
      계속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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