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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ttle Simz -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 장준영 작성 | 2021-09-23 22:04 업데이트 | 추천하기 12 | 스크랩 | 17,673 View
Artist: Little Simz
Album: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Released: 2021-09-03
Rating:
Reviewer: 장준영
리틀 심즈(Little Simz)의 세 번째 정규작 [GREY Area]는 2019년의 베스트 앨범 중 한 장이었다. 뛰어난 랩 스킬과 준수한 프로덕션이 귀를 끌었고, 가사의 힘도 돋보였다. 개인사와 사회 이슈 사이에서 솔직하고도 냉철한 시각을 견지하며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심즈는 방송과 공연으로 바빴으며, 코로나의 여파에도 꾸준히 배우 활동과 앨범 작업으로 알차게 보냈다. 또한 세 번째 앨범 이후 발매한 EP [Drop 6](2020)는 높아진 기대감을 잠시 달랠 수 있을 만큼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새로운 결과물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가 발표됐다. 앨범은 기존보다 훨씬 풍성하며 장대하다.
심즈의 장점은 이야기의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사건과 문제를 깊고 냉담하게 다루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생동감 넘치게 풀어낸다. 더불어 이 두 가지를 절묘하게 엮는 방식에 능하다. [GREY Area]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낸 개인적 일화는 이번 앨범에서 풍부하고도 다채로운 동시에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더욱더 깊게 들이민다.
“Woman”에서는 여성의 존재를 긍정하며 연대의 의지를 전한다.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환경에서 살아가는 여성을 사려 깊게 관찰하는 방식을 따른다. “I Love You, I Hate You”, “Little Q, Pt. 1”, “Little Q, Pt. 2”를 통해선 가족을 노랫말에 등장시킨다. 줄어든 왕래와 늘어난 갈등에 고민하면서도, 이해와 배려심을 보이며 커지는 간극을 봉합하려 노력한다. 특히 “Little Q Pt. 2”는 소원해진 친척의 과거를 돌아보는 방식을 취했다. 영국에서 살아가는 흑인으로서 끊임없이 위협에 노출되는 현실을 덤덤하게 나열한다.
첫 트랙 “Introvert”는 여러모로 강렬하다. 사회∙정치∙경제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폭로한다. 그러면서도 ‘보고자 하는 것만 보려 하지 말고, 보이는 것 그 너머까지 바라봐, Look beyond the surface, don’t just see what you wanna see’라고 말하며 계몽과 연대를 강조한다.
앨범명에서 말하는 ‘내향적인(introvert)’이라는 단어는 온전히 소극적이며 비사교적인 인간을 뜻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심즈가 말하는 ‘내향성’은 ‘내공’에 가깝다. 내적으로 분명하고도 정확한 시각을 견지하여, 불평등하며 위협적인 외부의 모든 것을 전복하자는 의미에 가깝다. 단순히 개인적 소재를 늘린 것에서 나아가, 예리한 통찰력을 통해 현실에 뿌리내린 불평등을 직시하는 방법을 취한다.
전작보다 강렬해진 노랫말은 절정의 퍼포먼스와 만나며 시너지를 낸다. 정교하게 짜인 라임이 화려한 플로우를 타고 바늘처럼 날카롭게 꽂힌다. 영국 특유의 악센트가 더해지면서 청각적인 타격감은 배가되고, 곡과 내용에 따라 유연하게 이루어진 완급 조절이 인상적이다.
일례로 “Standing Ovation”은 비트의 변주에 맞춰 랩이 능수능란하게 펼쳐지며, 개인적인 소재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감정적인 내용을 담은 “How Did You Get Here”에선 오히려 차분하게 이야기를 뱉는다. 폭발적인 퍼포먼스가 내내 이어지지만, 절제된 톤과 타이트한 플로우로 일관하고 있어 흥미롭다.
프로덕션 역시 근사하다. 심즈의 매 앨범을 책임져온 인플로(Inflo)가 전곡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지난 작이 여러 소스를 활용하면서도 미니멀한 구성을 취한 점이 특징이었다면, 이번엔 정반대로 풍성한 구성이 엿보인다. 그래서 앨범을 듣고 나면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한 느낌이 든다.
오케스트레이션과 합창이 공간을 채우는 “Introvert”를 시작으로, 그라임과 트랩이 병치된 “Rollin Stone”, 나긋나긋 진행되는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I See You”, 붐뱁 비트에 청량한 건반이 더해진 “Miss Understood” 등은 하이라이트다.
인터루드(Interlude) 활용도 두드러진다. 다소 이질적인 프로덕션이 등장하는 부분마다 인터루드 트랙이 배치되어 흐름을 끊어주는데, 그 덕에 앨범 전체적으로는 매끄럽게 진행되는 효과를 낳는다. 아프로비트(Afrobeat)를 전면으로 내세운 “Point and Kill”, “Fear No Man”과 일렉트로 펑크 트랙 “Protect My Energy”가 큰 이물감 없이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GREY Area]가 발표되었을 때, 수많은 이들이 심즈의 최고작이라 칭했다. 이젠 그 선언이 무의미해진다. 심즈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을 ‘현재까지 최고의 작품(My best work to date)’이라 표현했다. 단순히 여느 아티스트에게서 볼 수 있는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으로 치부하기엔 꽉 찬 완성도가 앨범을 지탱한다. 이제 리틀 심즈의 최고작은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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