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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Drake
Album: Certified Lover Boy
Released: 2021-09-31
Rating:
Reviewer: 황두하
드레이크(Drake)는 드레이크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그의 음악은 일정한 결을 유지해왔다. 특유의 멜랑꼴리한 무드 트랙들과 뱅어들이 뒤섞여 있고, 그 사이에 대중적인 접근이 가미된 팝 스타일의 곡이 끼여있다. 주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성패의 역사와 자기과시, 그리고 여성들과의 다양한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 공식은 항상 통했다. 앨범마다 히트곡들을 배출하고, 매번 차트 상위권에 등극하며 기록을 써왔다. 그는 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스타 중 하나다.[Scorpion](2018)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여섯 번째 정규앨범 [Certified Lover Boy] 역시 예상을 비껴가지 않는다. 마세고(Masego)의 “Navajo”를 샘플링한 소울풀한 비트 위로 랩을 죽 뱉어내는 “Champagne Poetry”부터 서정적인 피아노 라인이 주도하는 침잠된 무드의 마지막 트랙 “The Remorse”까지. 21곡, 약 1시간 26분의 러닝타임 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드레이크의 음악이 이어진다.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감흥은 덜하다. 그의 음악이 항상 똑같아서가 아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는 지적은 항상 있었지만, 일정하게 유지한 완성도로 이를 돌파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이한 프로덕션과 무딘 멜로디 라인으로 점철되었다.
라이트 세이드 프레드(Right Seid Fred)의 “I’m Too Sexy”를 인용한 퓨쳐(Future)의 간결한 후렴구가 흥을 더하는 “Way 2 Sexy”를 제외하면, 강렬한 뱅어 트랙도 부재하다. 나이지리아 아티스트 템스(Tems)가 참여한 아프로 비트의 “Fountains”도 이전 히트곡들의 다운그레이드 버전 같은 인상이 강하다.
그라임(Grime), 댄스홀(Dancehall), 뉴올리언스 바운스 등 특정 장르를 가져와 본인의 스타일로 녹여내던 시도도 이번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무려 15명의 게스트를 기용해 이들의 개성을 빌린다. 몇몇 곡에서는 게스트에게 하이라이트를 내준다. 특히, “Fair Trade”와 “IMY2”는 각각 트레비스 스캇(Travis Scott)과 키드 커디(Kid Cudi)의 곡에 드레이크가 참여한 인상이 강하다. “Love All”에서는 매번 전성기를 갱신 중인 제이지(Jay Z)가 신들린 퍼포먼스로 주인공을 압도한다.
드레이크는 전보다 더 날 선 태도로 적들을 경계하고, 본인과 처음부터 함께했던 이들과의 우정을 강조한다. “Love All”, “Fair Trade”, “No Friends In The Industry”, “7am on Bridle Path”, “The Remorse” 등은 이러한 면을 잘 드러내는 곡들이다. 그중에서도 “7am on Bridle Path”는 가장 직접적이다.
근 몇 년간 갈등이 이어져 온 칸예 웨스트(Kanye West)에 대한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Give that address to your driver, make it your destination, Stead of just a post out of desperation / 네 기사한테 그 주소로 간다고 해, 자포자기해서 SNS에 올리는 짓 좀 하지 말고’라는 가사로 칸예가 SNS에 드레이크의 주소를 올렸던 사건을 언급하기도 한다.
사랑 이야기도 여전하다. 실제로 있었던 열애설을 간접적으로 인용하고, 소회를 늘어놓는다. 투어를 도는 동안 여성 팬들과 어울렸던 것을 후회하는 “F*****g Fans”를 제외하면, 전부 이전에 들어봤던 내용의 반복이다. 여기에 평이한 표현으로 일관하는 가사가 더해져 진부함만 느껴진다.
전과 다른 것은 마초적인 면모를 한층 더 부각했다는 점이다. “Girls Want Girls”, “Way 2 Sexy”, “TSU”, “N 2 Deep” 같은 곡은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Way 2 Sexy”나 “N 2 Deep”처럼 능글맞게 매력을 어필하는 모습이 밉지 않게 다가온다. 다만, 여성을 좋아하는 것을 레즈비언에 빗댄 “Girls Want Girls”와 부침을 겪는 스트리퍼의 삶을 시혜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TSU”는 섬세하지 않은 표현이 아쉽다.
드레이크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큰 음악적 변화 없이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이번에도 발매 첫 주 빌보드 Hot 100 차트 10위 권에 무려 9곡을 안착시키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필자 주: 21곡 모두 35위권 안에 들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현상 유지가 독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무난한 탓이다. 상업적 성공과 별개로, 이전 히트곡들처럼 오랫동안 회자될만한 싱글이 적은 것도 치명적이다. 결국, [Certified Lover Boy]도 뻔한 드레이크의 앨범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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