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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따마(THAMA)
Album: Don’t Die Colors
Released: 2021-09-28
Rating:
Reviewer: 김효진
걷기는 수행과 같다. 생각으로 안개가 낀 순간에 걷기 시작하면, 안개가 걷히고 새 볕을 맞이한 기분이 든다. 부정적인 것들을 길가에 버린 것 같은 개운함도 느껴진다. 랭보, 니체, 루소처럼 위대한 철학자들이 걸으며 사색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떠도는 것’이라는 니체의 말처럼 걷기는 ‘나’를 다듬는 원초적 행위다.따마(THAMA)의 첫 번째 앨범 [Don’t Die Colors]를 관통하는 것은 ‘걷기’다. ‘차 키 두고 나와 오늘은 강 보며 걷자’(“Real Thing”)라고 말하거나 방향을 잃어 다시 돌아 “걸어가”기도 하고, ‘거리 위에 다 버려놓고’ 혼자 걸어 간다.(“Vanilla Sky”) 앞서 언급한 ‘걷기’로 미루어 보았을 때, 앨범 속 화자는 끊임없이 사색하고 있다. 따라서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Chill이라는 낱말의 존재이유” 속 ‘난 이미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와있지’라는 가사는 그가 사색에 매몰되지 않고 결국 자신에 대한 확신을 손에 쥐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그에게 확신이란, 음악적 확신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악기 사운드를 섬세히 살려 소울풀한 프로덕션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이는 그가 들어왔던 음악과 연관 있다. ‘부차적인 계산 없이 오로지 THAMA만의 그루브와 바이브에만 온전히 집중해 자신이 가장 최초의 순간부터 원했던 R&B 음악을 들려준다’라는 아티스트의 설명처럼 그는 음악적 뿌리를 확연히 보여주고 역량을 입증한다.
“Blessed”에서는 지소울(GSoul)의 참여와 쏠(SOLE)의 코러스가 어우러져 가스펠 분위기를 풍기고, “Real Thing”에서는 드럼 사운드가 강조되어 리드미컬한 기운이 살아난다. 신스 사운드를 얹어 그루비한 무드에 듣는 재미가 더해진 “잠깐, 급한일이”도 빼놓을 수 없다.
“Chill이라는 낱말의 존재이유”는 앨범의 시작이자 하이라이트다. 버벌진트의 “Tight이란 낱말의 존재이유”를 재치있게 오마주하면서도 따마만의 음악적 강점을 살리는 데에 성공했다. 곡의 시작부터 분위기를 잡는 베이스 사운드, 소울/펑크(Soul/Funk) 뮤지션 미스터 쥬크(Mr Jukes)의 “Somebody New”가 단번에 떠오르는 후렴구의 기타 리프, 끝에 다다르며 얹히는 따마의 스캣까지 귀를 사로 잡는다. 곡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충만한 선율을 만들어낸다.
참여 진 또한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김오키(KimOki)의 색소폰 연주가 재즈 무드를 자아내는 “København”부터 선우정아의 보컬이 기타와 어우러져 고요하고 쓸쓸한 길가를 떠올리게 하는 “Vanilla Sky”, 둔탁한 드럼 비트에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의 담백한 랩핑이 돋보이는 “Real Thing”까지 참여 진의 활약이 돋보인다. [Don’t Die Colors]의 형상을 구체적이고 세세히 구축하는 데에 힘을 보탰다.
걷기는 한 지점에서 시작해 한 지점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같은 지점에 다시 서는 게 동일함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걷기 전과 걸은 후는 확연히 다르다. 같은 곳에 서 있어도 걸은 후엔 손에 쥐고 있는 게 있다. 자기 확신이다.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후 다시 첫 트랙 “Chill이란 낱말의 존재이유”를 마주하면, 곡이 새로이 들린다. 단순히 장르와 작법, 악기 사운드만 들리던 곳에서 자기 확신이 들린다. 이처럼 [Don’t Die Colors]는 음악의 완성도와 전하는 메시지가 부합해 강한 시너지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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