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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로스(Los)
Album: Skandalouz
Released: 2021-10-17
Rating:
Reviewer: 남성훈
로스(Los)가 VMC에 입단하며 낸 EP [SNAKES IN THE GRASS](2019)는 출신 지역과 그간의 삶, 그리고 추구한 음악 스타일이 일치한 앨범이었다. 이는 한국힙합에서 드문 예였다. 다만, 그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밋밋하게 펼쳐진 가사, 흥미롭지 않은 서사와 웨스트코스트 갱스터 랩 클리셰의 결합은 어색했고, 그래서 깊이 있는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하지만 첫 정규 앨범인 [SKANDALOUZ]는 다르다. 전작의 약점은 덜어졌고, 그가 지닌 강점은 잘 부각됐다. 2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을 생각하면 그 차이가 극적일 정도다. 범죄 현장의 생생한 연출 후 엘에이(LA) 한인 갱스터의 삶을 순간의 나열로 보여주며, 1분 만에 강력한 몰입감을 던져주는 "Intro"부터 심상치 않다.
이처럼 랩이 진행되는 효과는 "LA 2 Korea"에서 더욱 커진다. 성장 과정 속 결정적 순간들이 한 문장 정도로 짧게 매듭지어 쳐내 졌지만, 상징적 단어들이 촉매로 상상을 불러와 행간을 채운다. 상황이 지닌 무게와 그가 느꼈을 감정이 소환돼 풍부한 서사가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 짜릿하다.
바로 이어지는 “Skandalouz”는 반대로 정석적인 갱스터 랩 스토리텔링으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거리에 떠도는 소문의 진실을 마치 로스가 직접 들려주는 듯한 가사와 구성미가 뛰어나다. 술주정 같은 즉흥성을 끌어올린 랩이 매력인 “Blue Lemonade”까지 포함해 초반 네 트랙은 앨범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까지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후 “Hustle 2”까지의 구간은 다소 뻔한 주제의 트랙들이 채우고 있지만, 강렬했던 초반을 해소하듯 즐길 수 있다. 페이소스 가득한 트랙들로 꾸며진 후반부의 여운도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간 로스의 랩은 자주 맥락을 끊는 성급한 플로우와 가사 탓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SKANDALOUZ]에서의 랩은 특유의 비장미와 여유로움이 트랙별로 잘 배합되었고 이것이 기술적으로 잘 구현됐다.
피처링 진의 활약도 뛰어나다. 특히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 화지(Hwaji), 창모(Changmo)는 등장하면서 곡을 접수해버린다. 동시에 로스의 앨범을 풍성하게 하는 역할까지 다한다. 보컬 미루(Meeruu)는 단연 앨범의 씬스틸러다. 미국 갱스터 래퍼들의 마초 로맨스인 “Thug Luv”에서 불안함을 남성성으로 풀어내는 연인을 품는 도발적 가사와 보컬 역량이 돋보인다.
앨범의 또 다른 주인공은 “Intro”를 제외한 모든 트랙의 프로덕션을 책임진 UGP다. 그는 미국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서브 장르로 90년대 세계적으로 유행한 쥐펑크(g-Funk)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내는 비트로 앨범을 꾸렸다. 방법은 안일하지 않다.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와 와이지(YG)가 완성했던 래칫(Ratchet)과 결합한 쥐펑크의 영향권에 있다는 걸 숨기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장르 고유의 사운드가 빗발치지만, 미니멀한 구성으로 세련미를 더한 UGP의 역량은 [SKANDALOUZ]의 핵심이다. 그중 음산함과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심리를 조이는 “Blue Lemonade”가 압권이다. 독 파운드(Tha Dogg Pound)의 대즈 딜린저(Daz Dillinger)가 참여했다 해도 믿을 “Slide” 같은 오마주성 트랙의 즐거움도 탄탄한 완성미 덕분이다.
로스는 [SKANDALOUZ]를 통해 아마도 그가 한국 힙합 시장에 보여주고자 했을 음악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진부해지기 쉬운 갱스터 랩 클리셰들은 그의 출신과 삶을 쓴 설득력 있는 가사 덕분에 생명력을 얻고, 한국 정서와 만나 이전에 없던 흥미로운 서사로 색다른 맛을 낸다.
또한, 완성도 높은 비트는 어긋남 없이 장르적 감흥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SKANDALOUZ]는 특정 시기와 지역으로 대표되는 서브 장르 스타일의 장치들로 꽉 채워진 앨범이지만, 로스라는 조각이 맞춰지면서 재현보다는 재해석에 가까운, 굉장히 개인적인 힙합 앨범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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