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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쿤디판다(Khundi Panda)
Album: The Spoiled Child : 균
Released: 2021-11-29
Rating:
Reviewer: 이진석
쿤디판다(Khundi Panda)의 음악에서 날카로운 랩만큼이나 눈에 띄는 요소는 자신의 내면을 치열하게 파고든 가사다. 비디오게임 컨셉으로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MODM : Original Saga]를 제외하면 그는 솔로 앨범에서 늘 지독할 만큼 철저히 자기서사를 펼쳐왔다.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The Spoiled Child : 균]은 그를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에 초점이 맞춰졌다.마치 순간순간 느낀 생각들을 파편처럼 흩트린 뒤 하나씩 기록한 것 같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공통된 감정이 앨범을 지배하지만, 소주제가 나뉘고 섬세한 묘사가 디테일을 부여한다. 다양한 것들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다. 외부의 평가와 현재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괴리, 기형적인 것들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 친구와의 대화, 이성 관계 등, 여러 요소가 자기혐오를 부르는 트리거가 된다. 이상의 각기 다른 계기로 뿜어져 나온 혼란스러운 감정이 정교한 언어로 풀어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을 그의 시선으로 돌아본 “진짜를 보여달라니”는 특히 흥미롭다. 프로그램 밖 시청자로서의 감상과 솔직한 쿤디판다의 속내가 비교되는 상황을 통해 그가 느꼈을 괴리감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앨범을 이끄는 그의 감정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감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트랙이다.
한층 차분한 톤으로 진행되는 랩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잡는 데 유효하다.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게 짜인 라임과 빼곡하게 의미가 부여된 어휘들은 날렵한 랩 위에 얹혀서 힘을 발휘한다. 곳곳에 들어간 보컬 피처링은 쉽게 피로감이 들지 않도록 분위기를 환기한다. 으네(UNE), 따마(THAMA), 소마(SOMA)는 개성 강한 톤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과하지 않은 선에서 쿤디판다의 감정선을 보조한다.
가장 많은 트랙에 이름을 올린 뷰티풀 디스코(Beautiful Disco)를 비롯해 엘라이크(L-like), 모노캣(Monocat) 등의 프로듀서들은 실제 세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다채로운 무드를 연출헸다. 그저 우울감이 강조되기보단 여러 스타일이 펼쳐지면서 쿤디판다의 심상이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분출되도록 돕는다.
다만, 압도적으로 귀를 잡아끄는 곡이 없는 건 아쉽다. “진짜를 보여달라니”가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가로사옥]의 “네버코마니”나 [MODM : Original Saga]의 “메인풀”처럼 확실한 한 방은 되지 못한다.
2021년 그야말로 압도적인 작업량을 선보인 쿤디판다는 현재 한국 힙합에서 단연 돋보이는 플레이어다. [MODM: Original Saga]에 이어 서리 크루의 앨범과 레이블 컴필레이션, 플랫샵(Flatshop)과 김라마와의 합작까지, 성격이 다른 작품을 쉴 틈 없이 발표하는 와중에도 쿤디판다의 랩은 한순간도 힘을 잃지 않았다. [The Spoiled Child : 균]은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낸 그의 한 해를 인상적으로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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