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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aba
Album: Few Good Things
Released: 2022-02-04
Rating:
Reviewer: 이진석
사바(Saba)는 재능 있는 아티스트이자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선명한 주제의식을 담았고, 매력적인 음악으로 풀어냈다. 고향인 서부 시카고를 조명하며 여러 사람과 꿈과 비전을 나눈 [Bucket List Project]는 그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데뷔작이다.이후 사촌 동생이자 피벗 갱(Pivot Gang)의 동료인 존 와트(John Walt)가 사망하여 큰 충격에 휩싸인 사바는 물밀듯 쏟아지는 슬픔을 음악으로 토해냈고, 커리어를 대표하는 작품인 [Care For Me]를 만들어냈다. [Few Good Things]는 그로부터 4년 만에 나온 새 앨범이다. 그 사이에 사바는 많은 것에 관하여 성찰했고, 또 한번 소중한 사람을 죽음으로 잃었다.
[Care For Me]에서 다소 우울하고 침잠된 무드가 지배적이었던 것과 달리 [Few Good Things]는 다양한 분위기를 아우른다. 사바는 앨범을 통해 성공과 부, 공동체, 가족 등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가 겪은 경험과 시간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경쾌하다. 하지만 안에 담긴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다. 일례로, “Survivor’s Guilt”에서 사바는 전과 달라진 시선으로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향의 모습을 묘사한다. 서부 시카고는 그가 가족들과 함께 살아온 삶의 터전이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앗아갔으며 여전히 많은 위험이 도사린 도시다.
그는 성공을 통해 쌓은 부를 과시하지만(“One Way or Every N***a With a Budget”), 동시에 경계하고 두려워한다(”Fearmonger”). 언젠가 맞이할 새로운 가족을 상상하며 아이를 기르는 책임감을 군인에 비유하고(“Soldier”), 과거를 회상하며 그리움에 빠지기도 한다(“2012”). 마지막 트랙, “Few Good Things”는 산발적으로 흩어진 앨범의 주제를 포괄하는 멋진 마무리다. 사바는 첫 트랙 “Free Samples”에 나온 구절의 일부를 다시금 반복하는데, 작품을 통해 지나온 일련의 서사 덕에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번에도 프로덕션의 키를 잡은 대대 피벗(daedaePIVOT)과 다우드(Daoud)는 보다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알앤비, 재즈, 펑크(Funk),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았다. 그 중에서도 가볍고 경쾌한 리듬과 멜로딕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One Way or Every Nigga With a Budget”, 짧고 힘있게 끊어 치는 펑크 기타가 매력적인 “Fearmonger”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각 스타일에 맞게 따라붙는 사바의 퍼포먼스도 일품이다. “Survivor's Guilt”에서 분노에 찬 듯 타이트한 랩을 쏟아내다가도 “Fearmonger”에선 펑키한 프로덕션 위로 유연한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객원의 활약도 만족스럽다. “Survivor’s Guilt”에 참여한 쥐 허보(G Herbo)는 드릴 프로덕션에 맞춰 긴장감을 더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블랙(6LACK)은 편안한 보컬로 곡의 감흥을 끌어올렸고, 이어서 나오는 스미노(Smino)의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두 베테랑 래퍼의 참여 역시 돋보인다. 특기를 살린 속도감 있는 랩으로 건재를 과시한 크레이지 본(Krayzie Bone)과 뿌리를 돌아보며 시적인 가사를 흩뿌리는 블랙 쏘웃(Black Thought)의 벌스가 백미다.
사바는 몇 년간 두 명의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그에게 더없이 큰 사건이지만, 사바는 SNS에 이번 작품이 죽음과 그의 트라우마에 관한 앨범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전작이자 최고작인 [Care For Me]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사바는 슬픔을 통해 빚어낸 지난 작품이 그의 모든 음악을 대변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새로운 음악에 다채로운 경험과 시선을 담아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Few Good Things]는 사바의 지난 행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재미와 감흥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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