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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Curren$y & The Alchemist
Album: Continuance
Released: 2022-02-18
Rating:
Reviewer: 장준영
아티스트마다 새 앨범을 발표하는 주기엔 차이가 있다. 싱글 중심의 시장으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1~2년에 한 장씩 정규작을 내놓곤 한다. 어떤 아티스트는 10년 넘게 앨범 한 장 공개하지 않고, 다른 누군가는 하루에 여러 장을 쏟아내며, 40곡 넘게 담은 대작을 덜컥 발표하기도 한다.커런씨(Curren$y)의 행보는 앞의 경우와 또 다르다. 그는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믹스테입, EP, 정규를 가리지 않고 매년 다작을 유지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못해도 한 해에 5~6장을 내놓을 정도다. 커런씨가 마치 숨 쉴 때마다 한 장씩 완성하는 것 같다면, 프로듀서 중엔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의 작업량이 못지않게 경이롭다. 그는 매번 고유한 프로덕션 스타일을 관철하여 동료 아티스트에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빠른 작업 속도 덕분에 매년 많은 트랙에 이름을 올린다.
두 사람은 이전부터 작업한 적이 많다. 개별 싱글로는 셀 수 없을 정도며, [Covert Coup](2011)을 시작으로 [The Carrollton Heist](2016),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도 함께한 [Fetti](2018)까지 세 차례나 합작 앨범을 발표했다. 독보적인 입지의 두 아티스트가 만난 점도 흥미롭지만, 매번 둘의 시너지가 대단했기에 다른 협업보다도 기대하게 된다. [Continuance]도 그렇다.
알케미스트는 아티스트와 참여한 앨범에 맞는 비트를 주조하는 데 탁월하다. 이번 작품에선 고전 소울을 다수 샘플링하여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데이빗 올리버(David Oliver)의 "Ms."를 차용한 "Half Moon Mornings"를 시작으로, 따스한 질감을 품은 노먼 필스(Norman Feels)의 "Where or When"을 훨씬 차갑고 오묘하게 뒤바꾼 "No Yeast", 오노 유지(Yuji Ohno)의 "君の愛に背を向けて"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재지하고도 몽환적인 프로덕션을 이식한 "Endurance Runners", 원곡의 독특한 사운드를 강조하여 음울한 순간을 완성해낸 "The Tonight Show" 등등, 무척 다채롭다.
샘플링이 주를 이루는 트랙에선 원곡의 소스가 최대한 활용된 만큼, 킥과 스네어 소리가 작고 약하게 들린다. 반대로 "Obsession"과 "Signature Move"에선 붐뱁 비트가 토대를 이룬다. 샘플링이 풍성하게 사용된 만큼 부차적인 부분도 덜 사용되었고 강조되지 않으며, 샘플링이 줄어드는 경우엔 비트가 부각되고 여러 소스가 빈자리에 가득 채워졌다.
이처럼 샘플링 유무에 따라 프로덕션에 명확한 차이와 일관성이 느껴져 인상적이다. 물론, 특유의 무드는 전체적으로 일정하다. 비장하며, 엄숙하고, 서늘한 분위기가 공통된 덕에 열세 곡이 자연스레 하나로 엮인다.
알케미스트의 프로덕션은 커런씨의 랩과도 잘 어우러진다. 공격적인 사운드가 배제된 덕분인지 격앙과는 거리가 먼 듯 차분하면서도 여유로운 톤과 플로우가 강조된다. 에코 사운드와 거친 질감의 사운드를 다수 사용되어 목소리에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점도 근사하다. 우아하고도 진득한 프로덕션 덕에 훨씬 흥겹게 들리며, 퍼포먼스에 시너지를 발휘한다.
커런씨는 내용을 무너뜨리지 않고 마디마다 유려하게 쏟아내는 라임 구성과 워드플레이를 선보이는 것에 능하다. 가사는 실제 특정한 순간을 구체적이면서 생동감 있는 묘사로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이와 같은 특유의 강점 덕분에 익숙한 소재도 새롭고 쉽게 다가온다. 그는 실력과 작품에 자신감을 보이며("Half Moon Mornings"), 부와 능력을 과시하고("Reese's Cup", "Whale Watching", "Jodeci Tape"), 성공한 삶에서 여유로운 모습과 자부심을 드러낸다("Louis Baggage"). 이전부터 다루던 내용과 큰 차이가 없지만, 랩 스킬 덕에 이야기가 주는 맛이 은근하다.
일부 곡에선 태도와 감정이 조금 상이하다. "Kool & The Gang"에선 부유한 현재에 만족하면서 삶을 지키고 유지하겠다는 다짐을 표현한다. "The Final Board"에선 래퍼로서의 성공한 삶을 과시하면서도 자신의 위치, 혹은 팬데믹 상황에 느끼는 불안감을 표출했다. 최근 앨범들이 거리의 거친 삶을 나열하는 내용을 제외하곤 긍정적인 사고와 태도를 한결같이 표출한 것과는 다르고 진진하다.
다작을 하는 행위 자체가 앨범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진 못한다. 그럼에도 [Continuance]를 듣고 나면 몹시 궁금해진다. 수많은 음악을 쏟아내면서도 큰 기복 없이 준수한 결과물을 공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두 사람의 행보에 매번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가 이번 앨범으로도 또 한번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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