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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공공구(GongGongGoo009)
Album: ㅠㅠ
Released: 2022-3-31
Rating:
Reviewer: 이진석
공공구(GongGongGoo009)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믹스테이프 [회색단지]다. 이전부터 아마추어 래퍼 사이에서 범상치 않은 실력으로 입소문을 타던 그는 [회색단지] 공개 후, 저스디스(Justhis)를 비롯한 여러 래퍼의 샤웃아웃(Shout Out)을 받으며 급부상했다.하지만 이때 얻은 주목 효과가 쭉 이어지진 않았다.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 여러 작업물을 업로드했고, 2019년 [정릉]을 시작으로 여러 싱글을 선보였으나 크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공공구의 첫 EP [ㅠㅠ]는 꽤 놀랍다.
공공구는 가난한 20대 무명 뮤지션이라는 위치와 대한민국의 지질한 청년의 면모를 차례로 꺼내 놓는다. 첫 트랙 “괴물”에서 연인과 이별한 후,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난 그의 앞에 다양한 어려움이 들이닥친다.
기계적인 내레이션과 온갖 소스가 어지럽게 휘몰아치는 와중에 공공구는 '너와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 집에선 쫓겨나듯 독립했어 / 통장 잔액은 동이 나고 / 앨범은 뒤로 미뤄'라는 라인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간결하게 설명한다.이후, 금전적인 문제(“돈 가져와”), 헤어진 연인을 향한 그리움(“산책”), 친구와의 다툼(“북극곰”) 등등, 그를 둘러싼 여러 문제 탓에 드는 불안감과 꼬인 속내가 이어진다. 그래서 구성이 묘하게 산만해졌지만, 앨범의 내용 덕에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하나의 곡 내에서도 여러 번의 변주가 무드를 바꾸고, 상충된 분위기의 트랙이 번갈아 등장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트랙도 흐름상 공공구의 혼란을 가증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산책”은 “집에서 짐” 뒤에 놓여 불안한 느낌이 증폭된다. “집중”으로 해소되는 듯했던 갈등과 불안은 마지막 트랙 “ㅠㅠ”에 이르러 첫 곡의 연출이 반복되고, 고독사에 관한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며 의미심장하게 마무리되는 식이다.
션만(SYUNMAN)과 허키 시바세키(hukky shibaseki)의 프로덕션 역시 특기할 만하다. 대체로 밝은 분위기의 구간을 허키 시바세키가, 부정적인 감정과 혼란을 그리는 구간은 션만이 키를 잡았다. 이를 번갈아 배치하여 소용돌이치는 공공구의 감정선을 보다 극적으로 묘사하는 게 프로덕션의 골자로 보인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구성을 하나의 줄기로 묶는 건 공공구의 퍼포먼스다. 전체적으로 이전의 설익은 티가 지워지고 보다 견고해졌다. 쭉 뻗는 발성과 리듬을 타는 방식에선 일견 김심야(Kim Ximya)가 떠오르는 한편, 폭넓은 감정을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다.
많은 양의 단어를 욱여넣어 날렵하게 전개하면서도, 다양한 효과와 장치를 활용해 직선적이거나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머릿속의 생각을 여과 없이 꺼내 놓은 듯한 가사로 때로는 지질하고 구차한, 때로는 희망찬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시한다.
[ㅠㅠ]를 둘러싼 서사 자체는 사실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연인과 헤어지고, 세상의 여러 문제를 마주한 지질한 20대 청년의 서사가 힘을 얻은 건 온전히 공공구의 퍼포먼스와 연출력, 그리고 프로덕션의 힘 덕분이다. 그렇기에 더욱 고무적이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주제를 치밀한 설계와 음악적 완성도를 통해 색다른 감흥으로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재능을 지닌 신예는 흔치 않다. 그야말로 확실한 임팩트를 남긴 데뷔작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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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2 | 비추 3
저에게 이번 공공구 앨범은 정말 다른 앨범들과는 차별적인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다른 아티스트들이 누가 돈을 많이 벌었고 누가 잘나가는지 대결하듯 가사를 써내려가는 와중에도 (이것이 옳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우리 삶에 근접한 주제를 가지고 풀어내줘서 몰입감이 배가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사를 곱씹으면서도 계속 얕게나마 공감을 할수 있었습니다.
원래 연인을 주제로 한 노래는 취향 상 별로 좋아하지 않는 느낌인데, '산책'은 사랑노래지만 밝지만 어둡고, 공공구 특유의 느낌이 침윤하는 것이 너무 좋았었습니다.
좋은 리뷰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 13 | 비추 3
2022 상반기 국힙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