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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PJ Morton
Album: Watch The Sun
Released: 2022-04-29
Rating:
Reviewer: 장준영
팬데믹은 수많은 이의 삶을 뒤바꿨다. 필수로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고, 의도치 않게 인간관계에 거리를 두게 되었으며, 외부의 삶에 제한이 생긴 동시에 감염의 고통과 위험에 떨었다. 당연히 공연장과 페스티벌도 멈추면서, 아티스트의 삶 또한 변화했다. 일상처럼 투어를 다녔던 이들은 물론이고 작은 클럽에서 음악을 하던 이들까지도 공연장을 잃고 집으로 돌아갔다. 피제이 모턴(PJ Morton)의 삶도 그랬다.그가 속한 밴드 마룬 파이브(Maroon 5)의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고, 착실하게 병행했던 솔로 활동과 작업에도 제약이 생겼다. 바쁘고 분주했던 시간들이 마치 거짓말같이 사라졌고, 강제로 일이 중단되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피제이에겐 이 시간이 또 다른 기회가 되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바빴던 지난 일상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고요한 삶에 적응하며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좀 더 많이 고민 할 수 있게 되었고, 작업할 시간도 늘어나면서 결과물로 빠르게 풀어냈다. [Watch The Sun]이 바로 그 결과 중 하나다.
피제이는 본래 힙합, 알앤비, 소울, 펑크(Funk), 재즈 등 여러 장르를 고전적인 감성과 세련된 터치로 근사하게 버무리는 것에 능하다. [Gumbo]와 [Paul]에서는 힙합 소울을 바탕으로 수려하게 주조했으며, [Gospel According to PJ: From the Songbook of PJ Morton](2020)에선 가스펠과 소울에 초점을 두고 사운드를 완성했다.
이번 신보도 기본적인 골자는 평소 잘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알앤비/소울의 향수를 물씬 풍긴다. 그래서 새롭거나 신선하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줄어든 감흥을 훌륭한 프로덕션이 보충하여 완성도를 지탱한다.
"Please Don't Walk Away"가 대표적이다. 촉촉하게 귀를 적시는 듯한 피제이의 목소리에 스트링과 브라스로 사운드를 풍성히 매만진다. 건반과 기타는 적절한 순간마다 소리를 꾸려 묘한 여운을 주는 듯한 분위기에 일조하며, 공간을 꽉 채우는 코러스, 긴 호흡에 점차 고조되는 구성이 더해져 70년대 전후의 알앤비와 소울을 품었다.
질 스캇(Jill Scott)의 스포큰 워드로 시작하는 "Still Believe"에선 90년대 알앤비에서 자주 마주했던 사운드 질감과 구성을 찾을 수 있다. 진득하면서 힘이 넘치는 피제이의 기교 덕에 듣는 맛이 진진하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와 나스(Nas)가 참여한 "Be Like Water"도 건반과 기타의 톤부터 종결부의 하모니카 연주까지 70년대를 머금은 듯한 느낌이 상당하다.
60년대 가스펠과 소울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Lil' Too Heavy", 엘 드바지(El DeBarge)와 함께 80-90년대 팝 소울을 구현한 "On My Way", 미스터 토크박스(Mr. Talkbox)가 드러내는 올드한 분위기에 조조(JoJo)의 세련된 가창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My Peace"도 절묘하다.
프로덕션 위로 얹힌 이야기는 사랑이 주 소재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고, 버림받은 것에 고통스러워하고, 미련을 가지며 기대한다. 여느 알앤비 앨범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 전반적으론 다소 평범하게 다가온다. 다만 앨범명과 동명 트랙인 "Watch The Sun"은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최근 피제이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팬데믹에 지치고 피해 본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이번 앨범을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단순히 애정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믿는 듯한 내용도 한편으론 모두를 위해 외치는 격려처럼 들린다. 밝은 태양이라는 보조관념을 사용하여 좋은 날이 올 것이라 긍정한다. 레게 아티스트 크로닉스(Chronixx)가 참여하여 덥 리듬에 맞는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뽑아낸 덕분에 그 효과가 더하다. '걱정하지 마, 좋아질 거야, Don't worry, it's gon' get better'라고 반복하며 '축복기도'를 전하는 "The Better Benediction"도 그렇다.
[Watch The Sun]을 듣고 나면, 결국 피제이가 잘하는 방식으로 완성한 응원가처럼 다가온다. 기시감 가득한 음악에서 일궈낸 완성도가 듣는 순간을 흥겹게 만들며, 그가 숨겨놓은 메시지를 발견했을 때 맛볼 수 있는 재미도 은근하다. 팬데믹에 많은 것이 뒤바뀌었지만, 그의 음악만큼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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