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주메뉴

최근 공지사항 및 SNS 링크

통합검색
  • Twitter
  • Facebook
  • Youtube
  • 통합검색

컨텐츠

Review

  1. Home
  2. Review
Kendrick Lamar - Mr. Morale & the Big Steppers
황두하 작성 | 2022-06-18 13:3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6 | 스크랩스크랩 | 48,459 View

Artist: Kendrick Lamar
Album: Mr. Morale & the Big Steppers
Released: 2022-05-13
Rating: 
Reviewer: 황두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같은 커리어를 쌓아온 래퍼는 전무후무하다. 그는 메이저 데뷔작 [good kid, m.A.A.d city](2012)부터 총 석 장의 앨범을 전부 클래식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상업적 성과도, 문화적 파급력도 엄청났다. [DAMN.](2017)은 대중음악 최초로 2018년 퓰리처상 음악 부문을 수상했다. 더불어 블랙 커뮤니티와 문화에 대한 내외부적 시선들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통찰력의 가사는 켄드릭을 단순한 랩스타 이상의 인물로 바라보게 했다.

 

하지만 그는 2018년에 발표한 [블랙 팬서, Black Panther]의 사운드트랙 앨범 이후로 잠적했다. 동료 래퍼들과 달리 SNS 활동도 하지 않았고, 미디어에 노출되지도 않았다. 지난 5년 간 모습을 드러낸 순간은 딱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피처링으로 참여한 썰(SiR) “Hair Down” 뮤직비디오였다. 그러나 실루엣으로만 나와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두 번째는 2020 ‘BLM’ 시위에 참여한 모습이 포착된 것이었다. 당시 블랙 커뮤니티는 켄드릭을 비난했다.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처럼 중요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그간 음악을 통해 구축한 켄드릭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블랙 커뮤니티가 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다.

 

다섯 번째 정규 앨범 [Mr. Morale & the Big Steppers]는 바로 이 5년 간의 부재로부터 시작한다. 첫 트랙 “United In Grief”의 인트로에서 켄드릭은 샘 듀(Sam Dew)의 코러스 뒤로 1,855일 동안 자신이무언가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DAMN.]의 발매일부터 [Mr. Morale & the Big Steppers]의 발매까지 걸린 시간이 정확히 1,855일이다.). 여기서무언가는 켄드릭이 앓았던 정신 질환을 의미한다. 그는 치료나 상담을 거부하고, 물질과 욕정으로 고통을 잠재우려고 애썼다. 그리고 자신은다르게 슬퍼할 뿐이다(I grieve different)’라고 항변한다.

 

앨범의 첫 번째 파트인 ‘the Big Steppers’의 켄드릭은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회피하려 한다. “Father Time”의 인트로에서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마초적인 자존심 탓에 치료를 거부한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켄드릭의 갈등과 문제들이 -섹스 중독(“Worldwide Steppers”), 관계 회피(“Die Hard”), 아버지 콤플렉스(“Father Time”), 오만함(“Rich Spirit”)-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갈등이 절정에 이르는 건 “We Cry Together”. 켄드릭은 아내 역할로 분한 배우 테일러 페이지(Taylour Paige)와 랩을 주고받으며 살벌한 부부싸움을 연출한다. 언뜻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무게 추가 아내 쪽으로 기울어졌다. 켄드릭이 화를 내는 포인트는 성기 사이즈나 홧김에 사촌과 자겠다는 비현실적인 말들이다. 반면, 아내가 분노하는 건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지친 여성에게 돌아오는 비난의 화살이다.

 

사회적 이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마지막 벌스에서 기울어진 구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남자는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을 내세우지만, 여자는 사회적 현상을 논점으로 가져온다. 섹스로 급작스럽게 화해하는 마무리는 이들이 정작 문제를 직시하거나 해결하려 하지 않고 회피한다는 걸 보여준다. 켄드릭의 진짜 아내인 휘트니 알포드(Whitney Alford)의 마지막 내레이션(‘Stop tap-dancing around the conversation’)은 이를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두 번째 파트 ‘Mr. Morale’에 이르러 켄드릭은 비로소 치료를 시작한다. 상담사는 첫 파트에서 이름이 언급된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 에크하르트는 달라이 라마, 틱낫한과 함께 21세기를 대표하는 영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는 저서와 강연을 통해 문제의 원인인자신에서 벗어나진정한 자유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에크하르트의 조언에 따라 켄드릭은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 애쓴다. 사람들이 그에게 덧씌운 이미지로서의 자신말이다. “Savior”는 대표적이다. 자신을 포함한 흑인 셀럽들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이들이구원자가 아닌 결함이 많은 보통 인간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다수의 트랙에 내레이션과 랩으로 참여한 코닥 블랙(Kodak Black)은 두 번째 파트의 메시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여러 범죄 이력과 돌발 행동으로 블랙 커뮤니티 내에서도 이미지가 좋지 않다.

 

‘Like it when they pro-black, But I’m more Kodak Black, 그들이 흑인 친화적일 때가 좋긴 하지만, 나는 코닥 블랙에 더 가까워라는 가사는 논란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코닥을 기용한 이유를 정확히 보여준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이 부분에서 본인을구원자로 인식하는 자의식이 느껴진다. ‘보통 사람임을 강조하지만, 그럴수록 평범해질 수 없는 위치가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낳았다.

 

Mother I Sober”에서 더 본질적인 이유에 접근한다. 어린 시절 엄마를 성폭행했던 가해자와 섹스 중독으로 아내에게 상처를 입힌 자신을 비교하고, 블랙 커뮤니티에 만연한 그릇된 성 인식을 폭로한다. 마침내 자신을 가두던 모든 시선과 요구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나를 찾기로 선택한 마지막 트랙 “Mirror”에 이르면 묘한 해방감과 감동이 느껴진다. 모호한 결말로 선택을 청자에게 미루었던 [DAMN.]과는 다른 완전한 결말이다.

 

오랜 파트너 사운웨이브(Sounwave)가 키를 쥔 프로덕션의 결도 전작들과 상이하다. 알케미스트(The Alchemist)가 프로듀싱한 “We Cry Together”처럼 전형적인 붐뱁 트랙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블랙뮤직의 색깔이 옅어졌고,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적극적으로 차용됐다.

 

차가운 질감의 신시사이저가 낮게 깔리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Worldwide Steppers”, “Savior”, 신스와 베이스, 그리고 가벼운 질감의 드럼 라인으로 미니멀하게 진행되는 “Mr. Morale” 등은 이 같은 특징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앨범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참여 진은 앞서 언급한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샘 듀다. 그는 앨범 전반에 코러스로 참여하여 소울풀한 기운을 가득 불어넣었다. 특히 앨범의 시작, 중간, 마지막에 스토리 라인에 따라 같은 멜로디 라인을 개사하여 부른 점이 인상적이다. 그 덕분에 구성적인 완성미가 더해졌다.

 

[Mr. Morale & the Big Steppers]에는 들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구성적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그만큼 치밀하고 섬세하게 완성되었다. 또한 켄드릭 개인의 상황과 문화적 배경을 알고 들으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하다. 물론 배경지식 없이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전히 신들린 듯이 쏟아내는 경이로운 랩 퍼포먼스와 빈틈없이 짜인 프로덕션만으로도 앨범을 들을 가치는 차고 넘친다.

 

켄드릭은 항상 개인사를 구체적으로 풀어내며 사회 전반의 문제를 이야기해왔다. 그중에서도 [Mr. Morale & the Big Steppers]는 가장 개인적이다. 문제의 시작과 해소 모두 개인에서 끝난다. 앨범 안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인 블랙 커뮤니티 내 성소수자들을 다룬 “Auntie Diaries”도 개인의 깨달음과 치유의 과정 위에 있다. 그래서 앨범을 처음 들을 때는 켄드릭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두 번째부터는 켄드릭에 비추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구원자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개인으로 돌아온 그의 이야기가 보통 사람들의 거울 역할을 한다. 켄드릭이 시선을 세상에서 내면으로 돌린 순간,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른 새로운 걸작이 탄생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코멘트

  • 등록
  • Barkin'dogg
    1. Barkin'dogg (2022-06-23 15:47:57 / 211.114.121.**)

      추천 1 | 비추 1

    2. NFL 하프타임 쇼에도 등장했었죠

이전 목록 다음

관심 게시물

  1. 로딩중
GO TOP

사이트맵

리드머(RHYTHMER) | ⓒ 리드머 (Rhythmer). All rights reserved.

이메일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