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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프레디 카소 & 디젤(Fredi Casso and dsel)
Album: Second II None
Released: 2022-07-05
Rating:
Reviewer: 황두하
한 명의 프로듀서가 전곡을 맡은 래퍼의 앨범이든, 래퍼와 프로듀서가 동등하게 이름을 내건 앨범이든 전부 '1 MC 1 프로듀서’ 형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초점을 맞추는 지점이 다를 순 있다. 전자는 당연하게도 프로듀서보다 주인공인 래퍼의 색깔이 중요하다. 반면 후자는 두 독립된 아티스트의 색깔이 드러나면서도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졌을 때, 즉,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한 이유가 확실할수록 감흥이 크다.[Second II None]은 VMC의 프로듀서 프레디 카소(Fredi Casso)와 데자부 그룹(Dejavu Group)의 래퍼 디젤(Dsel)이 함께한 ‘1 MC 1 프로듀서’ 앨범이다. 프레디는 이전까지 강렬한 전자음과 둔탁한 드럼이 섞인 붐뱁 사운드를 주로 선보여 왔다. 그런데 이번엔 타격감이 배제된 가볍고 건조한 질감의 드럼과 샘플 플레이 위주로 진행된다. 마치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을 위시한 그리젤다 레코즈(Griselda Records) 진영의 음악이 떠오른다.
단순히 스타일을 따라했다는 얘긴 아니다. 완성도가 준수하기 때문이다. “Darma Nym”, “No. 2”, “5 MINUTES”, “양”, “Quarantino” 등의 곡에선 드럼 라인이 거의 부각되지 않았지만, 중독적인 샘플 덕에 그루브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길게 울려퍼지는 일렉 기타가 비장한 기운을 내뿜는 “No.2”와 “Quarantino”는 누아르 영화 같은 분위기를 제대로 조성한다.
프로듀싱 스타일의 변화가 인상적인 건, 디젤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잘 어울린 덕이다. 첫 트랙 “대부업”부터 위협적인 아우라를 내뿜는 랩이 로파이(Lo-fi)한 질감의 비트에 잘 묻어난다. 트랙마다 톤을 조절하며 감정을 전달하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거침없는 비속어와 실명 언급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Here We Go”의 ‘영덕 같네 아직도 대개들’처럼 허를 찌르는 유머로 실소를 자아내는 가사는 경직된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감정이 격해지는 “Darma Nym”의 중반부나 “강호동”에선 랩이 살짝 삐걱거린다. 디젤의 랩은 빠르게 내달리다가도 불규칙하게 나열한 라임을 찍어누르듯 강조한다. 그런데 격양된 어조로 많은 양의 라임을 소화하다 보니 흐름이 자주 끊긴다. 올티(Olltii)와 비프리(B-free)를 향한 디스가 흥미로운 트랙이지만, 내용에 집중이 되지 않는 것도 힘이 잔뜩 들어간 랩 탓이다.
그렇기에 “No. 2”에서 등장하는 딥플로우(Deepflow)의 벌스에서 집중도가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라임을 밟아나가며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랩에서 베테랑의 면모가 느껴진다. 이어지는 “5 Minutes”부터 디젤은 힘을 빼고 한층 톤을 다운시켜 랩을 뱉는다. 확실히 이전보다 비트에 훨씬 잘 묻어난다. 템포가 빨라지는 “P Company”에서는 라임을 가볍게 툭툭 던지며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프레디는 특정한 음악 스타일을 차용해 그럴듯하게 재현해냈다. 이 같은 음악 색깔의 변화는 디젤의 개성을 더욱 살려주는 효과를 낳았다. 약 2개월 전에 냈던 디젤의 정규 앨범 [2kzm.zip]보다 훨씬 더 잘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Second II None]을 통한 두 사람의 결합은 꽤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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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둘 다 '후자는'이라고 쓰셨네요. 괜한 지적인가 싶긴 한데, 단순 오타가 아니라 읽다가 헷갈릴 만한 내용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