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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Beyoncé
Album: Renaissance
Released: 2022-07-29
Rating:
Reviewer: 장준영
2010년대 걸작 중 하나인 [Lemonade](2016) 이후, 무려 6년이 지났다. 그동안 비욘세(Beyoncé)는 제이지(Jay-Z)와 합작한 근사한 힙합 앨범 [Everything Is Love](2018)를 만들었고, '코첼라 페스티벌 2018(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18)'에도 헤드라이너로 참여하였다. 영화 [라이온 킹(The Lion King)](2019)에 목소리로 참여한 동시에 사운드트랙 앨범 [The Lion King: The Gift](2019)를 발매했고, 비주얼 앨범(Visual Album)인 [Black Is King](2020)까지 공개했다.하지만 끊임없는 활동 중 공교롭게도 솔로 정규작만 없었다. 그래서 [Renaissance]가 더욱 오래간만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앨범은 전체적인 부분에서 여러모로 기존과 상이하다. 가장 큰 차이는 프로덕션이다.
비욘세는 이전부터 힙합과 알앤비를 기반으로 록, 컨트리, 일렉트로닉, 가스펠 등 여러 장르를 과감하게 차용하여 앨범을 풍성하게 꾸렸다. [Renaissance]도 양상은 유사하지만, 그 결과물은 어느 때보다도 대담하다.
선공개된 "Break My Soul"에서부터 변화가 명확하다. 히트곡인 로빈 에스(Robin S.)의 "Show Me Love"를 샘플링하여 원곡의 신스 사운드가 풍기는 청량한 사운드를 품었으며, 빅 프리디아(Big Freedia)의 공격적인 보컬 소스를 차용하여 흥을 더했다. 비욘세는 소울풀한 보컬로 90년대 하우스와 현시대의 세련된 팝 사이에 모두 녹아들어 자유로이 유영한다. 또한, [The Lion King: The Gift]에서 아프로 뮤직을 탐미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꽤 많은 요소를 적용했다.
"COZY"에선 아프로 하우스(Afro House)로 풀어내어 트랙 전후의 댄서블한 흐름을 이어가며, "MOVE"에서는 아프로비트와 타악기 샘플, 코러스 소스가 사운드를 꽉 채운다.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를 초대하여 특유의 낮고 묵직하게 깔리는 목소리와 비욘세의 힘 있는 목소리도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비트와 목소리 중심의 구성이지만, 부족하거나 심심하게 들리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프로듀서를 찬찬히 살펴보면 금세 납득된다. 비욘세의 주도하에 마이크 딘(Mike Dean), 더 드림(The-Dream), 노 아이디(No I.D.), 히트보이(Hit-Boy), 블러드팝(BloodPop) 등 힙합과 알앤비 계열에서 유명한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했으며, 스크릴렉스(Skrillex)와 솔로문(Solomun)처럼 일렉트로닉 프로듀서도 상당수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도 허니 디존(Honey Dijon)과 에이 쥐 쿡(A. G. Cook)을 주목하게 된다. 허니 디존은 역동적인 플레이와 뛰어난 사운드 이펙트 스킬이 탁월한 디제이 겸 프로듀서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에너지 넘치는 셋을 만드는 강점을 생각한다면, 그의 참여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All Up In Your Mind"는 도입부터 에이 쥐 쿡의 참여를 쉽게 알아챌 수 있는 트랙이다. 과잉된 소스를 다층으로 쌓아내어 하이퍼팝(Hyperpop)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빈틈 없이 쏟아낸 비욘세의 보컬과 만나 예상 밖의 시너지를 확인 가능하다.
이외에도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과 나일 로저스(Nile Rodgers)가 만나 70년대 펑크(Funk)를 완벽하게 재현한 "Cuff It", 댄스홀을 품은 프로덕션과 파워풀한 랩을 담아낸 "Heated", 일렉트로 하우스의 특징을 팝에 녹여낸 "Alien Superstar" 등등, 댄서블한 트랙이 곳곳에 배치되어 일관되게 흥을 유지한다.
그리고 절정은 자연스레 마지막 10분("Pure/Honey" - "Summer Renaissance")에서 완성된다. 표면적으론 두 곡이지만, 실제론 여러 곡의 볼륨을 느낄 수 있다. 치밀하게 짜인 구성과 소스 배치 덕분이다. 헤비한 베이스가 도드라지는 테크노로 시작한 종결부는 어느새 테크 하우스(Tech House)와 펑키 하우스(Funky House)로 경이롭게 이어지며, 중간마다 틈입하는 신스까지도 절묘하다.
활용된 샘플링 역시 영리하다. 팝과 일렉트로닉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도나 서머(Donna Summer)의 "I Feel Love"와 함께 LGBTQ+ 커뮤니티와 관련된 트랙을 다수 가져와서 풍부한 사운드와 상징성을 동시에 챙겼다.
미국의 대표적인 드랙 퀸 아티스트인 케빈 아비언스(Kevin Aviance)의 "Cunty", 1990년대 뉴욕 드랙(Drag) 클럽 씬의 아이콘이었던 모아 르네(Moi Renee)의 "Miss Honey", 볼룸 씬(The Ballroom Scene/*주: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프리카계와 라티노 계열의 LGBTQ+ 아티스트를 일컫는 말)의 핵심 중 하나인 마이크큐(MikeQ)와 케빈 제이지 프로디지(Kevin Jz Prodigy)의 "Feels Like"를 모두 한 곡에 녹여냈다. 적재적소에 샘플을 사용해 재미를 극대화하면서도, 뉴욕과 미국의 LGBTQ+ 아티스트를 한 번 더 살펴볼 기회도 제공한다.
앨범은 62분이라는 꽤 긴 시간에도 높은 몰입감을 준다. 여기엔 유기적인 구성과 곡 배치도 한몫한다. 디제이가 여러 트랙을 비트 매칭하여 믹싱하듯이 곡 사이마다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순간이 상당수이며, 앨범 단위로 청취 시에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유도한 듯한 포인트도 산재한다.
동시에 한 장르만 반복하지 않고 하우스, 테크노, 댄스홀, 펑크, 힙합, 알앤비 등 다채로운 장르가 교차로 등장하여 지루할 수 있는 일말의 틈조차 없앤다. 앨범의 중간부에 위치한 "Plastic off the Sofa"도 훌륭하다. 시드(Syd)가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따듯한 무드에 차분한 비트를 수놓았으며, 비욘세의 아름답고 수려한 목소리가 얹혀 앨범의 열기를 잠시 식혀준다.
비욘세가 전반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작품을 주조한 배경엔 팬데믹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감염에 대한 공포와 격리되는 삶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안전한 공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감정에 좀 더 진솔하고 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며, 이전보다 상이한 결과물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가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다. "Cuff It", "Break My Soul", "Virgo's Groove", "Move", "Thique" 등 해방과 쾌락, 만족을 외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작보다 다루는 소재가 다소 가벼워졌다고 느끼기 쉽지만, 댄서블한 프로덕션과 장르적 특성이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정과 어우러져 감흥을 저해하진 않는다.
[Lemonade]에선 개인사를 풀면서도 흑인 인권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Renaissance]에서도 몇몇 곡에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풀어냈으나, 주제가 품는 대상은 훨씬 넓어졌다. "Alien Superstar"와 "Church Girl"이 대표적이다. 슈퍼스타로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세상 모든 존재가 유일무이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긍정한다. 동시에 성경의 구절을 활용하여 자신과 수많은 이에게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Cozy"에선 진보 프라이드 플래그(The Progress Pride Flag)를 묘사하며 누구 하나 배척되지 않고 살아가고 즐기길 희망한다. 앨범 초반부터 명료하게 포용과 연대의 메시지를 드러내기 때문에, 종결부의 "Pure/Honey"에서 선택한 샘플링도 무척 의도적인 선택이며 LGBTQ+ 커뮤니티에 대한 지지라는 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가사 논란에 발 빠르게 대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Heated"의 가사 중 'spaz'라는 단어가 경직형 뇌성마비(Spastic Cerebral Palsy) 장애인을 비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리조(Lizzo) 역시 몇 달 전, 신곡 "Grrrls"에서 해당 용어를 사용해 사과 후 수정한 사례가 있었다. 비록 단어 선택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의미와 맥락을 주장하며 해명하는 대신에 빠르게 인정 후 수정했다. 차별 대신 긍정과 인정으로 나아간 점이 앨범의 메시지와도 어울린다.
오랜만에 내놓은 정규작에 걸맞게 [Renaissance]는 많이 달라졌다. 프로덕션에선 기존과 상이한 시도가 무척 늘어났고, 메시지도 전작보다 넓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경탄하게 하는 퍼포먼스와 비욘세가 주는 가치만큼은 변함없다. 엄청난 인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탁출한 새 걸작을 꺼낸 슈퍼스타가 왕좌를 굳건히 지켰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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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발매일 오타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