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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팔로알토(Paloalto)
Album: Dirt
Released: 2022-10-29
Rating:
Reviewer: 남성훈
팔로알토(Paloalto)가 2019년 여러 파트로 발표했던 [Love, Money & Dreams]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이다. 하이라이트 레코즈 해체 이후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고 낸 첫 앨범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큰 변화와 파격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Dirt]는 팔로알토가 어떻게 오랜 기간 씬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지를 명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음악으로 꽉 채워졌다.[Dirt]의 러닝타임은 총 25분이 채 되지 않지만, 다채로움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인트로 "Calling"과 "이유(Interlude)"를 제외하고 일곱 트랙 모두 확실하게 구분되는 주제를 갖고 있다. 돈, 인간관계, 성공, 평판과 같은 주제로 묶인 그가 겪은 상황과 감정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평범하다면 평범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팔로알토의 진가는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래퍼의 일상을 직업인의 관점으로 그린 "생존"에서부터 가사가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극히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레이블의 수장이라는 감투를 벗었기 때문인지 온전히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가사가 주는 맛도 일품이다. 특히 초반의 "생존", "돈 독", "변절" 구간에서 직설적으로 뱉는 랩은 그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던 이들이라면 속이 다 시원할 통쾌함을 안겨준다.
감정선에 좀 더 충실한 “치토스” 이후의 트랙에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단어들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이뤄낸다. 그가 한국 힙합의 가장 뛰어난 작사가 중 한 명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Dirt]는 팔로알토의 많은 앨범 중 상위에 속한다. 경력을 통틀어 가장 견고한 랩 퍼포먼스와 이를 잘 받쳐주는 프로덕션의 조합 때문이다. 많은 양의 랩을 속도감 있게 소화하면서, 여유로움과 긴장감을 동시에 전달하는 플로우는 완성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저돌적으로 돌진하지만, 안정감을 유지하는 “변절”, “PRICELESS”에서의 퍼포먼스는 단연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몇 트랙에서 멜로딕 랩과 싱잉을 자연스레 오가는 부분도 어색함이 없다.
프로덕션은 트렌디함을 과하게 좇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련미가 최우선으로 느껴지도록 마감됐으며, 다채로운 색을 보여준다. 가장 많은 곡에 이름을 올린 요시(Yosi)의 비트도 트랙별로 스타일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다. 하지만 힙합의 서브 장르 색의 핵심적 구현보다는 고급스러운 무드로 차분히 팔로알토의 랩을 뒷받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모든 곡에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팔로알토의 품질관리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앨범의 시작과 마지막 트랙 “이유”를 여는 피아노 연주 배치 덕분에 구성적으로 마치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팔로알토의 머릿속 상념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래퍼의 특별한 이야기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메시지로 기억되는 것은 팔로알토 음악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정수를 초기작이 아닌 데뷔 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 나온 앨범을 통해 새삼스레 확인하는 경험은 짜릿함 이상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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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 | 비추 1
고평을 받는게 인상적이네요.
잘읽었습니다
추천 1 | 비추 1
추천 6 | 비추 1
** 혹시 Meantime 리뷰는 언제 나오는지 알 수 있을지요.
추천 4 | 비추 1
처음 한번 돌리고 나니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전야제'가 떠올라서 '전야제'와 연속해서 들으니... 그의 커리어를 관통해가면서 느껴지는 감흥이 장난 아닙니다.
리뷰에서 언급하신 대로 과거와 비교해서 메시지는 개인화 되었으나, 20년동안 래퍼로써의 위치를 든든하고 확고하게 지켜와준 것에 대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이와 더불어 퍼포먼스가 매번 좋아지시는게 또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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