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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ittle Simz
Album: No Thank You
Released: 2022-12-12
Rating:
Reviewer: 황두하
리틀 심즈(Little Simz)의 커리어는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내는 앨범마다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며 대중의 열광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전작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2021)는 정점이었다. 모두가 그의 최고작이라고 칭한 것은 물론, UK 차트에서 최고 성적인 4위까지 오르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게다가 작년에 개최된 제31회 머큐리 시상식(Mercury Prize)에서는 대상 격인 ‘올해의 앨범’ 상을 받았다. 어느덧 데뷔한 지 12년이 되어가는 그의 음악적 성취가 마침내 인정받는 순간이었다.그러나 심즈는 승리의 순간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듯 1년 3개월 만에 새로운 앨범 [No Thank You]로 돌아왔다. 데뷔부터 함께한 레이블 에이지 101 뮤직(AGE 101 Music)과 결별하고, 새로운 레이블 포에버 리빙 오리지널스(Forever Living Originals)에서 처음으로 발표하는 작품이다.
그는 앨범을 통틀어 흑인, 여성,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거짓과 유혹의 목소리들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진실을 노래하는 걸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어조는 부드럽지만 단호하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개인의 문제와 사회 전반의 문제를 동시에 언급하고, 그를 지켜주는 주위 사람들을 신이 보내준 ‘천사’라고 일컫는 첫 트랙 “Angel”부터 방향성이 드러난다.
“Gorilla”에서는 심즈만의 방식으로 래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고, “Silhouette”와 “No Merci”에서는 각각 성공을 시기하는 주변인들과 아티스트의 성장을 방해하는 음악 산업 시스템에 일침을 가한다. 또한 “X”와 “Heart On Fire”에서는 부와 유명세에 따른 변질을 견제한다.
“Broken”부터는 삶을 괴롭게 만드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정신질환(“Broken”), 인간관계(“Sideways”), 경제적 문제(“Who Even Cares”) 등등. 이를 통해 공감의 폭이 자연스레 넓어져 심즈의 상황에도 이질감 없이 이입할 수 있게 한다. 인종, 계급, 성별 등 사회 전반에 산재한 문제를 날카롭게 관통하는 통찰력이 담긴 가사는 여전히 건재하다. 덕분에 모든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과 사랑이라는 “Control”의 평범한 메시지가 마음에 강한 울림을 준다.
이번에도 전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인플로(Inflo)는 [GREY Area](2019)의 단출한 구성과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의 웅장한 사운드를 절충했다. 극적인 연출과 스케일이 큰 사운드 전개는 전작을 떠올리게 한다. 일례로 “Angel”에서는 미니멀한 미디엄 템포 사운드로 진행되다가 중간에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한 변주가 가미됐다.
“No Merci”에서는 현악기와 혼 연주로 비장한 무드를 자아내다가 후반부에 가벼운 질감의 신시사이저로 분위기가 침잠되고, “Broken”에서는 반복되는 웅장한 코러스와 현악기, 하프 등의 악기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구성으로 약 7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웠다.
열 트랙 동안 일관된 색깔의 사운드 디자인으로 밀고 나가다가 깔끔하게 마무리한 것은 [GREY Area]와 닮았다. 과장된 보이스 샘플링과 건조한 드럼이 어우러진 힙합 넘버 “Sideways”와 일렁이는 신스가 그루브를 자아내는 펑크(Funk) 트랙 “Who Even Cares”도 앨범 안에서 특별히 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다양한 장르의 곡을 인터루드(Interlude)를 활용해 엮어냈던 전작과의 차이점이다.
심즈의 랩은 인플로가 깔아놓은 사운드 위를 자유롭게 활보한다. 그 어느 때보다 빼곡하게 채운 벌스를 듣는 맛이 상당하다. 특히 느릿하게 흘러가며 라임을 끊지 않고 죽 이어가는 “Gorilla”와 피아노만으로 진행되는 단출한 사운드 위로 랩을 뱉으며 리듬감을 느끼게 하는 “Control”은 어느새 베테랑이 된 심즈의 물오른 랩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앨범의 또 다른 조력자는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클레오 솔(Cleo Sol)이다. 클레오는 전곡에 코러스로 참여하며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클레오, 심즈, 인플로는 오래 전부터 음악적 교류를 해온 동료들이다.
레이블 포에버 리빙 오리지널스는 본래 클레오와 인플로의 밴드 솔트(Sault)만이 소속된 곳이었다. 음악 산업 안에서 겪은 온갖 잡음들 속에서 진정한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마지막 곡 “Control”과 이어지는 지점이다. 가장 화려할 수 있는 순간, 심즈는 지근거리의 사람들을 택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No Thank You]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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