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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맨 & 마이노스 - Coffee Calls for a Cigarette
강일권 작성 | 2023-02-03 16:0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3 | 스크랩스크랩 | 17,935 View

Artist: 소울맨 & 마이노스(Soulman & Minos)
Album: Coffee Calls for a Cigarette
Released: 2007-03-02
Rating:
Reviewer: 강일권









잔잔한 빗소리 사이로 퍼커션이 차오르고, 이내 나른한 건반과 비트박스가 스며들더니 매혹적인 음색의 보컬이 귀를 휘감는다. 적막을 거스르듯 조심스럽게 흐르던 노래는 코러스와 만나 한층 풍성해지고, 그다음을 책임지는 건 소폭으로 넘실거리며 멜로딕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랩이다. 그리고 다시 오버랩된 보컬이 자아낸 꿈결 같은 무드 속에서 곡은 사그라진다.

 

소울맨(Soulman)과 마이노스(Minos)가 합작한 [Coffee Calls for a Cigarette]은 이른 새벽, 누군가로부터 동시에 뿜어진 담배 연기와 입김처럼 시작된다(“When I Feel”). 이는 앨범 전반을 지배하는 정서다. 소울맨의 보컬이 그윽하게 풍겨오는 커피향이라면, 마이노스의 랩은 자욱하게 깔렸다가 흩어지는 담배 연기 같다. 감성적인 동시에 깊이가 남다르다.

 

그들의 퍼포먼스는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쥐거나 내어주며 균형을 유지한다. 랩과 노래의 비중이 반드시 동등해야 한다는 강박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서로를 향한 존중과 우정이 너무 깊어서 몸에 배어버린 배려를 보는 듯하다.

 

이는 둘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참여 진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주연에 대한 당연한 집착으로부터 한 발짝 거리를 둔 것 같은 스탠스가 오히려 소울맨과 마이노스란 듀오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며, 음악 친구들끼리 소울풀한 만찬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니까 정인, 정기고(Junggigo), 에이민제이(Amin.J), 샛별, 헤리티지(Heritage), 블랙티(Black Tea), 플로와(Flowa), MC 메타, 나찰, 이센스(E-Sens), 제리케이(Jerry.k), 비솝(B-Soap), 키비(Kebee) 등등, 다소 넘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의 게스트 포화 상태에서도 앨범이 자아내는 무드와 이미지의 중심엔 소울맨과 마이노스가 흔들림없이 존재한다. 그만큼 보컬의 합이 절묘하다.

 

덕분에 “When I Feel”은 물론, “Tell Me”, “Urban Nite”, “Bye-Bye 'Blue' Bird”, “In Dreams...”처럼 노래의 비중이 더 클 때에도 균열이 느껴지지 않는다. 랩이 앞으로 나서는 곡에서도 마찬가지다. 앨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 소울맨의 보컬은 언제 어디서든 확실한 조력자이자 마이노스와의 공동 주연으로서 빛을 발한다.

 

피처링 못지않게 호화로운 프로덕션 진(킵루츠, 뉴올리언스, 이밀라 국거리, 이궐, 윤재경, hYO, 라도 등등)과의 조화도 눈부시다. 소울맨이 다섯 곡에 몸소 참여했지만, 이처럼 곡마다 다른 프로듀서가 참여한 경우 자칫하면 중구난방이 될 위험도가 크다. 그러나 힙합 성향 강한 곡과 알앤비 성향 강한 곡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물 흐르듯 이어지고, 이를 하나로 묶는 사운드와 무드가 워낙 탁출하여 결국 밀도 높은 작품으로 귀결됐다.

 

도회적인 분위기의 소울, 1990년대의 눅진한 알앤비, 검질긴 네오 소울, 재지한 알앤비, 힙합 소울, 가스펠, ‘90년대 이스트코스트 힙합 등등, 서로 다른 색의 곡들이 독립적인 동시에 앨범으로 온전히 귀속되는 결말은 퍼포먼스와 프로덕션을 비롯한, 구성의 힘이다. 특히 직장인의 반복되는 출퇴근 단상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힘들고 지친 삶을 노래한 출퇴근은 프로덕션의 묘수가 가장 돋보이는 곡이다.

 

지금이야 변주조차 클리셰가 된 시대지만, 당시만 해도 이렇게 능숙한 비트 스위치를 들려준 곡이 흔치 않았다. 마이노스와 메타의 타이트한 랩이 질주하는 힙합 파트와 소울맨의 보컬이 놓이는 알앤비 파트의 기가 막힌 교차는 지금 들어도 몹시 짜릿하다.

 

녹진하게 들러붙는 기타 리프의 펑키한 비트 위로 두 대구놈래퍼의 능청 섞인 예술가 푸념이 쏟아지는 “U Never Know”도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곡이며, 단출한 건반과 함께 시작되어 점차 날아오르는 소울맨의 보컬이 경건함마저 들게 하는 마지막 곡 “Soul Free”는 단연 압도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1 MC 1 Vocal’. 세상에 래퍼와 보컬리스트가 함께한 곡은 많지만, 앨범으로 빚어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국대중음악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그렇다. 의외라고 여기는 이가 많겠지만, 과거 랩/힙합과 알앤비/소울 진영 사이의 관계는 생각만큼 가깝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즈음부터 두 장르가 본격적인 결합을 이어나간 것도 상업적 성과를 위한 이유가 컸다. 그럼에도 각각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잔존했다.

 

[Coffee Calls for a Cigarette]은 소수의 사례를 제외하면, 랩과 보컬이 여전히 전략적 동거에 가까웠던 시대에 나왔다. 싱글이 아닌 앨범 단위로서는 모험적 시도라 할만했다. 그리고 두 아티스트는 이 모험을 성공으로 이끈다. 소울맨의 보컬과 마이노스의 랩은 그만큼 음악적 당위가 충분한 동거였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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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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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K.
    1. U.K. (2023-02-08 00:14:49 / 118.44.189.***)

      추천 3 | 비추 1

    2. 셀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음반들 사이에서도 (지금은 쏟아지는 걸 넘어서 터져 나오지만) 꽤나 오래 기억될만한, 말그대로 클래식이 될법한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별점을 조금 더 쓰셔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 같아요. 아쉬운 곡은 있지만 버릴곡이 없네요.

      아마 그 이유는 글에 쓰신대로 마이노스와 소울맨의 적절한 배분(누구하나 튀지 않음)과 피쳐링진으로 누가와도 중심을 잃지 않는 두명덕분인 것 같습니다. 당시 피쳐링만 하면 곡 빼앗기는 음반들이 많아서 '아. 적어도 해당 곡에 타이틀을 가져가는 사람이라면 이런 조율을 해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었습니다. 확실히 이건 마이노스의 능력같아요. (당시에 마이노스 랩을 정말 안좋아했는데 이루펀트랑 솔로앨범까지 매번 늘 훌륭했었달까요. 자기한테 혼잣말 좀 그만해!)
  • mrlee
    1. mrlee (2023-02-04 21:45:46 / 116.126.28.***)

      추천 0 | 비추 1

    2. 리콜리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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