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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asego
Album: Masego
Released: 2023-03-03
Rating:
Reviewer: 황두하
다룰 수 있는 악기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은 싱어송라이터에게 큰 무기다. 마세고(Masego)의 색소폰은 적절한 예다. 알앤비를 바탕으로 재즈, 힙합, 일렉트로닉, 아프로 비트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른 사운드 위로 그의 색소폰이 흐르며 음악이 완성된다. 이는 동시대 알앤비 아티스트와 그를 차별화시키는 지점이다.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셀프 타이틀 앨범에서 마세고는 자신의 시작으로 되돌아간다. 첫 트랙 “Black Anime”에서 고향인 자메이카를 떠나 낯선 땅 미국에서 음악가로서 고군분투하던 시절을 그린다. 동기는 ‘돈’이다. 그러나 속물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제목처럼 당시의 삶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처럼 그려 낭만화한다(‘My life is an anime, young Miyazaki’).
낭만을 더하는 것은 중간마다 등장하는 색소폰이다. 작은 공연장의 텁텁한 공기를 나른한 연주로 손에 잡힐 듯 아련하게 묘사한다. 이렇게 조성된 분위기는 각지를 떠돌며 공연했던 시절을 노래한 “Sax Fifth Avenue”와 “What You Wanna Try”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What You Wanna Try”는 수잔 베가(Suzanne Vega)의 “Tom’s Diner”와 크레이그 데이비드(Craig David)의 “What’s Your Flava?”를 인용한 멜로디와 가사가 어우러져서 인상적이다. 다른 시대, 다른 장르의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감각에 감탄하게 된다.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사랑에 실패하며 상처받은 마음은 “Remembering Sundays”와 “Who Cares Anyway”로 이어진다. 전자에서는 작은 마을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후자에서는 본인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미국 사회에 염증을 느끼며 마더랜드인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내비친다.
“In Style”과 “Eternal Sunshine (Fire Pit)”에 이르면 타협하지 않고 색깔을 지켜낸 현재를 자축한다. 마지막 트랙 “Eternal Sunshine”에서는 ‘이건 음악가들의 승리야, 이건 나이지리아, 자메이카, 남아프리카의 승리이기도 해 / This is a win for musicians / This is a win for Nigeria, Jamaica, South Africa’라는 가사로 개인의 성공을 그가 속한 공동체의 경험으로 확장한다.
마세고의 성공담에 자연스럽게 감화되는 것은 음악적 완성도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복고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악기가 주도하는 가운데 색소폰 연주가 적재적소에 등장해 분위기가 일관되게 흘러간다. 808드럼을 활용한 “Sax Fifth Avenue”와 “Who Cares Anyway”도 로파이(Lo-fi)한 질감의 악기가 더해져 다른 트랙과 무리 없이 어우러진다.
가장 인상적인 건 보컬 퍼포먼스다. 많은 양의 단어를 속도감 있게 뱉어내면서도 리듬을 밀고 당기며 그루브를 만드는 솜씨가 그야말로 경지에 올랐다. “Sax Fifth Avenue”, “Down In The Dumps”, “Bye Bye My Love”, “Two Sides (I’m So Gemini)” 등은 마세고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곡이다.
그런가 하면 “In Style”에서는 보컬과 색소폰이 번갈아 등장한다. 한 사람의 퍼포먼스지만, 마치 두 사람이 주고받는 듯한 다채로운 감흥이 전해진다. 마칭 밴드 연주가 곁들여지며 힘차게 상승하는 마무리도 인상적이다. 마세고의 음악을 총망라한 것 같은 곡이다.
앨범은 마세고의 ‘아메리칸 드림’이다. 이민자로서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종래에는 성공을 거두었다. 비결은 수많은 유혹과 오해 속에서도 자신의 것을 굳건히 지켜낸 고집이다. “In Style”에서 외치는 ‘Masego drumroll’이란 단어는 드럼 하나에도 본인의 색깔이 녹아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그만큼 [Masego]에는 마세고의 것으로 덧칠한 탁월한 음악이 가득 담겼다. ‘Masego’는 아프리카 남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츠와나어로 ‘축복’이란 뜻이다. 그 이름에 걸맞은 축복 같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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